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69th 칸 B사이드 ①] 영화제의 신카스트제도 안에서

입력 2016-05-14 22:09

zksdudghkwpvmfptm
총 4회의 칸 영화제 참석 중 유일하게 블루등급을 받은 ‘굴욕’을 안긴 올해 영화제. 아직 취재 설움을 당하진 않았다.(사진=이희승기자)

 

세계적인 칸 영화제가 닻을 올린 지 나흘째가 됐다. 올해로 69회째를 맞이한 영화제는 그 연륜 만큼이나 지켜야할 ‘규칙’이 많다. 영화기자 사이에는 ‘칸 카스트제도’라는 말이 있다. 언론 신청기간이 끝나는 3월 말이면 그 어떤 매체도 받아 주질 않는다. 

 

매년 4000여명이 넘는 언론이 모이다 보니 나름의 규칙을 예외 없이 적용하는 것이다. 신청서를 보낼 때도 지난해 칸영화제를 다룬 기사와 취재국장의 허가서를 기본으로 세세한 방문일정 리포트와 묵는 숙소를 기재해야 한다. 매체의 온라인 하루 평균 방문수와 발행부수는 필수다.  

 

설사 허가가 났다 해도 프레스 배지의 색상이 그 매체의 신분을 구분한다. 화이트와 로즈, 블루로 나뉘는 이 등급은 모든 시사회와 행사에 우선적으로 입장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아예 들어가는 출구로 구분돼있다. 예를 들어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 시사회장에 로즈등급의 기자가 1시간 내내 줄을 서 있더라도 화이트배지가 나타나면 입장순위가 뒤로 밀린다.



인기 있는 영화의 시사회에서는 종종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화이트 등급 매체가 단 한곳도 없다. 화이트 배지는 연속으로 칸 영화제를 20년쯤 참석하고 기본적으로 50년 이상 된 매체만을 대상으로 한다.

최근에는 전세계적인 테러 위협으로 가방 검사까지 보완됐다. 공식 스크리닝에는 촬영도구와 하다 못해 노트북까지 입장시키지 않는다. 휴대폰과 지갑 정도만이 들어가는 사이즈를 허용할 뿐이다.

의상은 어떤가. 여자는 드레스와 구두, 남자는 보타이를 메야 입장이 가능하다. 여자의 경우 바지 정장이 가끔 허용되긴 하지만 구두가 아니면 절대 입장 불가다.

고상한 듯 보이지만 바이어들이 돈을 주고 사는 배지에서는 관대하다. 기본 400유로가 넘는 이 배지는 돈을 낸 액수가 커질 수록 ‘혜택’도 많다. 거대 배급사와 유명 감독이 참여한 작품들을 가진 마켓 관계자들과 작품 시놉시스를 우선적으로 받는다. 연륜이 깃든 자존심도 지키면서 경제논리에 순응하는 칸 영화제. 한국영화제는 어디까지 배워야 할까.

Ps: 올해 한국영화가 5편이나 초청된 덕분에(?) 영화제가 개최된 후에도 프레스 카드를 받을 수 있었던 한국 기자단. 칸 영화제에서도 이례적으로 허가를 내줬다. 내가 받은 프레스 색깔은 블루. 총 4회의 참석 경험에 블루는 처음이지만 이것만도 감지덕지.

프랑스 칸=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