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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연극 '올드위키드송'의 ‘친구’ 이호성이 ‘친구’ 이현욱에게 "매일이 생일!"

연극 '올드위키드송'으로 친한 형, 아버지, 친구가 된 죠세프 마슈칸 이호성과 스티븐 호프만 이현욱

입력 2016-10-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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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땐 친한 형처럼, 아버지처럼 공연에 대해, 인생에 대해 진심어린 조언을 해주세요.”



음악힐링극 ‘올드위키드송’에서 티격태격하는 스승 죠세프 마슈칸과 제자 스티븐 호프만을 연기하는 이호성과 이현욱은 꽤 다정해 보였다. 극장으로 들어서기 전 담벼락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는가 하면 공연 전날이면 으레 가지는 만남을 이현욱은 ‘데이트’라고 표현했다. 더불어 이호성에 대해서는 ‘인생의 사전 같은 분’이라고 표현했다.

“되게 철학적이시고 문학적이세요. 저는 그런 얘기 듣는 걸 정말 좋아하거든요. 어떻게 저렇게 세상을 바라보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신기해요. 제가 많이 어리구나 싶기도 하고. 저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저한테는 사전 같은 분이시죠. 선생님 나이까지 연기를 하고 있다면 후배들에게 저런 얘기를 해줄 수 있을까, 무대에서 이런 순수성을 가지고 연기할 수 있을까 싶어요.”


◇날마다 생일치레 이호성, “수억광년의 우주 역사 중 인간의 삶은 찰나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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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생일이라는 마슈칸 그대로의 이호성.(사진=양윤모 기자)

‘철들지 말라’거나 ‘매일이 생일’ 등 이호성이 하는 말들은 이현욱 뿐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도움 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현욱은 이호성의 ‘철들지 말라’는 조언에 대해 “갇혀있지 말라는 뜻일 것”이라고 전했다.


“개구쟁이나 철딱서니 없이 그러라는 게 아니라 항상 시각을 넓히고 마음을 열어서 많은 걸 담으라는 말씀 같아요. 예술에 대한 순수성이 100%는 될 수 없지만 그래도 가진 것과 아닌 것은 깊이의 차이가 있다 선생님 말씀에 데 동의하고 있어요.”

스스로는 물론 아들의 생일치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는 이호성은 ‘올드위키드송’의 첫 공연날인 9월 20일, 공연팀들로부터 처음 생일축하를 받았다.

“날마다 생일이거든요. 인간에겐 태어남이 있고 삶이 있고 죽음이 있을 뿐이죠. 삶은 ‘날 生’이잖아요. 날마다 살아 있으니 날마다 생일이죠. 우주의 역사, 지구의 역사만도 최소 50억년인데 우리 인간의 삶은 찰나예요. 그러니 뭉뚱그려 매일이 생일이죠. 따로 생일치레를 하는 이유는 생일을 빙자해 모이기 위해서예요. 그래서 날마다 생일치레죠.”


◇많이 배우고 자란 이현욱 “주위에 행복을 두고 행운을 찾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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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뿐 아니라 인생에 대해서도 많이 보고 자랐다는 스티븐 이현욱.(사진=양윤모 기자)

“선생님을 만나고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어요. 저는 좀 염세적인 편이에요. 세상에 별로 기대를 안해야 작은 게 왔을 때 크게 다가오니까요. 선생님은 늘 주옥같은 말씀을 해주시는데 그 중에 망치로 맞은 듯한 말이 있었어요. 우리는 주위에 행복이 많은데 그 행복이 너무 가까이 있어서 행운을 찾아다닌다고. 엄청 공감했어요. 좋아하는 사람이랑 밥 먹는 것도 행복이잖아요.”

정작 이호성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라고 하자 이현욱이 “부끄러워서 그러셔요. 마슈칸처럼”이란다.

 

이현욱의 ‘형처럼 아버지처럼’이라는 표현에 이호성이 “때로는 친구처럼”을 빼먹었다며 “때로는 동생처럼”을 덧붙이자 “그건 용납할 수 없다”는 이현욱. 이에 “안돼?”라고 반문하는 이호성이나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이현욱. 주거니 받거니 다정한 이호성과 이현욱은 극 중 마슈칸과 스티븐 그대로였다.


“모든 사람들이 어떤 문제인지는 알고 있지만 간과하는 것들을 더 유심히 살펴보고 생각하게 됐어요. 선생님이 대본을 보실 때도 그렇고 작품을 대하는 마음가짐도 그렇고 그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시는 것도 그래요. 요즘 관객들은 저희도 생각하지 못한 방향성까지 말씀해주시기도 하셔서 깜짝 깜짝 놀라요. 그런 분들 앞에서 보여드리려면 끝까지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이현욱은 이호성을 만나면서, ‘올드위키드송’의 스티븐으로 무대에 오르면서 많이도 배웠고 많이도 자랐다.


◇이호성과 이현욱의 ‘피아니시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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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올드위키드송’ 죠세프 마슈칸 역의 이호성(왼쪽)과 스티브 호프만 역의 이현욱.(사진=양윤모 기자)

 

“노래가 가장 어려워요. 폐활량이 작아서 호흡이 딸려요. 피아니시모(Pianississimo, 매우 여리게)는 여리고 가늘게 내는 소리인데 힘이 있어야 돼요. 근데 제가 기대한 만큼이 안나와요. 우리 노래 선생은 정말 섬세하게 피아니시모를 해요. 같은 남자가 봐도 황홀할 만큼 전율이 일죠.”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로 함께 지방투어 중인 배우 김선경이 한걱정을 할 만큼 이호성은 주당이고 애연가다. “술 때문 아니냐?”고 묻자 “사실은 그래요”라는 이호성에 “왜 자꾸 고백을 하세요~”라는 이현욱의 농 어린 대꾸가 살갑기도 하다.

“현욱이는 노래 잘해요!”

이호성의 칭찬에 이현욱은 “극에 따라 감정과 정서를 담느냐 안담느냐 차이가 있는데 다행히 이 극은 노래를 완벽하게 잘하기보다 정서가 더 중요해서 재밌게 하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뮤지컬 도전에 대한 질문에도 “할 수 있을까요?”라는 신중한 반문이 돌아온다.

“배역이나 장르를 떠나 이 역할을 하면 어떨까 궁금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단정 짓는 걸 굉장히 두려워하는 편이에요. 그 동안 신중하지 않았기 때문에 신중하려고 노력 중이죠. 저는 그냥 한 말인데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생생한 무대가, 그 무대 위의 긴장과 희열이 짜릿한 이현욱은 늘 좋은 작품과 연기가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이다. 힘을 축적한 상태에서 가늘고 여리게 내는 피아니시모처럼.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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