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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뮤지컬 '파리넬리' 없는 듯 ‘조신남’ 이주광, 있는 것처럼 ‘남장여자’ 박소연

뮤지컬 파리넬리 B사이드… 이주광·박소연 무대 뒷담화, '천상의 아리아'로 거세된 관객의 감성 '울게 하소서'

입력 2016-05-1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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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세당한 카스트라토 파리넬리의 좌절과 갈등 그리고 사랑과 형제애를 그린 뮤지컬 ‘파리넬리’에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주넬리’ 이주광과 ‘남장여자’ 박소연은 다정한 오누이 같다. 티격태격 하는 듯하다가도 서로를 찬양하는가 하면 금새 깔깔거린다.  

 

꽤 친숙한 하이힐을 다시 한번 신고 무대를 누비는 이주광과 배우 생활 처음으로 바지를 입고 무대에 오른다는 박소연의 뒷담화가 흥미롭다.

 

 

◇ “올게 왔구나!” 이주광의 하이힐과 박소연의 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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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과 짙은 메이크업, 머리에 쓰는 화려한 깃털장식 등에 이주광은 대수롭지 않게 '올게 왔구나'란다.(사진=양윤모 기자)

“그냥 ‘올게 왔구나’ 했어요.”

하이힐과 짙은 메이크업, 머리에 쓰는 화려한 깃털장식 등 남자배우에게는 낯설 법도 한데 이주광은 대수롭지 않게 ‘올게 왔구나’라고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뮤지컬 ‘헤드윅’, ‘프리실라’ 등에서 이미 치른 의례(?)였다.



“자꾸 하이힐에 욕심을 내! 키도 크면서”라는 박소연의 퉁바리에 이주광은 “욕심이 아니고 원래 파리넬리를 위한 디자인”이라고 발끈한다.

“깃털 장식이 워낙에 화려하기 때문에 그냥 신발을 신으면 동물을 연상하게 돼요. ‘헤드윅’, ‘프리실라’ 때도 하이힐은 신어봤기 때문에 생활화까지는 아니어도 이제는 당황하지 않고 ‘올 게 왔구나’ 할 정도는 됐죠.”

공주 전문 배우로 무대 위에서 단 한번도 바지를 입어본 적이 없는 박소연에게도 ‘올 게 온 게’ 있으니 바로 바지다. 

 

게다가 이번엔 마지막 노래를 빼고는 단 한신도 서서 부르는 넘버가 없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도망치듯 뛰어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대사를 해야하니 그야 말로 무대가 곧 체력전이다. 하물며 그의 전작은 ‘투란도트’다. 

 

“전작 ‘투란도트’에서는 화려한 드레스와 장식을 하고 동선 없이 붙박이처럼 서서 노래를 했거든요. 그간의 갈증을 풀겸 연기에 몰입도 할 겸 연습 중에도 치마를 거의 안입었어요. 롱치마 이런 거 정말 좋아하는데 한번도 못입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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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애 처음 바지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쉴틈없이 움직이며 노래를 부르는 박소연.(사진=양윤모 기자)

 

생애 첫 바지 차림 연기와 쉴틈없는 동선을 경험 중인 박소연에게 이주광의 “이제야 제 옷을 입었다”는 놀림이 돌아온다.


“평상시 앉을 때도 ‘쩍벌녀’예요. 해방된 느낌이랄까요? 저희 보다 더 벌려 앉는 거 같아요. 루이스랑 저는 절로 조신하게 앉거든요. 여기(?)가 없다는 생각으로.”

이주광이 가리키는 부분에 박장대소를 하던 박소연이 큰소리로 반박한다.

“나는 있다(?)는 생각으로 최면을 걸고 있다니까!”
해방이든 최면이든 두 사람 모두 거세된 카스트라토 파리넬리와 남장여자 안젤로에 빙의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 나만의 천상의 목소리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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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게 하소서’를 비롯해 두 사람의 추천곡은 ‘네가 필요해’와 ‘알토지오베’다.(사진=양윤모 기자)

 

그 유명한 ‘울게 하소서’를 비롯해 두 사람의 추천곡은 ‘네가 필요해’와 ‘알토지오베’다. 박소연은 ‘네가 필요해’에 대해 “사람이 절실히 필요해본 적이 있다. 특정한 사람이라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었다. 그 마음을 가득 담아 온마음을 다해 ‘네가 필요해’를 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넬리가 하고 싶었던 노래가 ‘알토지오베’가 아닐까 싶어요. 첫 연습에서 불러보는데 너무 좋은 거예요. 숙연해진 헨델 역의 최연동 배우는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죠. 기교는 없지만 담백해서 눈물이 나는 곡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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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목소리에서 위안을 받는다는 박소연.(사진=양윤모 기자)

극 중 “다른 사람에게 위안을 주는 천상의 목소리, 내가 위안 받을 목소리는 어디에 있나”라는 파리넬리의 자조 섞인 대사가 있다. 

 

극 중에서는 파리넬리와 안젤로, 서로가 위안을 주는 목소리였다. 문득 배우들이 위안받는 천상의 목소리가 궁금해졌다.

“위안받는 천상의 목소리는 타인일 수도 있죠. 하지만 전 진짜 많이 아플 때 제 노래를 부르면서 치유했어요. 배우가 스스로의 목소리에 믿음이 있어야 다른 누군가의 마음도 위로해 줄 수 있음을 느꼈죠.”

그 외 연주곡을 들으며 힐링한다는 박소연과 달리 이주광은 음악에 대해 편식이 없다. 클래식부터 블랙뮤직까지를 아우르는가 하면 어떤 날은 주현미의 트로트곡에 위안을 받기도 한다.

“정말 다 좋아해요. 특히 블랙뮤직이나 소울을 듣고 있으면 안정돼요. 흑인들의 서걱거리고 거친 목소리로 불려지는, 울림이 있는 그런 음악이요. 제가 가질 수 없는 소리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브루클린’ 하면서 그 소리를 내려고 성대를 일부러 갈기도 했는데 다치기만 하고 안되더라고요.” 

 

 

◇ 이주광·박소연, 어려운 사랑의 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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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광은 ‘쓰릴미’, ‘헤드윅’, ‘프리실라’, ‘빨래’, ‘풍월주’ 등에서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외국인 노동자 등으로 분하며 어려운 사랑을 경험했다. 이를 그는 '팔자'라고 표현했다.(사진=양윤모 기자)

 

“연기하기 편한 건 ‘여자여자한’ 작품이죠. 하지만 표독한 여자나 남장여자 등 일반적이지 않은 광기나 아픔을 가진 인물들을 연기할 때는 카타르시스를 느껴요.” 

 

전작 ‘투란도트’에서 박소연은 사랑을 갈구하는 수백명의 남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얼음공주였다. 이주광은 ‘쓰릴미’, ‘헤드윅’, ‘프리실라’, ‘빨래’, ‘풍월주’ 등에서 성소수자, 트랜스젠더, 외국인 노동자 등으로 분하며 어려운 사랑을 경험했다. 

 

“쇼 뮤지컬도 너무 좋아하지만 작가나 작곡가, 연출가 등의 철학이 분명한 작품이 좋아요. 소수, 누군가가 손가락질하는 사람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면서 저 역시 성장하는 걸 느껴요. 자칫 함부로 생각할 수 있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거든요.”

 

그리고 이번엔 거세된 남자와 여장남자로 만나 어려운 사랑을 한다. 이에 박소연은 “'투란도트'에서 그렇게 남자를 쳐죽이더니…운명”이라 자책하고 이주광은 “팔자”라며 희희낙락이다.

 

“제 팔자라고 생각해요. 평탄한 인생을 사는 연기를 안해서인지 누굴 사랑하기 애매하거나 사랑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운 경우도 있었어요. 그나마 사랑을 이룬 작품은 ‘빨래’ 정도예요. 그래서 사랑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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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광이 '좋은 배우'라고 평한 박소연.(사진=양윤모 기자)

게다가 박소연의 말대로 ‘해피엔딩’이다. 

 

“그런데 우리 사랑도 그리 온전한 건 아냐. 잘 생각해봐.”

 

장난기 어린 박소연의 말에 이주광이 “우리 대에서 끝나는, 대를 이을 수 없는 사랑?”이라며 찰떡같이도 답한다. 

 

“그래도 보람된다. 그치?”

이주광과 박소연, 어려운 사랑의 달인들의 호흡이란 이런 것이다. 

 

“되게 좋은 배우예요. 예민성이 긍적적으로 역할을 해 제대로 파리넬리를 표현하고 있죠. 연습 때는 말도 별로 없더니 무대에 오르면서 밝아지는 걸 보면서 쟨 어쩔 수 없는 배우구나 했죠. 연기적으로 섬세하고 디테일한 것들을 살려서 파워풀할 때는 파워풀하고 여린 부분도 잘 표현하고 이번에 함께 하면서 그 가치를 느끼게 된 배우예요.”

 

박소연의 평에 이주광은 가만히 생각에 빠졌다. “나를 돌아 봤다”는 그는 박소연에 대해 “날씬하고 아름답고…”로 말문을 열었다.

 

“장면을 만들려는 시도나 저를 쳐다보는 눈빛이 만화처럼 귀여워요. 함께 무대에 오를 때마다 케미스트리가 느껴져서 좋아요. 미완성된 부분이나 약속되지 안을 걸 무리해서 하는 사람들도 있거든요. 그런데 소연 누나는 약속된 것 안에서 충분히 표현하고 그 외의 것은 과감하게 베어버릴 줄 아는 배우예요. 정말 고맙죠. 제가 치밀할 때는 치밀한데 무대 위에서 감정에 너무 빠져 들어 정신을 놓을 때가 있거든요. 그럴 때 잘 이끌어주기도 하죠.”

 

서로를 놀리고 위안하며 유쾌한 이주광과 박소연을 보고 있자니 파리넬리와 안젤로처럼 배우로서 그들의 삶도 분명 해피엔딩으로 향하고 있지 싶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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