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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보호출산제' 환영해야

입력 2024-09-25 14:38
신문게재 2024-09-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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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수석대표

지난 2020년 11월 베이비박스 앞에서 발견된 아동이 초겨울 저체온증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임신과 출산을 가족과 사회로부터 단절되어 혼자 결정해야 했던 생모의 상황을 생각하면, 보호출산제의 문을 열고 위기임산부의 비밀을 보장해 줌으로써 스스로 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면 아동의 생명을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지난해 수원에서 영아 사망사건이 발생하면서 보편적 출생등록제도의 필요성에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2023년 6월 30일에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통과됐다. 즉, 병원에서 출산과 동시에 출생등록이 병원에서 자동으로 이뤄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출생통보제만 단독으로 시행되면 아동의 출생등록을 본인의 호적에 올릴 수 없는 위기임산부들은 산부인과 병원마저 방문할 수 없게 돼, 본인과 태아의 건강을 확인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위험한 낙태를 하거나 병원이 아닌 곳에서 출산을 하게 되는 극심한 상황에 처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사각지대를 방지하기 위해 위기임신보호출산제는 2024년 7월에 출생통보제와 함께 병행 시행됐다.

위기임신보호출산제는 아동의 생명을 살리고, 산모와 아동의 권리를 지키는 제도이다. 위기임산부가 극단적 상황에 처해 낙태를 선택할지 고민하다가 보호출산을 선택한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 위기임신보호출산제를 통해 아동의 생명을 지키고, 위기임산부의 건강권도 보호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아동의 알권리를 박탈한다는 비판이 있지만, 위기임산부가 보호출산을 선택하더라도 아동의 알권리, 생부의 권리 등을 포함하는 필수 상담을 받게 된다. 또한 출산 아동으로 태어난 아동의 출생증서를 보존, 관리하고, 정보공개 요청 시 정보공개 절차를 시행하게 된다.

위기임신보호출산제의 시행으로 공적인 책임하에서 아동을 보호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위기임신보호출산제가 입양아동을 양산시킨다는 우려를 제기하지만, 위기임신보호출산법이 없다면 유기아동, 베이비박스아동, 시설아동이 양산될 수 있다. 제도로 유입되는 위기임산부는 보호출산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기 전에 원가정양육 상담을 받고, 본인이 직접 아동을 양육할 의사가 없는 경우라도 보호출산 상담에 앞서 입양상담을 진행하고 입양 절차를 안내받는다.

위기임신보호출산법은 여성에게 가명으로 출산할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함으로써 여성의 선택의 폭을 증가해준다. 남녀간 신체상의 차이로 인해 여성에게는 그동안 출산의 비밀이 보장되기 어려웠다. 보호출산이 남녀 간 신체상의 차이에서 오는 불리함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 면이 있다.

대한민국에 위기임신보호출산제가 시행된 지 석 달째에 접어들었다. 그동안 많은 위기임산부들이 도움을 받기 시작했고, 태아의 생명을 지키며 출산을 선택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제공하는 여러 복지제도를 안내받으며 직접 양육을 결정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한다. 위기임신보호출산제는 양육을 포기시키려고 만든 제도가 아니라, 위기임산부를 온전히 도와서 오히려 직접 양육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이다.

극심한 고립에 처한 위기임산부가 본인 스스로를 도울 수 있도록 비밀을 보장한 상태에서 사회에 손을 내밀 수 있게 하는 제도이며 태아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인 위기임신보호출산제를 사회가 환영해줘야 할 것이다.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수석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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