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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왕' '미생' 웹툰 그 이상의 작품 나올까

웹툰 원작 작품, 올 하반기만 3편… 팬층 넓은 '미생'은 드라마로
한편씩 즐기는 만화의 기대감, 영화로 옮겨야 성공 할 것

입력 2014-09-24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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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는 찰리 카우프만 같은 전문 시나리오 작가가 있지만 한국 영화계는 시나리오 작가를 전업으로 하는 사람이 드물다.  

 

시나리오를 쓰는 일은 그저 메가폰을 잡는 감독이 되기 위해 거치는 과정일 뿐이다. 영화 제작자들은 “충무로에 시나리오 작가가 없다”고 한탄한다. 언제부턴가 ‘충무로에 좋은 시나리오가 없다’는 말이 들리는 것은 자연스런 결과다.  

 

과거엔 소설원작 작품이 많았지만 최근 트렌드는 ‘웹툰’이다. 제작자는 인기 웹툰에서 검증된 시나리오를 발굴한다.  

 

가장 많은 작품을 영화화한 작가는 강풀이다. ‘순정만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26년’ 등 총 7개 작품이 영화화됐다. 이외에도 윤태호 작가의 ‘이끼’, Hun 작가의 ‘은밀하게 위대하게’ 등 많은 웹툰이 영화화됐다. 하지만 김수현 주연의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제외하고 뚜렷한 흥행을 기록한 작품이 없다. 

 

이에 대해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웹툰과 영화의 구조적 차이점을 지적한다. “웹툰은 매회가 끝날 때 긴장감을 주고 결말까지 유지시킨다. 하지만 기승전결이 있는 영화는 2시간 동안 웹툰의 긴장감을 지속시키는 게 힘들다”고 원인을 분석한다. 

 

영화로 표현하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웹툰 원작 작품은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많은 돈이 드는 영화제작에서 새로운 시나리오로 모험하기보다는 검증된 걸로 안전하게 가자는 주의다. 올 하반기만 해도 총 3편의 웹툰 원작(소재) 작품이 관객을 만난다.  

 

2012년 SBS가 드라마 ‘패션왕’을 제작한다고 발표했을 때 사람들은 가장 먼저 웹툰 ‘패션왕’을 떠올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나니 제목만 같을 뿐이었다.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살아 움직이는 패션왕을 기다리는 팬들의 성원은 멈추지 않았다.  

 

2014년 10월 드디어 진짜가 나타난다. ‘패션왕’은 평범한 고교생 ‘우기명’이 패션에 눈뜬 후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촌스런 교복을 벗고 절대 간지 댄디남으로 변신하는 과정은 B급 코드로 무장한 원작과 동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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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를 영화화해 성공한 마블코믹스의 '어벤져스'

 

10월에는 ‘맨홀’이 개봉한다. 영화 '맨홀'은  제4회 다음온라인 만화공모전 대상 수상작으로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아귀’가 모티프다. 영화는 맨홀로 사람을 끌어들여 죽이는 살인마와 그에 맞서는 자매의 이야기를 담았다. 웹툰 '아귀'에선 맨홀 속에 괴물이 등장하지만 영화 '맨홀'은 살인마가 출연한다. 

 

윤태호 작가의 ‘미생’은 단행본으로 소장하고 싶은 웹툰 1위에 꼽히는 인기 작품이다. 직장인의 삶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20대에서 50대까지 폭 넓은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다. 얼마전 TvN은 ‘미생’ 제작 발표를 공식 선언했다. 형식은 영화가 아닌 드라마다. 단행본 7권 분량의 이야기를 무리하게 압축하기보다는 긴 호흡의 드라마로 제작해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서다. ‘미생’은 주인공 장그래가 바둑 프로입단에 실패하고 직장에 들어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올 하반기에 주목받는 또 하나의 작품은 영화 ‘카트’다. 웹툰 원작은 아니지만 영화 속 이야기는 최규석 작가의 ‘송곳’을 떠올리게 한다. 대형마트의 비정규직 직원들이 부당 해고를 당한 이후 회사에 맞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서로 동일하다.  

 

허 영화평론가는 만화의 성공적인 영화화의 예로 미국 마블코믹스 시리즈를 언급한다. 그는 “마블코믹스는 작품을 단순히 작품을 영화화하는데 그치지 않고 늘 다음 편에 대한 기대감을 준다”며 “한편 한편 만화로 즐기는 기대감을 영화로 옮기는 데 성공하면서 관객과 함께 새로운 시리즈를 제작한다”고 설명한다. 

 

원작이 있다는 것은 제작자에게 큰 부담이다. 그 원작이 이미 엄청난 인기를 누린 작품이라면 그 부담감은 더하다. 검증된 시나리오가 안정감을 주지만 실패했을 때 원작을 망쳤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웹툰 시장은 갈수록 발전하고 있지만 여기에 의존하고,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영화 시장은 제자리걸음이다. 우리가 원작, 그 이상의 작품을 기다리는 이유다.  

 

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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