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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박세은 “발레는 그냥 발레다”

입력 2024-07-18 18:00

파리오페라발레 갈라
‘파리 오페라 갈라 에투알 갈라 2024’ 무대에 오를 ‘에투알’ 발랑틴 콜라상트(왼쪽부터), 박세은, 폴 마르크(사진=허미선 기자)

 

“결국 발레는 그냥 발레 같아요. 한국의 발레 교육이 (러시아) 바가노바 메소드(Vaganova Method, 러시아 무용교사 아그리피나 바가노바가 창안한 발레 교육법) 기반이다 보니 프랑스 스타일을 다시 익히는 것 자체가 어려울 수는 있어요. 하지만 어떤 스타일이든 잘 하면 프랑스에서 춤을 추든 한국에서 춤을 추든 미국이나 러시아에서 춤을 추든 다 할 수 있거든요.”



세계 최고(最古) 파리오페라발레(The Paris Opera Ballet, Ballet de l‘Opera national de Paris)의 동양인 최초 에투알(Etoile) 박세은은 17일 ‘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2024’(이하 에투알 갈라, 7월 20~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기자간담회에서 “발레는 그냥 발레”라고 털어놓았다.

“제가 입단했을 때는 저 혼자 한국인이었는데 지금은 주니어 컴퍼니, 준단원 계약 무용수까지 6명”이라는 박세은에 발랑틴 콜라상트(Valentine Colasante)는 “굉장히 재능이 출중한 분들”이라며 “파리 발레단에서 춤을 추는 자체가 굉장히 용기 있는 일”이라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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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페라 발레 에투알 갈라’ 포스터(사진제공=예술의전당)

“저희는 어려서부터 익숙한 환경에서 교육받아 프랑스 스타일을 잘 알고 있지만 그 분들은 새로운 스타일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처럼 익히고 있거든요. 그 자체로 굉장히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에겐 없는 재능에 감탄하고 있죠. 아마도 한국에서 배운 교육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요. 한국에서 배운 것과 프랑스에서 새로 익힌 것들이 합쳐져 한국 무용수들이 굉장히 멋진 결과를 내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프랑스 스타일의 발레에 대해 박세은은 “과하거나 힘이 많이 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추는 춤”이라며 “아름답고 예쁜 걸 떠나 감성적인, 춤 보다 감정이 먼저인 스타일”이라고 전했다.

“동작이나 테크닉 보다 먼저 나와야 되는 게 감정이에요. 그런 부분이 프랑스 발레의 특징 같아요. 노력해서 보여주기 보다는 절로 묻어나오는 감정, 내추럴함이 프랑스 스타일의 큰 장점이죠.”

‘별’이라는 의미의 ‘에투알’은 발레단 수석무용수를 일컫는다. 그 에투알 박세은이 직접 프로그래밍까지 한 올해의 ‘에투알 갈라’ 무대에는 박세은과 그의 오랜 파트너 폴 마르크(Paul Marque)를 비롯해 발랑틴 콜라상트, 레오노르 볼락(Leonore Baulac), 한나 오닐(Hannah O‘Neill), 기욤 디오프(Guillaume Diop) 6명의 에투알이 오른다.

더불어 프리미에르 당쇠르(Premiers Danseurs)인 록산느 스토야노프(Roxane Stojanov), 제레미 루 퀘르(Jeremy-Loup Quer), 쉬제(Sujet) 토마 도퀴르(Thomas Docquir), 안토니오 콘포르티(Antonio Conforti), 발레마스터(Maitre de ballet) 리오넬 델라노에(Lionel Delanoe) 그리고 피아니스트 손정범과 첼리스트 백승연이 함께 한다.

2022년 롯데콘서트홀에서 첫 무대를 가졌던 ‘에투알 갈라’와는 달리 파리 오페라 발레의 대표 레퍼토리 장면들로 꾸린다. 프로그램 역시 A(7월 20, 21일)와 B(7월 23, 24일), 전혀 다른 라인업으로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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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페라 갈라 에투알 갈라 2024’ 무대에 오를 ‘에투알’ 발랑틴 콜라상트(왼쪽부터), 박세은, 폴 마르크(사진=허미선 기자)

 

A 프로그램은 ‘들리브 모음곡’ 파드되(Delibe Suite Pas de deux), ‘랩소디’ 파드되(라이브 Rhapsody Pas de deux), ‘카르멘’ 침실 파드되(Bedroom Pas de deux from Carmen), ‘보석’ 중 ‘다이아몬드’ 파드되(Diamonds Pas de deux from Jewels), ‘세 개의 그노시엔느’(라이브 Trois Gnossiennes), ‘마농의 이야기’ 침실 파드되(Bedroom Pas de deux from L’Histoire de Manon), ‘알 게 뭐야’ 중 ‘내가 사랑한 남자’(The Man I Love from Who Cares), ‘신데렐라’ 2막 파드되(Pas de deux from Cendrillon Act 2), 윌리엄 포사이스(William Forsythe)의 ‘정교함의 짜릿한 전율’(The Vertiginous Thrill of Exactitude)로 구성된다.  


B 프로그램에서는 ‘돈키호테’ 3막 파드되(Pas de deux from Don Quixote Act 3), ‘르 파르크’ 3막 파드되(Pas de deux from Le Parc Act 3), ‘몸짓’ 중 ‘푸른색의 정신’ 파드되(Pas de deux from Signes), ‘차이콥스키 파드되’(Tchaikovsky Pas de deux), ‘양식적(樣式的) 파드되’(라이브 A la maniere de, Pas de deux), ‘빈사의 백조’(라이브 La Mort du cygne), ‘백색’ 모음곡 중 ‘아다지오’ 파드되(Suite en Blanc), ‘백조의 호수’ 중 3막 ‘흑조’ 파드트루아(Black Swan Pas de trois from Le Lac des cygnes Act 3)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Mi Favorita)을 만날 수 있다.

“갈라 작품은 관객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돌고 뛰는 기교적인 부분이 돋보이죠. 하지만 저는 그걸 피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몇 바퀴를 돌고 체공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보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아름다움, 글로 쓸 수 없는 감성 등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었거든요. 공연을 보셔야만 느낄 수 있는 그런 갈라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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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페라 갈라 에투알 갈라 2024’ 무대에 오를 ‘에투알’ 박세은(사진=허미선 기자)

이를 위해 휑한 배경에 무용수와 음악만으로 구성하는 여타의 갈라가 아닌 제대로 꾸린 무대, 조명, 의상 등이 구현된다. 박세은 ‘백조의 호수’ 중 3막 흑조 파르트루아 중 등장하는 사악한 마법사 로트바르트(제레미 루 퀘르)를 예로 들었다.


“굉장히 멋있어요. 주역만큼이나 무대를 장악하는 조연이죠. 의상도 너무 멋진데 파리 오페라 발레 무대에 실제로 오르는 큰 망토를 직접 가지고 왔습니다. 굉장히 무겁고 큰 망토인데 그 마저도 너무 멋있죠. ‘마농의 이야기’를 위한 침대도 직접 제작했어요. 마치 전막 공연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갈라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에투알 승급 3년차를 맞은 박세은은 “이 타이틀로 ‘넘어져도 에투알은 에투알’이라는 큰 자신감을 갖게 됐다 하지만 제 발레 인생의 전환점은 출산”이라며 “에투알이 되고 나서 제 춤에 변화가 있었다기 보다는 출산 전후로 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출산 3개월 전까지도 무대에 올랐고 출산 후 6개월 만에 복귀했어요. 저는 부족한 것만 생각할만큼 스스로에게 높은 점수를 주지 않아요. 굉장히 고뇌하면서 춤을 추는 스타일이죠. 하지만 출산 전후로 너무 피곤해 고민할 시간이 없어졌어요. 연습실에서 즐겁게 춤을 추고 귀가해 신나게 육아를 하는 루틴이 자리잡히면서 제 춤이 좀 더 편안해졌죠.”

무용수로서의 전환점이 된 출산으로 지난해 30년만의 파리 오페라 발레 내한공연 ‘지젤’(Giselle)에 동행하지 못했던 그는 “다시 오게 된다면 꼭 ‘지젤’로 전막 발레를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놓았다.

“제가 너무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작품이거든요. 더불어 제가 너무 좋아하고 (에투알 승급에) 노미네이션될 수 있었던 (러시아 출신의 무용수이자 안무가) 루돌프 누레예프(Rudolf Nureyev)의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 전막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요. 현재 투어용으로 대곡을 만들고 있다고 들었거든요. 언제 완성될지 모르지만 이 작품으로 한국 전막 공연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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