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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자 “톨스토이가 쓴다해도 쪽대본은 싫어요”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로 7년만에 지상파 드라마 복귀
‘결혼하지 않은 여자’ 김인영 작가 대본에 반해
‘런닝맨’ 등 출연, 젊은 층과 호흡 좋지만 즉각적 반응 무섭기도

입력 2015-02-2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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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엄마’ 김혜자가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을 통해 7년만에 지상파 드라마로 돌아온다 (사진제공=KBS)




‘국민엄마’ 김혜자가 스크린에 이어 브라운관으로 팬들을 만난다. 지난 2012년 JTBC 개국 당시 시트콤 ‘청담동 살아요’ 출연 이후 3년만이다. 정통 드라마로는 2008년 KBS2 ‘엄마가 뿔났다’이후 무려 7년만이다.

작품 고르는 안목이 신중하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김혜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드라마는 KBS2 ‘착하지 않은 여자들’.(극본 김인영, 연출 유현기) ‘결혼하고 싶은 여자’, ‘태양의 여자’로 여성들의 미묘한 심리를 섬세하게 대본에 녹여낸 김인영 작가와 ‘공부의 신’, ‘브레인’, ‘내 딸 서영이’ 등의 유현기PD가 손을 잡았다.

김혜자는 극중 재야의 소문난 요리선생으로 알려진 안국동 강선생 강순옥을 연기한다. 순옥은 부잣집 외아들과 결혼했지만 남편의 외도로 평생 외롭게 사는 인물. 큰 딸 현정(도지원)은 방송사 아나운서, 문제아였던 둘째 딸 현숙(채시라)도 좋은 남편을 만나 박사 손주를 만들었다. 모든 게 순탄할 것만 같던 순옥의 인생에 또다시 풍랑이 닥치면서 갈등이 전개된다. 언뜻 평범한 가족극을 연상케 하지만 인간의 선악 심리를 표현하는 김인영 작가 특유의 필력이 기대를 더한다.

김혜자 역시 작가의 필력에 놀라움을 표했다. 그는 23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진행된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오랫동안 연기를 했지만 이 작품은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전개도 구태의연하지 않았다. 그동안 내가 왜 이 작가를 몰랐나 싶었다”고 김 작가를 칭찬했다.

그는 현장에서 또 다른 감독을 자처한다. 최근 무너진 드라마 현장의 위계질서도 김혜자를 비롯해 채시라, 도지원 등 ‘센 언니’들이 대거 출연하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 현장에서는 어림없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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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모녀3대가 함께 사는 집안의 이야기를 다룬다. 우로부터 어머니 김혜자, 딸 역의 채시라 도지원, 손녀 역의 이하나 (사진제공=KBS)


김혜자의 손주 정마리 역의 이하나는 “김혜자 선생님은 촬영 들어가기 전 리허설만 40분을 했다. 많은 선배들의 가르침을 받았지만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며 “자칫 시간이 지체돼 현장 분위기가 굳어질 수 있었지만 선생님께서 개의치 않고 나를 앉혀놓고 해주고 싶은 말씀을 하셨다”고 전했다.

둘째딸 역의 채시라도 “여자들만 3대가 사는 집이 설정이다 보니 선생님이 모든 상황을 꼼꼼하게 짚어준다. 최근 드라마국에서 극찬을 받았던 장면도 선생님 주도 하의 사전리허설이 있기에 가능했다”고 귀띔했다. 정작 김혜자는 이런 후배들의 감탄에 연습에 매진하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예전에는 저도 어려서 연습만이 살 길이었어요. 그래서 책(대본)을 일찍 달라고 해서 오늘 읽고 내일 읽고 또 봤죠. 그 영향 때문인지 제가 쪽대본 쓰는 작가를 아주 싫어해요. 배우에게 아무 상상도 하지 말라는 얘기잖아요. 톨스토이가 쓴다고 해도 쪽대본 주면 안할래요. 저만 잘 쓰면 되나, 연기자가 연구를 해야지…. 그런데 김인영 작가는 벌써 7회까지 대본이 나왔어요. 책을 읽고 공부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는 최근 영화 ‘개를 훔치는 방법’ 홍보를 위해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에 출연하는 등 젊 은팬들과 격의없이 소통하고 있다. 가끔 온라인을 통해 기사와 댓글을 확인하면서 느낀 속내를 털어놓았다.

“영화 때문에 ‘런닝맨’에도 출연하게 됐죠. 즉각적인 반응이 어떤 때는 무서워요. 어떤 댓글에는 ‘죽어도 싸다’는 험악한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달려 있어요. 가끔 댓글을 보려고 하다가도 무슨 슬픈 생각을 하려고 하나 싶어 댓글 보려는 제 손을 때리기도 한답니다.”

아직도 소녀같은 칠순 노배우의 여린 심성에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김혜자가 출연하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은 ‘힐러’ 후속으로 25일 첫 방송된다.

브릿지경제 =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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