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리얼해진 안방, 다시 조선에 꽂혔다

가을맞은 TV 드라마 배경 '조선 일색'

입력 2014-09-21 11:21

“나라가 불안할수록 대중들은 판타지 보다는 리얼리티를 찾는다.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정치를 향한 국민의 불만은 고조되고 있다. 리얼리티를 보여주는 대표 장르는 단연 사극입니다.”



한상덕 대중문화 평론가의 지적처럼 올 상반기 대중문화는 사극이 큰 힘을 보였다. KBS ‘정도전’이 안방 TV를 휩쓸고, 영화 ‘명량’이 스크린을 지배했다. 두 작품 모두 조선 시대가 배경이다.

작품 속 조선이야기는 여전히 강세다. 21세기 대한민국이 조선에 길을 묻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부터 방영을 시작해 인기 몰이를 하고 있는 TvN ‘상총사’와 MBC ‘야경꾼일지’, 그리고 22일 첫 문을 여는 SBS ‘비밀의 문’의 배경도 조선이다.

2014090501000163800007121
영화 ‘파파로티’에서 스승과 제자였던 배우 한석규와 이제훈의 인연이 SBS ‘비밀의 문’에서 아버지와 아들로 이어졌다. (사진제공=SBS)

 

◇ 미치광이에서 완벽한 왕세자로 새롭게 부활한 사도세자


조선 역사 속 가장 충격적인 사건을 꼽자면 단연 뒤주 속에 갇혀 죽은 ‘사도세자의 죽음’이다. 친아버지 영조의 손에 직접 죽임을 당한 사도세자와 그의 아들 이 산(훗날 정조)의 이야기는 그 충격만큼이나 다양한 작품으로 탄생했다. 배우 이서진이라는 이름을 대중에게 기억시킨 드라마 ‘이산’과 현빈 등 근육으로 더 큰 화제를 모은 영화 ‘역린’에서도 사도세자 이야기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22일 밤 10시 첫 방송을 하는 SBS 월화 드라마 ‘비밀의 문’에서도 사도세자가 등장한다. 드라마는 우리가 아는 미치광이가 사도세가 아닌 어린시절 완벽한 왕세자 ‘이 선’의 모습을 다룬다. 이선은 왕권 강화에 힘을 쏟는 아버지 영조에 맞서 평등한 세상을 만들려 노력한다.

한상덕 평론가는 “사극 속에서 그려지는 권력에 맞서 사회를 바꾸는 과정은 오늘날 정치에선 찾아볼 수 없는 카타르시스”라고 분석한다. 

 

123
삼총사의 리더이자 조선의 왕세자로 변신한 이진욱. (사진제공 CJ E&M)

 

◇ 고전과 사극의 완벽한 조화

일요일 밤 9시 20분에 방영되는 TvN ‘삼총사’는 알렉상드로 뒤마의 고전 소설 ‘삼총사’와 조선 16대 왕 인조의 장자 ‘소현세자’의 이야기를 조화시킨 사극이다. 역사 속 소현세자는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에 불모로 끌려가는 인물이다. 인조가 삼전도에서 청의 태종에게 항복의 예를 올리고, 그 복종의 증거로 잡혀간 인물이 소현세자다. 소현세자는 무능력한 왕 인조와 탐욕스런 대신들 사이에서 목숨을 걸고 조선을 지키려 한다.

작품의 시대 배경은 아직 청나라의 침략이 있기 전이다.

“만약 소현세자와 같은 인물이 제대로 뜻을 펼칠 수 있었다면….”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삼총사의 카리스마 리더 소현세자에 빠져들 수록 아쉬움도 함께 커지는 게 사실이다.  

 

1406512089-34
MBC ‘야경꾼 일지’ 공식 포스터. (사진 제공 =MBC)

 

◇ 순라군이 야경꾼으로

‘해를 품은 달’, ‘구가의 서’, ‘기황후’ 등 최근 MBC 사극의 특징은 픽션이다. 얼마 전부터 방영을 시작한 MBC 월화 드라마 ‘야경꾼 일지’도 픽션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귀신을 둘러싼 갈등을 그렸다. 

 

드라마에서 야경꾼은 밤 9시부터 새벽 5시까지 통행금지 시간에 순찰을 도는 방범대를 말한다. 조선의 밤을 기찰했던 순라군이 귀신을 만나 야경꾼으로 탄생했다. 왕이 이무기를 물리치는 이야기나 마고족, 용신족과 같은 캐릭터가 조선이 아니라 고조선에 가깝다는 지적이 있지만 귀신이 나오는 픽션에서 정통성을 주장하는 것도 억지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야경꾼일지’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시청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조선이 남긴 기록만큼이나 다양한 소재와 이야기들을 왕들이 제공해준다. 그중 가장 인기가 많은 왕은 영조다. 22일 첫 방송을 시작하는 ‘비밀의 문’도 영조가 등장한다. 드라마 ‘이산’에서 깐깐한 왕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이순재의 영조와 또 다른 한석규의 영조가 더욱 기다려진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