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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메르스 잔혹사! 극장가는 소녀들의, 남자들의 그리고 여자들의 잔혹사 열풍

입력 2015-06-1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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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의 잔혹사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브릿지경제 허미선 기자 = 극장가에 잔혹사 바람이 불고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창궐과 정부의 늑장대응, 늘어만 가는 환자들,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공포의 확산 등으로 삶 자체가 잔혹사가 돼버린 현실을 연상시킨다.



잔혹사의 중심에 선 이들은 다양하기도 하다. 1938년 순수하고 유약한 소녀들의 실종에서 시작하는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이하 경성학교)과 악당들을 물리치기 위해 핏빛 척결에 나선 ‘성난 화가’가 18일 동시 출격한다.


◇소녀들의 핏빛 잔혹사, ‘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1938년 외압으로 약해질 대로 약해진 조선의 경성, 어딘지도 모를 산속 기숙학교에 새빨간 원피스를 걸친 소녀 주란(박보영)이 전학 온다.

 

‘시즈코’라 불리는 이 소녀에게 쏟아지는 또 다른 소녀들의 기묘한 눈빛, 더욱 주눅 들고 병약한 주란에 손을 내민 이는 급장 연덕(박소담)이다.

금세 가까워진 두 소녀, 주란은 연덕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체력 우수학생들만 갈 수 있다는 도쿄유학까지 꿈꾼다. 병약한 소녀들에게 투여되는 정체모를 약들, 그리고 하나둘 소녀들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부모가 와서 데리고 갔다는 에구치(박세인)가 기괴한 모습으로 보이는 주란, 그런 그녀에게 사라진 소녀들이 보였던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뭔가 수상한 학교, 지나치게 우아하고 자상한 교장(엄지원) 그리고 유약한 소녀들의 이상증세에 주란과 연덕은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에 쉽싸인다.

그렇게 시작된 소녀들의 잔혹사는 예상을 뛰어넘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학교의 비밀이 밝혀지며 드러나는 진실은 인간의 탐욕에 대한 절망과 극한 슬픔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것은 현대를 사는 이들 모두의 일이 될 수 있는 잔혹한 현실이다. 



◇29금의 흉폭한 도시활극, ‘성난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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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경악할만한 핏빛 도시활극 ‘성난 화가’(사진제공=트리필름)

 

남자들을 전면에 내세운 영화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그들의 잔혹사는 좀 더 폭력적이고 자극적이며 흉폭해지고 있다. 그런 극장가에 19금을 넘어 29금이라고 주장하는 영화 ‘성난 화가’가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회색빛 도시를 여전히 활보하고 있는 잔악한 무리들, 그들을 척결하라는 신의 계시를 받은 화가(유준상)와 그의 조력자로 나선 낭만 드라이버(문종원)가 벌이는 복수혈전이다.

화가와 드라이버에 직접 연관된 누군가를 위한 복수가 아니다. 도대체 왜냐는 질문에 답할 사연도, 이유도 없다. 그저 신의 계시가 있었고 그 신의 계시를 받은 남자의 설득에 동참했을 뿐이다.

간악한 악당의 내장을 갈아 피해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의 복수에 경악할만한 핏빛 향연이 펼쳐진다. 악당은 아무렇지도 않게 거리를 활보하며 여전히 악행을 행하고 피해자는 속수무책이다. 이러한 현실에 직접 척결에 나선 화가와 드라이버의 유혈 낭자한 도시 활극은 악당지수에 비례할 정도로 잔인하다.

이 ‘잔혹사’가 두려운 이유는 살인마 사냥에 나선 두 사람의 광기가 아니다. 그 광기가 영화는 현실에 비하면 ‘미화’라는 사실을 각인시키기 때문이다.


◇여자들의 눈물겨운 잔혹사, ‘마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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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하기만 한 여자들의 잔혹사 ‘마돈나’.(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지나치게 풍만한 가슴 때문에 ‘마돈나’라는 별명을 가진 여자 미나(권소현). VIP 병동에 배치된 간호조무사 해림(서영희)에게 임신한 채 뇌사 상태로 실려와 VIP병실에 누운 그녀는 그저 ‘미션’ 중 하나인 것처럼 보였다.

뇌사상태로 10년을 버텨온 자산가 철오(유순철), 사실 그의 오랜 연명은 자의에서가 아니었다. 그의 재산을 포기할 수 없는 아들 상우(김영민)에 의한 것이었다.

상우는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긴 아버지를 위해 두 번의 심장이식을 했고 또 한번의 이식을 위해 공여 심장을 물색 중이다. 그 중에 실려 들어온 임산부가 미나다. 그녀의 연고자를 찾아 장기이식동의서를 받아야하는 미션이 해림에게 떨어졌다.

미나에게 세상은 가혹하기만 했고 그녀의 사연은 극단적으로 박복하다. 그저 풍만함을 넘어 뚱뚱하다는 이유로 놀림거리가 되고 멸시받았다.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아 외롭고 고독한 그녀를 이용하고 버리는 인간들은 미나의 사연을 잔혹사로 만들었다.

그런 미나의 궤적을 좇던 해림은 그녀에게서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들의 잔혹사는 현재를 사는 여자들에게 언제나 닥칠 수 있는 공포의 순간들이다.

잔혹사는 내 이야기가 될 때 공포가 배가한다. 최근 메르스 사태를 지켜보며 드는 공포는 그래서 잔혹사라 할만하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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