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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장난스럽게 그러나 거장다운 '탱고 1997' 연습현장, 다섯 오르가니스트가 선사하는 마법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5대륙, 5인의 오르가니스트’ 마지막을 장식할 5인 협연곡 '탱고 1997' 연습현장
마이클 엉거, 마렉 스테판스키, 제레미 조셉, 김지성, 토마스 헤이우드 다섯 거장의 천진난만 의기투합기

입력 2016-05-2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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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을 대표하는 다섯 오르가니스트 마이클 엉거, 마렉 스테판스키, 제레미 조셉, 김지성, 토마스 헤이우드가 마지막 협연곡인 ‘탱고 1997’을 연습하고 있다.(사진=허미선 기자)

 

“기대 이상이었어요.”



26일 오후 8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옹기종기 모인 5명의 성인 남자들이 하나의 건반에 매달려 다양한 소리를 낸다. 아직은 불협화음처럼 저마다 다른 소리를 내고 있다.

방금 전까지 2층 벽에 걸린 파이프 오르간 앞에서 신기한 듯 기념사진을 찍어대던 이들은 27일, 28일 단 2회에 걸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5대륙, 5인의 오르가니스트’ 무대에 오를 마이클 엉거(Michael Unger, 아메리카), 마렉 스테판스키(Marek Stefanski, 유럽), 제레미 조셉(Jeremy Joseph, 아프리카), 김지성(Ji-Sung Kim, 아시아), 토마스 헤이우드(Thomas Heywood, 오세아니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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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무대에 오르는 마이클 엉거(사진 왼쪽부터 시계방향), 토마스 헤이우드, 제레미 조셉, 김지성, 마렉 스테판스키.(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연습곡은 28일 공연 마지막에서 연주될 5명 오르가니스트들의 협연곡인 토마스 로스(Thomas Ross)의 ‘탱고 1997’(Tango 1997, 40 Finger/ 424 tasten).

파이프 오르간은 연주자의 능숙함과 분주함으로 소리가 완성되는 악기다. 정확한 소리를 내기 위해 손과 발, 두뇌까지도 분주하게 움직여야 하니 연주 전 뮤지션들은 극도로 예민해지곤 한다.

하지만 각 대륙을 대표하는 파이프 오르간 거장들로 한 사람 한 사람만으로도 대단한 이 다섯 남자들은 마냥 들떠 키들거리고 장난기 어리다. 사춘기 소년같은 이들은 지난 23일 첫 대면을 한 고작 4일차 친구들, 하지만 천진난만한 박장대소와 분주한 움직임으로 얽히고설킨 다섯 거장들은 꽤 오랜 친구들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보도용_파이프오르간 무대 연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벽에 있는 파이프오르간.(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제레미와 김지성이 겨우 엉덩이를 붙이고 앉은 의자 사이사이로 마이클, 마렉, 토마스가 저마다의 순서에 맞게 들며날며 소리를 다듬어 가는 과정은 마법에 가까웠다.

불협화음과도 같던 소리들은 소란스럽고 분주한 잠깐의 시간을 지나 한소설 한소절 완성되더니 단 70분만에 제대로 된 합을 만들어낸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오르가니스트로 이번 공연을 함께 하는 김지성은 “다들 착한 건 알고 있었지만 처음 맞추는 건데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며 “연주자들은 연주 직전 엄청 예민해지곤하는데 그런 것 전혀 없이 너무 재밌게 연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각자 자기 파트를 충실하게 연습해 와서 가능했어요. 연습도 이렇게 재밌는데 무대에서는 더 잘할 것 같아요. 연습을 좀 더 하면 더 멋있는 무대가 될 겁니다.”

원래 4명의 연주자를 위한 곡으로 424개의 건반을 눌러야 하는 ‘탱고 1997’은 파트를 추가해 5인을 위한 연주곡으로 마이클·토마스·제레미·마렉·김지성 다섯 연주자가 공동으로 편곡했다.  

 

2016 세종문화회관 파이프오르간시리즈 IX 포스터
‘5대륙, 5인의 오르가니스트’ 포스터.(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꼭 70분만에 정교한 화음을 이룬 5명이 본 공연곡보다 더 열을 올린 곡이 있으니 오르간 연주곡 중 가장 유명한 넘버다.

 

클래식을 잘 몰라도 익숙한 이 곡은 앵콜을 위해 숨겨둔 비장의 카드로 27, 28일 공연의 마지막에 즐길 수 있다.

공연 관계자가 “이 곡으로 바흐의 정통 오르간 곡 모두를 섭렵하게 될 것”이라고 할 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공연 직전까지 비밀로 부쳐진 앵콜곡 연습은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계속됐다.

‘5대륙, 5인의 오르가니스트’는 세종문화회관 파이프오르간 시리즈의 아홉 번째로 27일 ‘바흐의 밤’(Bach Night), 28일 ‘눈부신 오르간의 밤’(Pipe Organ Spectacular Night)으로 나뉘어 공연된다.

27일엔 오르가니스트 출신으로 ‘오르간 음악의 거장’이라 평가받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 (Johann Sebastian Bach)의 작품이 연주된다. 27일 공연이 정통 오르간 연주곡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무대라면 28일은 5명 오르가니스트들의 개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모차르트와 차이코프스키, 슈만과 시벨리우스 등 오르간 원곡과 편곡 작품들을 선사할 예정이다.

따로 혹은 함께 합을 맞춰 파이프 오르간의 진면목을 선사할 ‘5대륙, 5인의 오르가니스트’는 27일 오후 7시 30분, 28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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