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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Preview] 도무지 덤덤할 수 없는 상실의 극복 '래빗홀'

퓰리처상 수상작 데이비드 린지의 ‘래빗홀’ 원작
상실 치유의 시작은 상실의 인정과 日常

입력 2014-08-22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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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홀’의 주인공 하위(송영근)와 베카(이항나). 사진제공 조은컴퍼니.


상실감은 도처에 존재한다. 준비 안된 상실 앞에 누구도 덤덤할 수는 없다.



연극 ‘래빗홀’ (Rabbit Hole)은 아들 대니의 죽음으로 상실감에 시달리는 부부 베카(이항나), 하위(송영근)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10년 전 아들 아서를 잃은 베카의 엄마 냇(강애심), 임신한 동생 이지(전수아), 가해자 소년 제이슨(이기현, 김지용 더블캐스팅)이 상실을 둘러싼 이야기를 엮어간다.

대니의 죽음에 대처하는 방식은 부부마저도 다르다.

아들의 흔적에서 벗어나려는 베카, 일상 속에서 아들의 흔적을 간직하려는 하위. 같은 아픔은 공유되지 못한 채 어긋나 허공을 맴돌 뿐이다.

어긋나기만 하던 베카와 하위는 가해자 제이슨에게 받은 소설 ‘래빗홀’로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래빗홀’은 제이슨이 쓴 공상과학소설의 제목이자 다른 우주로 통하는 구멍이다. 죽은 아버지를 찾아 래빗홀을 찾아 떠나는 아이의 이야기를 읽고 베카는 말한다. “난 지금 슬픈 버전의 삶을 살 뿐이야.”

또 다른 세상에 대니가 살아있다 해도 위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니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을 뿐이다. 상실을 인정하는 것은 치유의 시작이다.

베카가 자신의 동생이기도 한 아서의 죽음에 대해 엄마에게 묻는다.
“이 느낌이 사라지기는 해요?”

냇이 대답한다.
“아니, 그렇지는 않아. 어느 때가 되면 지니고 다닐 만 해져. 주머니 속 벽돌처럼.”

도처에 존재하는 상실을 인정하는 순간, 멈춰있던 시간이 비로소 흐르기 시작한다.

베카와 하위가 손을 잡는다. “자 이제 뭐할까?” 결국 답은 일상 속에 있었다.

연극 ‘래빗홀’은 데이비드 린지의 동명연극을 원작으로 한다. 2007년 퓰리처상을 수상한 화제작으로 2011년엔 니콜 키드먼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연출은 섬세한 감성을 그린 ‘겨울선인장’ ‘아시안 스위트’의 김제훈이다. 8월 21일~9월 6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관람료는 전석 3만원.


남지현 기자 dioguinnes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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