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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자칭 ‘철없는 덕후’ 형 김성수 음악감독, 그런 ‘형 덕후’ 노우성 연출 “오래 삽시다!”

입력 2016-12-29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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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부터 ‘서울의 달까지’, 2016년의 처음과 끝을 함께 한 김성수 음악감독(왼쪽)과 노우성 연출.(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뮤지컬 ‘오! 캐롤’은 사실 1950년대 음악이죠. 1950년대의 음악적 이디엄들이 있거든요. 예를 들어 현(String) 편곡이 지금보다 옥타브 위에 것들을 많이 쓰죠. 그걸 살려서 요즘 안쓰는 방식으로 50년대보다 더 50년대처럼 느끼게 해놓고 내선 같은 걸 모던하게 채워넣었어요. 첫곡인 ‘오버추어’는 거의 작곡한 거나 마찬가지인 곡인데 빅밴드로 의외성을 줬죠. 의외성을 줌으로서 일반적으로 가볍게 생각하는 주크박스 뮤지컬의 뒷곡들을 쉽게 예상하지 못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었어요.”



‘오! 캐롤’이라는 단어 하나에 김성수 음악감독의 입에서 음악적 설명이 이어진다. 어떤 얘기든 밤새할 수 있는 스스로를 ‘덕후’(일본어 오타쿠의 한국식 표현 ‘오덕후’의 줄임말로 어떤 분야에 마니아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지만 사회성이 결여돼 있는 사람)라고 평했다.

“저는 어떤 타입이냐면 밤새도록 얘기를 할 수 있어요. 아직도. 너무 선수같이 구는 게 싫고 거부감이 느껴져요. 그렇다고 제가 여자친구를 사귈 마음을 먹을 정도로 눈치가 없지는 않아요. 사실 저는 음악보다 영화, 책 등 딴 매체를 더 좋아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물 한잔 떠놓고 밤새도록 영화 얘기, 책 얘기를 늘 할 수 있죠. 그래서 전 덕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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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성 연출.(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김성수 음악감독의 말에 2016년 들어 ‘에드거 앨런 포’부터 ‘페스트’, ‘록키’, ‘서울의 달’까지 4번째 함께 하고 있는 3살 터울 동생인 노우성 연출은 “육체적인 나이는 감독님이 저보다 위인데…저는 지금 에너지가 많이 소진된 상태”라고 고백(?)한다. 노 연출의 고백에 김성수 음악감독이 “철이 없는 거죠”란다. 김성수 음악감독의 ‘철부지’ 자아성찰에 설렘 가득(?)했던 c첫 대화들을 떠올리며 노우성 연출은 탄성을 연발한다.

“처음 만난 분이랑 얘기를 나누는데…20대에 작품 얘기를 하면서 느끼던 그런 설렘을 감독님이랑 하고 있는 거예요. 그게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자칭 근본 없는(?) ‘덕후’ 김성수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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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음악감독.(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디제잉도 1년 넘게 못했고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 플레이스테이션(이하 플스)도 그만뒀는데…더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 GTA(Grand Theft Auto) 정도는 해볼까 고민 중이에요. 실질적으로 창작하는 데 도움이 되는 거 같거든요.”

김성수 음악감독은 스스로의 표현처럼 사고방식 자체가 ‘덕후’스럽다. ‘솔라리스’, ‘노스텔지아’, ‘이반의 어린시절’, ‘희생’ 등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영화를 보다 음악에 빠져들고 피터 그린 영화 속 마이클 리만 음악의 미니멀리즘을 하고 싶어 할리우드의 뮤지션스 인스티튜트(Musicians Institute)로 유학을 떠났다.

“제대로 음악교육을 받은 게 아니라 좋아하는 게 있으면 그걸 표현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과정이었어요. 내일 당장 음악을 그만둬도 여한이 없다고 늘 얘기하죠. 하고 싶은 걸 하기 위해서 공부하는, 근본이나 기본기 없이 파는 전형적인 덕후예요. 관심있는 것들의 스펙트럼이 넓다 보니 늙어 죽을 때까지 소재가 안떨어질 것 같아요. 아직 시작은 못했지만 분재에도 관심이 많거든요.”


◇숫자와 엑셀로부터의 일탈, 노우성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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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성 연출.(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2015년까지 노우성 연출은 ‘앤더슨가의 비밀’, ‘블러디게임’ 등의 부제를 단 창작뮤지컬 ‘셜록홈즈’ 시리즈의 제작사인 창작공작소 레히(LEHI) 대표이기도 했다.

“연출인 동시에 제작사 대표다 보니 엑셀과 MS워드를 동시에 띄워놓고 작업을 하고 있는 거예요. 창작과 내일 당장 해결해야하는 경영을 동시에 하는, 너무 힘든 과정이었죠. 저도 모르는 새 ‘셜록홈즈’ 시즌 1, 2 작업이 힘들었나봐요. 당분간 창작만 하고 싶어 제작을 내려놓고 연출가로만 활동하자 했죠. 더 이상 엑셀을 띄우지 않고 눈앞에 숫자가 없어도 되는 작업을 하고 싶었거든요.”

예산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껏 상상만하고 싶었던 노 연출은 숫자와 엑셀로부터의 일탈을 꾀했다. 그렇게 ‘에드거 앨런 포’, ‘페스트’, ‘록키’, ‘쿠거’, ‘서울의 달’ 등을 작업했다.

“그런데 웬걸요. 밖이라고 다르지 않은 거예요. 제작자들을 너무 잘 이해하는 연출이 돼 버렸죠.”


◇벼랑 끝에서 세상 밖으로! 김성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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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음악감독.(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원래 이렇게 많이 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2016년 작품만도 ‘마마돈크라이’, ‘에드거 앨런 포’, ‘지구를 지켜라’, ‘페스트’, ‘록키’, ‘오! 록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 10여편의 뮤지컬 및 연극과 검정치마 등 뮤지션들과의 작업으로 바쁘게도 보냈다.

“원래 액티브한 사람이 아니에요. 뮤지컬 지휘도 지난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하 지크수)가 처음이었죠. 뮤지컬 지휘는 클래식 지휘랑 달라서 격투기 같았어요.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렸죠. 저는 어딘가에 박혀서 제 걸 만드는 사람이었어요. 지난해 심리적이고 개인적인 문제로 벼랑 끝에 몰렸었어요. 변화를 꾀하고 몰입할 무언가가 간절한 상황이었죠.”

힘겨운 개인사와 정재일의 ‘지크수’ 음악감독 제안이 맞물리며 그는 세상 밖으로 나왔다. 적지 않은 팬덤을 거느린 지휘자의 뒤를 이어 서는 무대는 지휘자의 무덤이라는 지인들의 조언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결정을 뒤엎은 건 재밌겠다는 호기심이었다.

“제가 편곡 안한 작품을 한다는 게 너무 재밌었어요. 남들이 봐도 희안한 그림이었죠. 작년까지 저는 오롯이 창작진이었지 현장의 음악감독이 아니었어요. 그렇게 현장들을 경험함으로서 제가 얼마나 교만했는지를 느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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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강필석.(사진=브릿지경제DB, 양윤모기자yym@viva100.com)

그렇게 우연히 지휘봉을 쥐면서 배우들을 훨씬 잘 이해하게 됐고 배우들과의 관계에 끈끈함도 생겼다. 그 인연으로 마이클리의 첫 단독 콘서트 ‘록 파티’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했고 강필석이 얼마나 좋은 배우인지도 알게 됐다.

“(강)필석이는 지휘자와 눈을 맞추며 소통하고 노래하는 배우예요.”

지휘자를 관객과 배우 사이의 통역이라고 규정한 김성수 음악감독은 두 진영의 정서와 원하는 바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 중이다.


◇ 경제활동 '제로'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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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부터 ‘서울의 달까지’, 2016년의 처음과 끝을 함께 한 김성수 음악감독(왼쪽)과 노우성 연출.(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김성수 음악감독은 10여편이 넘는 작품을 했지만 ‘록키’처럼 공연 자체가 엎어지기도 하고 제대로 대가를 받지 못하기도 했다. 창작뮤지컬의 경우 리스크를 공유하는 차원에서 아예 편곡·작곡료를 받지 않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오케스트라의 페이는 자비를 털어서라도 챙겨주다 보니 2016년 김성수 음악감독의 경제활동 지수는 가까스로 제로다. 노우성 연출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게 일을 했는데도 경제활동 제로의 상황이니 속상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너무 짜릿한 한해였어요. 개발과정에서는 리스크를 공유하고 그 뒤에 대가를 받는 형식으로 트레이드를 온오프 하다보면 기회가 많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도 가지게 됐죠. 집에 박혀 있지 말고 활동적인 작업으로 감정적인 걸 해소하자고 시작했는데 그 보다 더 많은 걸 얻었어요. 좀 더 많이 이해하게 되고 따듯해지고…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은 것 같아요.”

여전히 여분의 힘이 남아있다는 김성수 음악감독은 2017년을 더 나은 노후(?)를 위한 휴지기로 정했다. 이를 위해 1997년 이후로 몸담았던 대학을 떠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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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음악감독.(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제가 빈틈이 많아요. 음악적으로 공부해야할 것도 많고 못읽은 책도 너무 많아서 이러다 머리가 텅텅 비겠다 싶었어요. 게임도 이렇게 못할 수가 없을 정도로 못하고 일만하다보니 1월엔 잠깐 무용극, 클래식 등의 공연을 보러 독일부터해서 유럽을 다녀올까 생각 중이에요.”

너무 바빠 새로 출시된 플스4 프로도 못샀다고 한탄이 늘어진다. 하지만 2017년의 뮤지컬 라인업 작품 중 대여섯개가 그의 것이니 내년도 마냥 휴식기만은 아닐 전망이다.

“저는 조그만 창작들을 길게 하면서 살고 싶어요. 한 1년 넘게 현장에 있다 보니 중소극장 쪽에 재능 있는 친구들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어요. 대극장의 환호성도 좋지만 지금의 대극장 제작구조에서는 양질의 작품을 만들기 힘든 것 같아요.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 악순환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죠. 그래서 적절한 부분에서 조절하면서 해보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데가 중극장 같아요. 제가 쓰고 편곡한 작품을 중극장에서 한번 해보고 싶어요. 조금은 용이하게 그걸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아무도 모를 때보다는 조금 편해지겠죠.”

내년 상반기까지 지휘는 쉬게 될 거라고 귀띔하는 김성수 음악감독은 “내년부터 베를린필 상임지휘자가 될 키릴 페트렌토 같은 지휘자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전한다.

“제 오케스트라들에게 ‘연뮤갤’(디씨인사이드 연극뮤지컬갤러리)에 들어가다 걸리면 가만 안둔다고 얘기해요. 그분들은 되게 중요하고 소중한 분들이고 욕하면 안되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분들이 아니면 오케스트라가 어디 가서 주목을 받겠어요. 다만 어디나 그렇듯 소수의 이상한 분들이 계시니까…그런 분들 얘기를 들으면 욕을 할 수도 없고 주눅 들잖아요.”


◇2017년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휴지기로!

뮤지컬 서울의 달 연출가 노우성. 음악감독 김성
‘에드거 앨런 포’부터 ‘서울의 달까지’, 2016년의 처음과 끝을 함께 한 김성수 음악감독(왼쪽)과 노우성 연출.(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저는 사실 원래 '열일'(열심히 일하는) 연출이 아니에요. 1년에 한두 작품에 올인하는 스타일인데 어쩌다 보니 다작연출이 돼 있네요. 저랑은 잘 안맞는데 작년 여름, 살면서 한번쯤은 다양한 작품을 빠른 시일 내에 만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결심했어요.”

올 한해를 바쁘게도 보낸 노우성 연출은 2017년 초를 고요하게 지낼 생각이다.

“내년 3월까지는 고요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일본에서 먼저 공연될 ‘셜록홈즈’ 시즌 3 ‘루팡의 대결’ 작업에 매진할 거예요. 그리고 거의 만들어 두기는 했는데 김훈 선생님의 ‘칼의 노래’도 다시 시작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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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우성 연출.(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김훈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올릴 ‘칼의 노래’는 김성수 음악감독과 노우성 연출을 처음 만나게 해준 작품이다.

“얼마 전에 예그린뮤지컬어워드 구경을 갔다가 제가 해야할 일들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됐어요. 원래 하려던 걸 해야겠다 했죠.”

그렇게 김성수 음악감독은 앞으로 해야할 것들에 대한 빈틈과 기술적, 정서적으로 메꿔야할 것들이 명확해졌다고도 털어놓았다.

“단순히 뮤지컬만 하는 게 아니라 시간될 때마다 만들어두고 작품과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려고요. 어설프게 알면서 가져가는 건 안되는 성격이에요. 제 자신이 준비가 안돼있는 게 용서가 안돼요. 아무리 관객이나 업계가 좋아해도 제가 별로인 걸 만드는 건 참을 수가 없어요. 제가 만족하면 밖의 상황이라도 원망하면 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원망도 할 수가 없잖아요. 제가 잘 알고 (작품 속으로) 가지고 들어와야 후회가 없죠.”

여러 모로 피곤한 성격의 김성수 감독은 “지금 이대로라면 제가 생각해도 별로일 걸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 같다”며 웃는다. 노우성 연출은 전세계 소외지역의 문화교육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드러냈다.

“가까운 미래에 연극을 통해 탄자니아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싶어요. (김성수) 감독님도 당연히 한두달 정도라도 오셔야죠. 그러려면 오래 사셔야 해요.”

노우성 연출은 몇해 전 폐암 투병으로 갈비뼈 두개가 없는 김성수 음악감독에 건강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이에 김 감독이 반문한다.

“향후 20년이 안창피할 수 있게 그런 것들에 투자하는 해들이 될 거예요. 내년, 내후년은. 그러려면 20년 뒤까지는 살아 있어야 겠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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