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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 2080] 난청…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 필수

최재영 세브란스 이비인후과 교수가 전하는 난청 치료법

입력 2024-05-17 08:46

최재영 세브란스


난청(難聽)은 신생아의 약 1%, 70세는 25% 가량이 경험하는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이제는 보청기와 인공와우이 눈부시게 발전해 ‘극복 가능한’ 질환이 되었다. 최근에는 유전자 치료를 통해 유전성 난청을 극복하는 시도가 이어지며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세브란스 이비인후과 최재영 교수가 <세브란스 소식>에서 전한 난청 치료의 이모저모를 일문일답 식으로 들어보자.




- 보청기 치료를 하는 성인 난청인들이 늘고 있다.

“선천성 난청과 달리 나이 들어 생기는 후천성 난청은 치료 방법이 다르다. 청력이 30% 이상 소실되었다면 보청기 착용을 우선 권유하는데, 실제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조기 착용도 대단히 중요하다. 난청이 너무 오래되면 보청기를 착용하더라도 정확한 발음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특히 우리나라는 보청기 착용에 대한 거부감이 심해 조기 치료에 어려움이 많다. 최근에 출시되는 보청기들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상황에 따라 증폭 강도를 조정해 주고, 소음은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기능이 있어 큰 도움이 된다.”



- 청력이 과도하게 소실되면 어떻게 치료하는 것이 좋은가.

“청력이 70% 이상 소실되면 후천성 난청도 인공와우로 치료받아야 한다. 소아 난청과 달리 후천성 난청은 인공와우 수술을 받더라도 언어치료가 필요하지는 않다. 훨씬 더 빨리 잘 들을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인공와우 관련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해, 이전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특히 성인들은 1-2개월이 지나면 자연스러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특히 남아 있는 청력도 살릴 수 있어, 환자들의 거부감이 줄어들었다. 최근에는 한쪽 청력만 나쁜 경우에도 인공와우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인공와우 수술로 어느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나.

“인공와우는 인류가 발명한 가장 성공적인 의료기기로 평가받고 있다. 인공와우의 등장 이후, 난청 치료는 획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졌다. 난청을 조기에 발견해 인공와우수술을 시행하면 정상인의 95% 수준으로 언어 습득이 가능하다. 덕분에 그 많던 농아학교가 거의 사라졌다. 수화 인구도 급격히 감소했다. 실제로 인공와우수술을 받은 신생아를 대상으로 20년 후에 조사해 보니 75%가 대학에 진학했다고 한다. 인공와우로도 청력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넨 뇌간(brainstem)을 직접 자극해주는 뇌간이식술이라는 보다 복잡한 수술이 필요하다.”



- 인공와우 수술 시 주의할 점은 없나.

“인공와우란, 소리를 전기신호로 바꾸어 청신경을 직접 자극해주는 체내 이식형 보청기를 말한다. 인공와우 수술 후 생활에 크게 불편함은 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자석이 몸 속에 삽입되는 것이니, MRI 촬영 때에는 먼저 주치의와 상의해보는 것이 좋다. 적절한 보호 조치를 하면 사진 촬영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다만, 수술 후 꾸준한 언어치료는 팔수다.”



- 노화성 난청을 진단받으면 조기에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가.

“그렇다. 노화상 난청의 경우 인지력 장애가 나타나기 전에 빨리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매를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 가운데 난청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예방이 가능한 요인이라고 한다. 중등도 난청이 생기면 치매 발병률이 3배, 고도 난청에서는 5배 정도 높아진다고 한다.”



- 아이가 어릴 때 난청 진단을 받으면 의사들이 검사와 수술부터 권한다. 괜찮은 것인가.

“ 어린 아기에게 서둘러 검사와 수술을 권하니 보호자들 마음이 복잡할 것이다. 그렇지만 의사들이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를 강조하는 이유는 난청의 치료 결과가 처음 2년 이내에 대부분 결정되기 때문이다.”



- 난청 치료법이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고 들었다.

“많은 유전성 난청에서 유전자 치료가 시도되고 있다. ‘유전자 가위’라는 기술이 나와 난청에도 적용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노화성 난청에서 유전자 치료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처음으로 난청의 유전자치료가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연구진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유전성 난청인 펜드린 돌연변이와 KCNQ4 이상에 의한 난청에 유전자 치료를 연구 중이다.”



- 난청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은 없나.

“아직은 없다. 하지만 최근 난청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부 임상시험에서는 몇몇 효과적인 약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는 유전자검사 등을 바탕으로 난청을 일으키는 원인을 명확히 진단하고 거기에 맞는 구체적인 치료법이 제시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 난청 환자는 얼마나 많은가.

“청소년 10명 중 한 명은 경도 난청이라고 보면 될 정도로 난청은 비교적 흔한 질환이다. 신생아의 약 1%에서 선천성 난청이 나타나며, 1000명 가운데 한 명은 청력이 전혀 없다. 다운증후군 같은 선천성 질환보다 발병 비율이 훨씬 높다. 노화성 난청도 70세가 되면 4명 중 한 명이 경험한다. 음향기기 사용이 많이 늘면서 중고등 학생의 10%가 경도 난청을 가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 우울증 등 이차 증상으로 내원하는 난청 환자들이 있다고 들었다.

“성인은 청력이 절반 가까이 소실되더라도 본인 스스로 치료에 나서는 경우가 많지 않다. 대부분 난청보다는 인지력이 떨어지거나 의사소통 장애로 인해 우울증 등의 이차 증상이 나타나면서 병원으로 오게 된다. 소아의 난청도 언어 발달장애나 주의력 결핍이 먼저 진단되곤 한다. 특히 소아 난청은 70% 이상에서 유전적 원인을 가지고 있다. 유전자검사를 하고 난 뒤에야 난청의 원인을 알 수 있는 경우가 많다.”



- 청력 선별검사로 난청을 조기 진단하는 방법이 있지 않나.

“요즘은 산부인과에서 아이 청력 선별검사를 시행하기 때문에 신생아 때 난청 진단이 가능하다. 대부분의 신생아들은 자동화 청성뇌간 유발 반응검사(A-ABR)나 이음향방사검사(OAE)로 선별검사를 한 뒤, 재 검사 소견이 나오면 뇌파검사를 시행해 실제 난청 여부를 확인한다. 심하지 않은 난청은 대부분 보청기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청력이 70% 이상 소실된 경우에는 인공와우수술이 필요하다.”

사진 및 자료제공=세브란스병원


박성훈 기자 shpark@viva208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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