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포르투갈 가톨릭의 본산 ‘브라가’ … ‘봉 제수스 두 몽테’ 등 30개 성당 밀집

SC브라가로 친근하지만 미뉴대·그린와인·자동차공업 유명 … 山頂 계단식 제단과 오감분수에 경탄

입력 2016-02-16 13:44

20151203_124737
포르투갈 브라가의 브라가대성당

지난해 12월초, 포르투갈 여행 3일차는 포르투갈의 역사가 시작됐다는 브라가(Braga), 기랑마이스(Guimaraes)를 한꺼번에 도는 일정이다. 동트길 기다려 호텔 밖으로 나오니 겨울 오전 7시반경이지만 출근하는 사람들이 제법 붐빈다.  시간에 여유가 좀 있는지라 포르투의 명소인 마제스틱카페 앞 빵집에서 커피와 빵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볼량시장에 들러서 간식거리로 과일을 샀다. 

포르투에서 브라가로 가는 기차는 30분에 1대꼴로 배차된다(포르투갈 철도 예약 홈페이지, http://www.cp.pt/passageiros/pt). 숙소가 포르투 상벤투역에서 가깝고 기차편도 많은 편이어서 굳이 예약할 필요가 없었다. 브라가행 8시15분 기차를 타니 1시간만에 종착역이 브라가에 도착했다. 

브라가는 미뉴(Minho)지역의 중심지로 리스본, 포르투에 이어 포르투갈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다. 미뉴지역은 포르투갈의 북서부 23개 관할지를 묶은 곳으로 자동차·기계·전자 등 공업이 
상대적으로 발전한 곳이다. 인구밀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고 경제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미뉴지역은 브라가·기마랑이스 등을 아우르고 있으며, 북쪽으로는 스페인과 국경을 접하고, 남쪽으로는 포트와인 산지로 유명한 도우루(Douro)지역과 붙어 있다.
20151203_104406
포르투갈 브라가 ‘봉 제수스 두 몽테(Bom Jesus do Monte)’의 분수정원

미뉴지역은 포르투갈에서는 가장 서늘하고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 신선하고 깔끔한 맛의 화이트와인으로 잘 알려진 ‘비뉴베르드(Vinho Verde, Green Wine)’를 대량 생산한다. 어린 포도송이로 만든 젊은 와인(푸른 와인)은 청량감이 이루 말할 수 없다. 레드와인을 포함, 전체 포르투갈 와인의 4분의 1이 미뉴지역에서 재배된다. 

미뉴지역의 주도인 브라가는 신석기시대부터 사람이 거주했고, 기원전(BC) 20년 로마제국시대에 브라카라아우구스타(Bracara Augusta)라는 이름으로 도시가 세워질 정도로 유서가 깊다. 기원후(AD) 3세기경에는 이베리아반도에서 가장 먼저 가톨릭이 전해지기도 해서 ‘포르투갈의 로마’로 불리기도 한다. 

브라가는 2012년 유럽 청소년 수도로 선정됐다. 학생이 많이 거주하여 인구층이 젊은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는 포르투갈 축구명문팀인 FC브라가가 제법 알려져 있다. 하지만 더 유명한 것은 FC브라가의 홈구장인 시립 축구경기장이다. 축구팬뿐만 아니라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구장이라는 찬사를 받는다. 브라가 여행 중 가장 아쉬웠던 게  일정상 FC브라가 홈구장을 가보지 못한 것이다. 

약 3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이 경기장은 축구는 골대 뒤에서 보는 게 아니라는 건축가 에두아르두 수투 데 무랴(Eduardo Souto de Moura)의 신념에 의해 지어졌다. 골대 뒤에는 자리가 없고 길게 뻗은 롱 사이드자리만 갖추고 있다. 축구장은 브라가 시내에서 북쪽으로 시내버스 5번을 타고 외곽으로 한참을 가야 한다. 브라가 대부분의 관광지는 시내와 남동부에 밀집에 했다. 

브라가가 젊은 도시인 이유 중 하나는 1973년에 설립된 국립 미뉴대학교(University of Minho)가 있어서다. 1만9000명의 학생, 1300명의 교수, 600명의 교직원이 다니는 포르투갈에서 가장 큰 대학 중 하나다. 2013년 타임스고등교육(Times Higher Education)에서 선정한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신생 명문대학 Top100에 오르기도 했다. 2014년 7월 전북대와 줄기세포와 생명공학 연구를 위한 자매결연을 맺기도 했다. 
브라가행 기차 안 마주 앉은 여대생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의학서적을 보고 있다. 미뉴대 학생인데 전공시험이 있나보다.

브라가역(ESTACAO DE BRAGA)은 상벤투역과는 달리 새로 지은 현대식 건물이다. 역 정문 좌측 버스정류장(Avenida da Liberdade)에서 브라가에서 가장 보고 싶은 ‘봉 제수스 두 몽테(Bom Jesus do Monte)’에 가기 위해 2번 버스(편도 1.65유로)를 기다렸다. 이 버스는 1시간에 두 대 정도 운행된다. 브라가 중심에서 20분을 타고 달리면 5㎞ 외곽에 위치한 봉 제수스 두 몽테 버스 종점역에 이르게 된다. 
20151203_105013
‘봉 제수스 두 몽테(Bom Jesus do Monte)’의 계단식으로 정렬된 오감분수

봉 제수스 두 몽테는 ‘산에 계신 우리의 좋은 예수님’이라는 뜻이다. 몽테(Monte)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산 정상에 언덕을 만들어 조성한 성당이다. 입구에 도착하니 푸니쿨라가 있다. 건장하고 시간이 많다면 걸어 올라가도 충분하지만 1882년에 첫 운행됐다는 유서 깊은 푸니쿨라(편도 1.2유로, 왕복 2유로)를 타보기로 했다. 1시간에 약 2회 왕복한다. 짧지만 45도에 가까운 급경사다. 10여분만에 산정의 성당에 도착했다. 

드디어 봉 제수스 두 몽테의 위세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정문에서 아래로 보이는 브라가 전경이 살짝 드리운 안개 너머로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이 성당은 십자가를 위해 지은 예배당 하나로 시작되어 15~16세기 재건되었고, 17세기에는 예수에게 바치는 6개의 예배당과 순례자 예배당이 추가로 지어졌다. 현재의 모습을 갖게 된 것은 18세기로 당시 브라가의 추기경이었던 로드리고 데 무아 테예스(Rodrigo de Moura Telles)의 지시로 유명 건축가 카를로스 아마렌테(Carlos Amarante)가 신고전주의적으로 완성했다. 봉 제수스 정문에는 테예스 문양이 걸려있다. 

성당 내부를 둘러보고 성당 왼편의 아줄레주, 분수정원을 거닐었다. 전망대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며 여유롭게 브라가 시내를 보는 것도 낭만적이다.  
사실 이 곳은 성당 자체보다는 사람의 오감을 형상화한 5개의 분수가 산 정상에서 아래 방향으로 정렬한 ‘봉 제수스 계단(Escadaria do Bom Jesus)’과 성당으로 들어가는 신념·희망·박애의 ‘삼덕의 계단(Escadaria das Tres Virtudes)’이 유명하다.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층층이 쌓인 계단과 그 위에 언덕에 자리잡은 성당이 특이하면서도 멋스럽다.  
20151203_111923
‘봉 제수스 두 몽테(Bom Jesus do Monte)’의 계단식으로 정렬된 오감분수

여행객에게는 이곳이 오래된 유적지이지만, 현지인들에겐 푸근한 동네 뒷산인가보다. 운동복으로 조깅하는 사람과 자전거로 하이킹하는 사람이 숱하게 보인다. 겨울철이라 관광객이 별로 없었지만, 부활절 주간에는 봉 제수스의 계단을 손으로 짚고 오르는 의식을 갖는 전 세계 각지의 순례자들로 붐빈다고 한다.

봉 제수스를 뒤로 하고 2번 버스를 타고 브라가시청, 관광안내소 등이 있는 헤푸블라카 광장(Plaza da Republica)으로 향했다. 버스 기사에게 물어 하차하니 왼쪽에 시청건물이 보이고 광장에 사람들이 북적인다. 

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콘그레가도스수도원(Convento dos Congregados)은 성 안토니에게 공헌된 예배당 자리에 17세기말에 지어졌다. 겉표면은 바로크 영향을 받았지만, 20세기 후반에 조르쥬 골라코(Jorge Golaco)에 의해 장식되었다. 

저 멀리 오래된 브라가성과 탑들을 보수하는 기중기가 쉬지 않고 왔다갔다 한다. 브라가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작업이 한창이다.
브라가의 다양한 역사를 간직한 광장 중앙엔 비아나(Vianna)분수가 있어 이를 ‘비아나광장’이라고 부른다. 분수와 같은 이름의 카페는 브라가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로 1858년에 개점했다. 

광장과 이어져 있는 긴 정원이 아베니다센트럴정원(Jardim da Avenida Central)이다. 광장 끝에 관광안내소가 위치해 있다. 
20151203_120550
포르투갈 브라가의 산타바바라 정원

산타바바라정원(Jardim de Santa Barbara)은 대주교궁으로 사용하던 건물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데 아담하고 소박하다. 17세기에 처음 조성된 이래 1955년의 조경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 정원 중앙엔 수호신인 성인 바바라의 석상이 있는 분수가 자리잡고 있다. 17세기에 만들어진 이후 손대지 않은 것이다. 정원 바로 앞에 위치한 주스티누 크루즈 거리와 프란시스쿠 산체스 거리는 종종 거리공연이 펼쳐진다. 

브라가는 인구 20만명이 안 되는 작은 도시지만 이베리아반도에서 가장 먼저 가톨릭이 전파된 만큼 30여개의 성당과 수도원이 들어서 있다. 그 중에서도 브라가대성당(Se de Braga)은 포르투갈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으로 무어식 모스크로 사용되던 오래된 로마네스크 건물을 헐고, 포르투갈 최초의 왕인 아폰소 1세의 아버지 엔리케 데 보르고냐(Henrique de Borgonha)공작이 11세기에 개축했다. 이 성당 안에는 보르고냐 공작과 그의 부인 테레사의 묘가 있다. 2개의 바로크 종탑과 로마네스크 파사드가 특징적이며, 아줄레주도 볼 수 있다. 성당 북쪽 출입구 부근에 알차게 꾸려진 작은 성물박물관이 마련되어 있는데 10세기에 상아로 만든 관, 16세기 탐험가 페드로 아바레즈 카브랄이 브라질 발견 후 첫 미사를 기념하는 데 사용했던 쇠로 만든 십자가 등이 전시돼 있다. 15세기에 제작된 성가대 의자와 바로크풍 더블 오르간도 유명하다. 

바쁘게 둘러보다 보니 시장기가 느껴진다. 리스본 시아두 지구에 있는 ‘아 브라질레이라(A Brasileira)’ 카페 주인이 1907년 브라가에도 동명의 지점을 냈다. 30년 동안 운영해오며 커피콩 1kg을 구입하는 손님들에게 에스프레소 한 잔씩을 무료로 건네던 것이 현재 브라가에서 가장 유명한 카페로 자리잡은 시작이 됐다. 번화가 입구에 위치, 포근하고 환한 실내가 따뜻한 분위기를 만든다. 창가 쪽은 브라가성이 보여서인지 인기가 좋은데 우리 일행은 운 좋게  창가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사람들이 많이 마시는 에스프레소와 참치·치킨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현금결제만 가능하다.
20151203_133811
포르투갈 브라가의 성프란시스코 제3회 수도회 성당(Church of the Third Order of St. Francis)

요기를 하고 나니 다시 기운이 난다. 걷다보니 대주교의 고성이 보인다. 이 건물은 1746년으로 거슬러서 대주교 돔 요세 브라간사(Dom Jose de Braganca)가 주춧돌을 놓았다. 안드레 소아레스(Andre Soares)가 설계했고, 장식은 바로크시대에 바탕을 뒀지만 로코코 스타일과 연계돼 있다. 1866년에 큰 화재로 일부 소실됐다가 1930년에 복원돼 현재 브라가 공공도서관으로 쓰인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건물로 대접받고 있다. 

성프란시스코 제3회 수도회 성당(Church of the Third Order of St. Francis)은 프란체스코파 수도회에 의해 1672년에 브라가에 지어졌다. 1685년에 건축이 시작되었고, 1730년에 완성됐다. 마뉴엘 페르난데스 다 실바(Manuel Fernandes da Silva)가 초기 양식주의(매너리즘)과 바로크양식을 조화시켜 지었다. 

가톨릭 용어로 남자 수도회를 제1회, 여자 수도회를 제2회, 세속에 살면서 수도 정신을 따라 살고자 하는 사람을 재속 제3회라 한다. 제3회원인 남자 수사(신부)나 수녀들은 의료·교육·사목 여러 형태의 자선사업에 봉사한다. 프란치스코회를 시작으로 도미니코회, 가르멜회, 성모의 종 수도회(Servites회), 아우구스티노회에서도 제3회 제도를 도입했다.

황영기 여행칼럼니스트 zerotwo76@naver.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