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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나나흰’ 강필석·최연우의 한예종, 이름, 길상사, 오세혁 연출 그리고 전혀 다른 백석들

입력 2016-12-19 12:00

뮤지컬배우 강필석.최주리 인터뷰11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의 백석 강필석(왼쪽)과 최연우.(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이제 (오)만석이 형 만나야지?”



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이하 나나흰)에서 백석과 자야로 함께 무대에 오르는 강필석과 최연우(최주리)는 한국예술종합학교(이하 한예종) 연기과 선후배다. 최연우는 강필석에 대해 “졸업 후 함께 무대에 서면 영광인 3명의 선배 중 한명”이었다고 밝혔다.


◇물고 물리는 선후배? 강필석, 김재범, 최재웅 그리고 후배 이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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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의 백석 강필석.(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저희가 학교 다닐 때 졸업하고 같이 무대에 서면 영광인 선배님들이 필석 오빠, 재범 오빠 그리고 최재웅 선배였어요. ‘김종욱 찾기’, ‘극적인 하룻밤’으로 재범 오빠를 제일 먼저 만났고 ‘번지점프를 하다’, ‘아랑가’로 필석 오빠를 만났죠.”

차례로 전설급 선배들을 만나고 있다는 최연우는 최재웅에게만 꼬박 꼬박 ‘선배님’이라는 극존칭을 붙였다.

“아직 재웅 선배님은 (같은 작품으로는) 못만났거든요.”

학교 캠퍼스에서 대면하지 못했을 정도의 선후배로 강필석의 표현대로 ‘학교의 화석 같은 사람’, 최연우가 말하는 ‘정말 하늘같은 선배님’이던 두 사람은 친구 같은 사이로 진화했다.

“지금은 친구”라는 강필석의 말에 “되게 버르장머리 없는?”이라고 반문하는 최연우, 이에 또 강필석이 “그 정도는 아니고…”라고 대꾸하는 모양새가 꽤 죽이 잘 맞는 만담커플처럼 보이기도 한다.

“재범 오빠도 처음엔 어색하다가 ‘후배가 아닌 거 같아’ 하는 단계가 됐는데 필석 오빠도 그랬어요.”

최연우가 말끝에 “나이를 잊었죠”라고 덧붙이자 강필석이 장난스럽게도 “누구 맘대로 잊어?”라고 발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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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웅(왼쪽)과 김재범.(사진=브릿지경제DB, 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재범 오빠, 필석 오빠, 재웅 선배님 세분 색깔이 너무 다르잖아요. 전 세분 모두의 덕후죠. 재범 오빠는 일찌감치 만나서 ‘정말 대단하다’ 생각했고 필석 오빠를 만나서도 ‘우아~ 대단하다’ 했어요. 재웅 선배님은 인사만 하는 정도예요. 공연으로만 뵀는데 보이스도 좋고 남성성 있는 연기 스타일도 좋고…너무 매력적이어서 후배 입장에서는 마냥 멋있죠. 저도 그런 선배가 돼야할 텐데….”

‘나나흰’에도 과는 다르지만 최연우의 한예종 후배가 있다. 백석 역의 이상이는 최연우에게 후배 같지 않은 후배다.

“(이)상이가 저를 보는 눈빛은 애 취급하는 그런 느낌이에요. 처음 연습하면서 ‘흰밥과 가재미와 우린’을 하면서 상이가 입을 벌렸는데 너무 큰 거예요. 먹힐 것 같은 위협에 현실 놀랐죠. 제 주변에 좋은 선후배들이 많은 것 같아요!”


◇대쪽같은 강필석, 해맑은 오종혁, 개구진 이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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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백석, 오종혁(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강필석·최연우, 이상이.(사진제공=인사이트먼트)

 

“(백석과 자야) 두 사람의 공간과 사이에 집중하니까 이 사람이 어떤 모난 짓을 하든 상관이 없는 거예요. 연기적인 것들이 다. 오빠의 백석은 어떤 백석보다 냉정한 느낌이에요. 자야 상태에 휘둘리지 않는 대쪽 같은 느낌이 있죠. 자야는 늘 백석 뒤에서 기다려주고 감싸 안아주고 머물러주는 사람인 것 같잖아요. 그러다 가장 마지막, 백석이 온전히 자야를 감싸 안아주는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장면에서 정말 제가 온전히 기댈 수 있게 되는, 처음으로 안긴 느낌이 드는 백석이죠.”

‘대쪽 같은’ 강필석, ‘세상 해맑은’ 오종혁, ‘개구진’ 이상이 저마다 다른 백석의 매력에 자야 최연우는 마냥 행복하다 아우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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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자야 최연우.(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종혁 오빠는 너무 해맑아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백석이에요. ‘세상이 다 더러워져 버리는 것이다’라는 그 말이 그 오빠의 눈에 담겨 있어요. 우리 둘만 있으면 세상 아무 것도 상관없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요. 상이는 화낼 틈이 없게 개구진 백석이에요. 화가 나도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그런 매력이 있죠.”

백석 뿐 아니라 자야 역시 배우의 면면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캐릭터다. 정인지가 그 시대 기생의 느낌이 강하다면 최연우는 좀 더 연인에 가까운 자야다.

“가령 알콩달콩하는 장면을 보면 연우랑은 사랑을 나누는 느낌인데 인지는 ‘우쭈쭈’ 해주는 느낌이죠.“

배우들의 개성으로 만들어가는 백석과 자야의 매력은 곧 뮤지컬 ‘나나흰’의 특별함이기도 하다. 



◇악마와 마녀에게도 사랑스럽고 뜨거운 오세혁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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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의 오세혁 연출.(사진=브릿지경제DB, 세종문화회관 제공)

“우리 공연이 행복하고 특별해지는 데는 (오세혁) 연출님도 한몫하세요. 너무 사랑스러운 연출님이시죠.”


최연우와 강필석은 오세혁 연출에 대해 “사랑스럽지만 가장 가슴이 뜨거운 사람”이라고 입을 모았다.

“연출인은 정답을 주지 않으세요. 배우들이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보는 걸 다 좋다고 하시죠. 처음에는 너무 불안한 거예요. 좋아서 좋다고 하시는 건지 싫은데 말을 안하는건지 도통 모르겠는 거예요. 너무 평화주의자셔서 마녀인 저로서는 낯설기도 했죠. 이때쯤 싸워야하는데 스륵 꺼지니까….”

 

최연우의 답답한 마음은 ‘왜 코멘트를 안주냐’는 질문에 돌아온 오세혁 연출의 “배우마다 가진 매력이 너무 다르기 때문에 그 배우만이 가진 길이 있다. 그걸 이끌어내는 게 재밌다”는 답으로 단박에 풀려버렸다.

“오빠가 하는 백석은 오빠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백석이라는 거예요. 그게 너무 감사해요. 이 역할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없는 연출이세요. 이게 뭐 어때, 이래도 돼…그런 반응이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답답했는데 지금은 너무 감사해요. 연출님들 대부분이 이성적이세요. 오세혁 연출님은 제가 근래 만난 분들 중 가장 가슴이 뜨거운 것 같아요.”

최연우의 말에 강필석은 “뭐라고 해야할지…정말 뜨겁고 똑똑하고 보기 드문 연출”이라고 덧붙인다.

“모든 걸 다 좋다고 얘기할 수 있는 건 대단한 자신감이에요. 자신이 믿고 있는 게 있기 때문에 가능한 거죠.”


◇‘안녕, 최주리’, 함께 하는 배우도 관객도 사랑스럽고 안쓰러운 사랑꾼 최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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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자야 최연우.(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부모님은 몇 년 전부터 이름을 바꾸길 원하셨어요. 하지만 이름이라는 게 본인이 바꿀 마음이 들어야 하는데 그러질 않아서 미루고 있었죠.”

이름을 바꿀 마음이 든 것은 ‘안녕, 여름’을 하면서였다. 가장 잊지 못할 순간, 사랑 등 프로그램북에 싣기 위해 던져진 질문에 떠올린 기억은 끔찍했다.

“잊지 못할 순간이 잊고 싶은 순간만 있는 거예요. 그때부터 많은 생각들이 몰려오기 시작했어요. 잊고 싶은 끔찍한 기억, 아직도 발목을 잡고 있는 기억 등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커졌죠. ‘주리’라는 이름도 너무 좋은데…중성적인 이름을 찾다가 ‘최연우’로 결정했죠.”

깍쟁이 같고 까탈스러울 것 같은 이미지에서 벗어나 털털한 구석이 더 많은 실제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타이밍도 좋게 ‘나나흰’의 자야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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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의 백석 강필석(왼쪽)과 최연우.(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공연 끝날 때까지 무대 위 배우들도 우리 관객분들도 아픔 없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객석에서 저희가 잘 보이듯 저희도 관객들이 너무 잘 보여요. 객석 자리가 너무 좁아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그래서 더 저희와 같은 에너지와 마음을 공유하길 바라는 것 같아요. 모든 순간이 해피엔딩인 것도 아니고 고통을 동반하는 사랑이지만 그 자체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사랑이라고 통용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이 설령 뜯어 말리고 싶은 사랑이라고 할지라도 둘이 행복하다면야 아름다운 사랑이죠.”

2016년은 유난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작품이 많았다는 최연우는 관객들이 주는 사랑에 힘을 얻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받은 편지를 모아오고 있어요. 예전엔 지인들이 써준 편지였는데 언젠가부터 응원하는 편지들로 바뀌기 시작했어요. 편지통을 다시 열어 읽다 보면 신나고 힘을 얻게 돼요. ‘나나흰’을 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행복한데 허한 감정을 동시에 느끼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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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의 백석 강필석.(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나나흰’을 통해 혼란과 고민으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최연우에 선배 강필석은 기대감을 표했다.

“연우가 ‘나나흰’으로 진짜 큰 산 하나를 넘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장치처럼 혹은 이미지적인 여자주인공이 많잖아요. ‘나나흰’처럼 여배우가 드라마를 두 시간 가까이 끌고 가는 극이 드물죠. 어떻게 보면 감사할 일인 것 같아요. 제가 얼마 전에 메시지를 보냈어요. 이 극을 끝내고 나면 엄청 커 있을 거라고. 그래서 앞으로의 연우가 더 기대돼요.”


◇‘서프라이즈’와 길상사? “백석이어서 자야여서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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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의 백석 강필석(왼쪽)과 최연우.(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길상사 너무 좋죠. 가보는 것만으로도 느껴지는 게 많아요.”

한때 집앞이 길상사였다는 강필석의 말에 최연우가 연습기간 중 처음으로 길상사를 방문했던 에피소드를 털어 놓았다.

“제가 ‘서프라이즈’ 광팬이에요. 그걸 보고 백석과 길상사를 알고는 있었죠. 저랑 상이랑 인지 언니랑 연습을 끝내고 이후 연습을 위해 종혁 오빠와 연출님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인지 언니는 ‘날 보러 와요’ 공연에 가고 음악감독님, 상이랑 길상사 얘기를 하고 있었죠. 그러다 상이가 갑자기 카셰어링을 불렀어요.”

막 연습실로 들어서는 오종혁을 납치하듯 차에 태워 세 사람은 길상사로 향했다. 이미 여러번 방문한 이상이와 달리 처음 길상사를 찾은 최연우와 오종혁은 “오길 잘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 여자가 얼마나 많은 것을 놓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것을 짊어지고 살았는지 그 대단한 무게가 느껴졌어요.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죠.”

‘아랑가’ 공연 때부터 제작사(인사이트먼트)가 강필석, 최연우에게 끊임없이 얘기했던 작품이 ‘나나흰’이었다. 대본도 시놉시스도 없이 이 작품을 꼭 해야 한다는 말에 그저 웃어 넘겼던 두 사람은 백석과 자야로 무대에 오르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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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의 백석 강필석(왼쪽)과 최연우.(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이런 공연을 만나게 해줘서 고마워요. 대본 받기 전에 궁금해서 백석 시를 찾아봤는데 너무 매력적인 거예요. 낭만적이고 토속적이고…자신의 삶을 꾸밈없이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더라고요. 게다가 잘생기셨잖아요. 자야는 공부에 열망이 있던 여잔데 어쩔 수 없이 팔자대로 기생으로 사는 여자였잖아요. 이 남자가 얼마나 존경스러웠을까, 이상향이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지금 자야를 하고 있어선지 그냥 너무 좋아요. 백석이.”

백석과 자야에 푹 빠져 있는 최연우와 강필석은 “이후로도 많은 배우들이 다양한 백석과 자야를 표현해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고 털어놓고는 한목소리를 낸다.

“백석이어서, 자야여서 지금이 너무 행복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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