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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연극 ‘해롤드&모드’ 19세와 80세의 사랑, 죽음을 테마로 삶을 이야기하다

매일 매일 새로운 것을 하려는 80세 모드와 계획만하는 19세 해롤드의 특별한 사랑
연극 ‘해롤드&모드’의 힘, 박정자와 마냥 들뜬 19세 청춘 여섯 번째 해롤드 강하늘
시대를 초월하는 메시지, 그래서 세상은 살아볼만하다

입력 2015-01-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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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매일 새로운 것을 하려는 80세 노파와 계획만하는 19세 소년의 특별한 사랑 ‘해롤드&모드’(사진제공=샘컴퍼니)

 

죽음을 이토록 유쾌하게 그리고 사랑스럽게 풀어내는 연극이 또 있을까? 박정자의 ‘모드’로 시작한 ‘해롤드&모드’가 벌써 여섯 번째 무대를 올렸다. 이종혁, 김영민, 윤태웅, 이신성, 조의진, 다섯 명의 해롤드가 있었고 여섯 번째 헤롤드 강하늘이 무대에 선다.





◇매일 매일 새로운 것을 하려는 80세 모드와 계획만하는 19세 해롤드

80세 생일을 앞둔 모드와 18번째 자살시도를 미수에 그치고 19번째를 계획 중인 19세 소년 해롤드,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의 첫 만남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장례식장에서다. “산다는 건 위대하게 순환하는 거야”라는 모드의 말처럼 연극 ‘해롤드&모드’는 죽음이라는 위대한 순환과정을 다룬다.

80세를 앞두고도 ‘매일 매일 새로운 것을 해보자’는 좌우명을 가진 모드는 매일 매일 방에 틀어박혀 뭘 할까를 고민만하는 해롤드를 변화시킨다. 첫 샴페인과 물 담배, 첫 기타 연주와 휘파람, 노래 그리고 춤, 로맨틱한 생일파티 등 해롤드의 처음은 모드와 함께다.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고 거대한 나무 꼭대기에 올라 도시를 내려다보는 두 사람의 그 순간은 인도 현자의 병뚜껑에 새겨진 문구처럼 “이 또한 사라져갈 것”이며 그래서 인생을 만끽하며 살 수 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고민하고 계획만 세우는 해롤드, 그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사는 2015년 청년들은 매일 매일 새로운 경험에 기쁨이 충만한 80세 모드를 통해 위안 받고 변화하기 시작한다.



◇연극 ‘해롤드&모드’의 힘, 박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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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드로 벌써 여섯 번째 무대에 선 박정자, 그녀는 ‘해롤드&모드’의 중심이며 모드 그 자체다.(사진제공=샘컴퍼니)

 

“지구의 슬픔은 스스로가 인간인 줄 알면서도 기계로 착각하는 인간들이야”, “살아있는 거인의 품에 안겨 자연을 지켜보고 있는 거야”,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이별이야”….

역시 박정자다. 적는 것만으로는 지나치게 연극적이고 과장된 감정은 박정자의 입을 통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진다.

박정자는 해롤드 역의 강하늘이 “너무 사랑스럽다”고 극찬하며 “나를 비롯한 관객 모두가 해롤드가 돼 모드에게 지혜를 배우고 위안 받는 연극”이라고 할 만큼 ‘해롤드&모드’의 중심이며 모드 그 자체다.

무공해, 무소유의 그녀 삶은 세상을 빛나고 깨끗하게 정화하니 모드는 “누구나 롤모델로 삼고 싶은 인물”이다.

“인생 중 가장 충만한 나이고 더도 덜도 아니게 꽉 찬 날”이 80세 생일이라는 박정자가 모드로 80살까지 건강하게 무대에 서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다.



◇마냥 들뜬 19세 청춘, 여섯 번째 해롤드 강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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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해롤드 강하늘, 오랫만의 연극무대에 마냥 들뜬 그의 연기는 대견하게도 해롤드 그대로다.(사진제공=샘컴퍼니)

 

극 내내 강하늘은 해롤드 마냥 들떠 있다. 드라마 ‘미생’, 영화 ‘쎄시봉’으로 바쁜 2014년을 보내고 오랜만에 연극무대에 선데다 그 상대가 대선배 박정자다. 그 설렘과 기쁨을 표현하기에 ‘자살’을 꿈꾸는 엉뚱한 19세 소년 해롤드는 더할 나위 없는 배역이다. 자칫 부담스러울지도 모를 강하늘의 연기는 그래서 대견하다. 그리고 그에겐 극 중 해롤드처럼 이런저런 시도를 하는 연기에 물 흐르듯 받아치는 모드 박정자가 있다. “괜히 선생님이 아니다”라며 혀를 내두르는 강하늘은 그렇게 시시때때로 해롤드가 된다.

보통의 캐릭터라면 그의 과잉된 감정과 들 뜬 모습이 극 몰입을 방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연기하는 해롤드는 살아야할 19세에 죽음을 도모하는 청년이다. 관심받기 위해 어머니를 놀래키고 온갖 무모한 일을 벌이는 해롤드가 모드를 만나 변화하고 행복해지는 과정을 함께 하는 것은 꽤 기분 좋은 동행이다. 게다가 박정자가 꿈꾸는 “젊은이들로 꽉 찬 객석”을 선사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시대를 초월하는 메시지, 그래서 세상은 살아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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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테마로 하지만 살아갈 힘과 긍정적 에너지를 주는 ‘해롤드&모드’(사진제공=샘컴퍼니)

 

‘죽음’을 논하는 연극이지만 ‘해롤드&모드’는 유쾌하고 긍정적 에너지가 넘친다. 삶과 죽음은 같은 곳을 향해 내달린다. 그래서 죽음도 인생의 한 부분이다. 시대와 나라, 국적을 초월해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메시지가, 그래서 80세와 19세의 사랑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연극이다. 그렇게 ‘해롤드&모드’는 죽음을 테마로 세상을 살아가고 싶게 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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