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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보고 또 보고, 관객도 배우도 ‘들었다 놨다’ 공연계에 불어 닥친 2인극 열풍

‘라흐마니노프’, ‘마마 돈 크라이’, ‘키다리 아저씨’, ‘트레이스 유’, ‘도둑맞은 책’
‘쓰릴미’, ‘마이 오브 라이프’, ‘빈센트 반 고흐’, ‘마이 버킷리스트’, ‘얼음’ 등 공연계 2인극 전성시대

입력 2016-08-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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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남자배우들의 등용문이라 일컬어지는 뮤지컬 ‘쓰릴미’, 일본에 레플리카(Replica, 음악과 가사는 물론 안무, 의상, 무대세트까지 똑같이 공연하는 방식)로 수출된 ‘빈센트 반 고흐’, 순수했던 시절로 이끄는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힘겨운 이 시대 청춘들을 위한 ‘마이 버킷리스트’, 관객들로 하여금 눈에 보이지 않는 용의자를 창조하게 하는 ‘얼음’ 등. 


간절히 다음 공연을 기다리게 하는 이 작품들 뿐 아니다. 재관람률 80%의 ‘마마 돈 크라이’, 현재 공연되며 마니아를 양산 중인 ‘라흐마니노프’, 팬미팅을 방불케 하는 ‘트레이스 유’, 아날로그 감성 로맨스로 급부상한 ‘키다리 아저씨’ 등과 개막을 기다리고 있는 ‘도둑맞은 책’까지. 그야 말로 최근 공연계는 연극, 뮤지컬 할 것 없이 2인극 열풍이다.



◇2인극 열풍은 적은 제작비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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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쓰릴미’ 정욱진(사진 왼쪽)과 정동화는 최근 공연 중인 2인 뮤지컬'트레이스 유'에서도 호흡을 맞추고 있다.(사진제공=달컴퍼니)

일각에서는 여러 배우가 등장하는 극보다 대관료, 출연료 등 제작비 측면에서 부담이 적어서 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이에 대해 다수의 관계자들은 “공연의 제작비는 절대적인 비교가 어렵다. 1~2인극이라고 무조건 작은 공연인 것도 싼 제작비를 들이는 것도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제작비는 배우의 수 뿐 아니라 공연 장소, 기간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물론 톱스타를 캐스팅하고 몇천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블록버스터급 작품들과 비교하면 적은 제작비이긴 하다. 

 

그렇다고 2인극 열풍이 오롯이 제작비의 문제 때문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는 작품의 본질은 배제한 채 소극장이냐 대극장이냐에 따라 작품과 출연 배우의 그레이드를 나누는 오만 혹은 오류와 다르지 않다.

‘도둑맞은 책’ 개막을 준비 중인 문화아이콘의 정유란 대표는 “2인극을 선호하는 이유는 동일한 제작비 수준이라면 제작과정에서 고민하고 확인하고 결정하는 배우-스태프 간 소통을 최소화해 보다 선명한 결과물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아무리 수차례 공연된 작품이라도 그 결과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100% 선명하게 예측하고 만들 수는 없어요. 작업과정은 그 결과가 우리의 예측에서 최대한 벗어나는 일이 없도록 할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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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도둑맞은 책’.(사진제공=문화아이콘)

 

‘라흐마니노프’, ‘빈센트 반 고흐’ 등의 2인극 제작사 HJ컬쳐 한승원 대표는 “2인극은 다양한 소재와 실험적인 스타일의 작품을 제작하기에 적합하다. 또한 밀도 높은 배우들의 연기는 어느새 관객들이 제3의 배우로 무대 위에 서있는 듯한 강렬한 체험과 몰입감을 선사한다”고 전했다.

이어 “2인극의 가장 큰 매력은 상반된 두 사람의 대립에서 오는 의식적인 욕망과 무의적인 욕망의 갈등 속에 마주하는 두 배우들의 폭발적인 연기력과 섬세한 표현”이라며 “반면 위험요인도 없지 않다. 2인극은 가장 연극적이기도 하기 때문에 제작 과정에서 상상력이 최고로 발휘되며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잘 발현되면 좋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쉽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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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의 2인 연극 ‘얼음’의 형사1 역의 박호산(사진 왼쪽부터), 형사2 역의 김대령, 김무열, 형사1 역의 이철민.(사진제공=수현재컴퍼니)

이에 배우나 스태프들은 강도 높은 훈련과 작업과정을 감내하며 보다 나은 능력을 갖춰야만 한다. 아무리 배우가 연기를 잘해도, 제작진의 만듦새가 완벽하다 해도 아주 작은 삐걱거림에도 극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것이 2인극이기 때문이다.

정유란 대표는 “공연을 하는 동안 많은 부분을 현장의 배우와 스태프에게 기대게 되는 구조다. 아무리 잘 준비된 공연도 사소한 실수 하나로 무너질 수 있다”며 “그만큼 어려운 작업이지만 이는 2인극의 매력이기도 하다”고 털어놓는다.


◇배우도 관객도 사로잡는 2인극의 매력, 집중 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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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박유덕(사진 왼쪽)과 정동화는 2인극의 매력에 대해 "쉴 틈을 주지 않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사진=양윤모 기자)

 

“쉴 틈이 없어요! 호흡을 놓고 있을 틈이 없는 것 같아요. 그 없는 틈 사이에서 틈을 찾는 것이 매력이지 않을까 싶어요. 긴장의 연속이랄까요?”

공연 마니아들을 회전문(보고 또 보는 공연 관람 방식)으로 이끄는 2인극의 매력에 대해 현재 2인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에서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를 연기 중인 박유덕은 2인극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라흐마니노프’의 니콜라이 달과 ‘트레이스 유’의 우빈으로 2인극에 동시 출연 중인 정동화는 “해야 할 게 많아서 쉬지 못하게 하는 것이 매력이다. 나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하는 그런 매력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마돈크라이_공연사진_박영수-이충주
뮤지컬 ‘마마 돈 크라이’.(사진제공=페이지원, R&D웍스)

 

정동화의 말처럼 2인극이 들었다 놨다 하는 건 배우 뿐 아니다. 관객들 역시 단 두 배우의 대사 하나 행동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나노 단위로 집중하기 때문이다. 

 

최근 ‘마마 돈 크라이’, ‘라흐마니노프’, ‘키다리 아저씨’까지 연달아 2인극에 빠져 “회전문 중이라 일상이 말이 아니다”라고 토로한 권씨는 “두 사람의 호흡이 잘 맞으면 정말 푹 빠져서 보게 되고 아주 작은 의미까지 읽을 수 있게 된다. 볼 때마다 다른 의미들이 다가오니 보고 또 보게 된다”고 털어놓는다.

보기 드문 혼성 2인극 ‘키다리 아저씨’에 제르비스로 출연 중인 신성록은 7월 28일 열린 프레스콜에서 2인극에 대해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때도 그랬지만 할 때마다 분위기가 좋다. 배우들 간의 정서, 밀도 있는 에너지, 내용 자체를 온전히 느끼기에 좋다”며 “두 배우가 집중하면서 느낀 어떤 정서를 관객들도 같이 느낄 때를 생각하면 (엄청난 대사량, 집중력 등) 고단한 건 큰 문제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신성록,이지숙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사진제공=달컴퍼니)

 

장진 감독의 대학로 복귀 후 두 번째 연극인 ‘얼음’에 이어 곧 개막할 ‘도둑맞은 책’까지 연달아 2인극 무대에 오르는 배우 박호산은 “2인극을 하다 보면 공연을 하는 건지 뭘 하는 건지 모르고 상황이 돌아간다. 상대방만 보이고 내 생각에 빠져서 얘기하다 보면 그냥 그 안에만 있어도 엄청난 집중력이 발휘되면서 확 빠져 든다”고 설명한다.

“사건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을까에 대한 의존도가 두 사람 밖에 없기 때문에 뭐 하나라도 놓치면 안되잖아요. 그래서 2인극은 두 배우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리고 전혀 다른 흐름을 만들어요. 상대배우가 그만큼 중요하죠. 그래서 2인극은 배우가 편집권을 가진 느낌이에요. 약속된 편집이긴 하지만 그 편집권을 잘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죠. 연기하는 맛이 있어요.”

문화아이콘의 정유란 대표는 “2인극은 특성상 호흡이 가장 빠른 공연 형식이다. 숨 가쁜 호흡의 극 흐름, 드라마 구조의 밀도, 두 배우의 명확하고도 디테일한 연기로 가득 찬 2인극에 빠지면 보고 또 보게 되거나 동일한 경험을 위해 비슷한 유형의 공연을 찾게 됨으로서 관객층이 확산되는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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