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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받고 학원 다니는 친구들, 우리 점수 샘 낼걸요"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상수교육장 탐방

입력 2014-11-02 11:03

배나사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 ‘배나사’ 선생님들이 수업 자료를 만들고 있다.

 

 

마포교육장1
마포구 상수청소년독서실 지하 1층 교육장 모습

 

30일 오후 6시, 서울 마포구 상수청소년독서실 지하1층 자치회관. ‘찌이잉, 찌이잉...’ 쉴 새 없는 프린트기 소리가 회관 가득 울리고 있다. ‘끼익, 끼익...’ 어지럽게 배치돼 있던 책상도 제자리를 찾아갔다. 뽑은 프린트가 쌓여 갈수록 변지수(25·대학생)씨의 손놀림은 더욱 분주해졌다. 


수학교재를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고민하던 변 씨는 책상정리를 하던 이효정(23·여·대학생)씨를 불렀다. “쌤, 오늘 애들 빨리 오겠죠? 닮음 파트라서 애들이 개념 설명 잘 들어야 할텐데...”, “애들 약속 지키니깐 다 올거에요.” 상기된 표정의 두 사람은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배나사)에서 활동하는 선생님이다.



중학생들에게 배움과 사랑을 나누어주는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 나선 곳, ‘배나사’. 2007년 설립된 ‘배나사’는 방과후 더 배우고 싶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과외나 학원 등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을 위해 배움의 기회를 주는 비영리 교육봉사단체다.

‘배나사’ 선생님들은 한결같이 밝았다. 친구의 추천으로 ‘배나사’를 찾게 된 변진수씨,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아 봉사를 한다고 했다. 그는 웃음을 띠며 “아이들과 함께 소통하고 그들의 삶을 공유할 수 있는데서 봉사의 의미를 찾는다”고 말했다. 이효정씨는 “교육봉사는 예전부터 하고 싶었다”며 “직접 와서 해보니 어려운 점도 있지만 보람이 제일 컸다”고 했다. 특히 그는 “아이들과 방학 때마다 함께하는 MT, 소풍 등의 행사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상수청소년독서실 자치회관은 마포구 서강동 주민센터의 지원을 받아 교육장소로 사용한다. 2명의 선생님이 한 팀을 이뤄 중학교 2학년 수학 수업을 진행했다. 이곳에서는 두 개의 반이 운영되고 있다.

6시 20분, 학생들이 하나 둘 회관으로 들어왔다. 변지수씨 반(A반) 학생이다. “쌤 안녕하세요?” “어, 희정이가 제일 먼저 왔네. 옷 따뜻하게 입고 다녀.” 가장 먼저 도착한 김희정(14)양은 칠판이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앉아 가방을 풀었다. 자그마한 체구에 앳된 얼굴이다. “작년 겨울 때부터 배나사에 오게 됐어요. 언니와 학교 선생님의 추천을 받았죠. 착한 사람이 많아서 좋아요.”

“야! 이런 바보XX, 빨리 빨리 늦었어!” 회관 밖에서 남학생들의 외침이 들렸다. 김수민(22·여·대학생)씨와 박지수(20·여·대학생)씨가 맡은 B반의 학생들이다. B반 학생은 모두 6명, 남학생이 5명이다. 개구쟁이 남학생들은 책상에 앉자말자 “쌤 오늘 뭐해요? 닮음요? 그게 뭐에요? 아...힘들겠다.” 회관은 아이들의 웃음과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자 A반과 B반의 분위기는 아주 딴판이다. 여학생이 많은 A반, “야! 오늘 저녁에 나 짜파게티 먹고 왔다!”, “쌤!, 얘가 내 책에 낙서해요. 혼내주세요.” 종종 집중을 못할 때도 있었지만, 변 씨는 그때마다 주의를 주고 수학 개념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초롱초롱한 눈빛에서 배움에 대한 열의를 느낄 수가 있다.

남학생이 많은 B반은 조용한 분위기였다. 활기 찼던 수업 시작 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집중하는 아이, 조는 아이, 펜을 굴리는 아이 등 각양각색이었다. “쌤, 언제 마쳐요? 아 오늘 운동하고 와서 피곤해요.”라며 우는 소리를 내는 학생도 있다.

그러나 B반은 문제 푸는 시간이 되자, 신기할 정도로 집중을 했다. ‘사사삭...’ 연필로 문제 풀이를 써 내려가는 소리가 놀라울 정도였다. “아이들이 할 때는 정말 열심히 해요. 물론 이 나이 또래 특유의 까불거리는 것은 있지만, TV 뉴스에서 보는 어두운 면은 전혀 없어요.” B반 담당 박지수씨의 말이다. 그는 아이들의 순수함에 이끌린다고 한다.

수업은 7시 30분까지 진행됐고, 아이들은 선생님이 건네주는 수학 문제 40개를 끝까지 풀고 집으로 향했다.

“여기 와서 성적이 많이 올랐어요. 쌤들도 다 예쁘고 성격 좋고 친절해요. 종종 맛있는 것도 먹으면서 얘기하고 놀기도 해요. 저도 대학생이 되면 배나사에서 아이들을 꼭 만나고 싶어요.” ‘배나사’의 귀여운 악동, 지창환(15)군의 소박한 꿈이다.

박준영 기자 littleprince3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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