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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성두섭의 가족, 김경수의 작업실 그리고 이선근의 만나고 싶은 나만의 ‘광염소나타’ 그리고 다미로와 베토벤의 ‘카바티나’

입력 2017-02-23 17:30

김경수. 이선근.성두섭 인터뷰21
뮤지컬 ‘광염소나타’의 S 김경수, J 성두섭, K 이선근.(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제가 연기경력은 막내입니다.”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뮤지컬 우수작품제작지원 선정작으로 공연 중인 ‘광염소나타’(26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젊은 작곡가 J(성두섭)를 종용하고 살인으로 이끄는 K 이선근의 자백(?)에 박장대소가 터졌다.

“스물아홉에 시작해서…나이도 (김경수와는) 한살, (성두섭과는) 두살 터울이에요.”

다시 한번 박장대소, “이 친구들 중 제가 제일 작고요…”라고 말끝을 흐리는 이선근에 “저는 되게 작아 보이는 연기를 하고 있습니다”라며 장난기 어리게 빙글거리는 성두섭과 “저는 이제 선근이 형 얘기는 그만 할게요”라는 김경수의 짓궂은 대꾸에 연달아 큰 웃음이 터진다.

김동인의 동명소설에서 모티프를 얻은 ‘광염소나타’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음악을 만들고 싶은 작곡가 J와 음악적 영감을 주고받는 친구이자 천재음악가 S(김경수) 그리고 음악적 성과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도 마다않는 교수 K가 펼쳐가는 잔혹 스릴러다.

음울하고 힘겨운 감정을 토해내는 극과 다르게 세 사람은 아재 개그와 개구쟁이 친구들 같은 친근함을 넘나드는 우스갯소리들을 이후로도 한동안 주고받았다.


#1 ‘태풍의 눈’ 성두섭, “‘오! 캐롤’로 밝은 기운 충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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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소나타’의 J 성두섭.(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자꾸 그런 역할을 하게 되네요.”

성두섭은 감정을 꾹꾹 눌러 담거나 삭이다 한번에 휘몰아쳐 죽음에 이르거나 소멸할 듯한 괴로움에 고뇌하는, ‘태풍의 눈’ 같은 캐릭터에서 빛나는 배우다. 

 

섬세한 감정 연기가 빛났던 ‘베어더뮤지컬’의 제이슨이 그랬고 ‘번지점프를 하다’ 인우도 눈물겨웠다.

‘광염소나타’의 J 역시 친구이자 뮤즈이지만 열등감을 느끼는 상대이기도 한 S에 대한 감정을 감내하다 예술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K에 이끌려 살인을 저지르다 자괴감에 소멸해가는 인물이다.

“사람을 죽여본 적이 있었나? ‘햄릿’ 정도 말고는 주로 죽는 역할을 많이 한 것 같아요.”

죽는 역할을 주로 했던 성두섭에게 최근작인 ‘오! 캐롤’은 그래서 신나는 경험이었다. 닐 세다카의 음악으로 넘버를 꾸린 ‘오! 캐롤’에서 성두섭은 수줍고 내성적인 천재 작곡가 게이브를 연기했다.

“가끔은 밝은 에너지를 느껴보고 싶을 때가 있어요. 요새 작품들 대부분이 극단적이고 어둡고 그러니까…밝은 에너지를 좀 느껴보고 싶었죠. 제가 비록 많이 나오진 않지만 오랜만에 밝은 기운과 다양한 관객층이 있는 곳에서 공연을 하다 보니 너무 재밌었어요.”

특히 앙상블들이 최고였다고 노고를 돌린 성두섭은 그들에게서 좋은 에너지를 받아 무대에 설 수 있게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2 ‘라흐마니노프’ ‘스모크’ ‘광염소나타’ 등 김경수, 경성시대 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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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소나타’의 S 김경수.(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연출하는 형이 한번은 그런 얘기를 해주셨어요. 1900년대 초 경성시대 캐릭터가 잘 맞는다고.”

음악가 ‘라흐마니노프’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신의학의 니콜라이 달 박사, ‘인터뷰’의 추리소설 작가 지망생 싱클레어, 이상의 시로 꾸린 ‘스모크’의 시 쓰는 남자 초 등 지식인 혹은 창작자를 주로 연기했던 김경수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유추했다.

“일부러 찾아서 그런 작품을 하려고 한 건 아니었어요. 저 역시 음악을 좋아하고 전공자기도 하다 보니 그런 작품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것 같아요. 연출님께 그런(경성시대 캐릭터가 잘맞는다는) 평을 듣고 보니 음악적이거나 창작자 등의 느낌이 나는 작품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지게 된 것도 같고….”


#3 서글서글 이선근, 자칭 자유로운(?) 성두섭, 생각 많은 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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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소나타’의 K 이선근.(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수염이랑 목소리톤 때문인 것 같아요. 생긴 것도 어려보이지 않고….”

‘인터뷰’에 이어 ‘광염소나타’의 K까지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캐릭터에 연달아 캐스팅되는 이유를 묻자 이선근은 이렇게 답했다.

“정말 잘하는 친구들이에요. 경력과 나이를 차치하고라도 배울 점이 많은 동생들이죠. 인간적으로도 매력있고…가끔 저는 미처 못한 생각을 하는 걸 보면서 놀라기도 하죠. (성)두섭이는 처음 봤는데 굉장히 생각도 많고 그 생각을 잘 실현하는 친구예요. 경수는…하도 칭찬을 많이 해서 말하기도 귀찮을 정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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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소나타’의 S 김경수, J 성두섭, K 이선근.(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선근의 말에 김경수 역시 “칭찬을 하는 게 오글거릴 정도로 제가 너무 좋아하는 형”이라고 화답한다.

 

성두섭은 “선근이 형은 ‘광염소나타’로 처음 봤는데 무대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굉장히 서글서글하고 편한 동네형 같다”며 “나중엔 형의 진지한 연기에 웃음이 터져서 연습을 못할 정도였다”고 전했다.

“경수 형은 굉장히 생각이 많고 예민해요. 생각이 많은 건 장점이지만 형 스스로가 너무 힘들어 하니까 너무 안쓰러워요. 잠깐 떨어져서 보거나 내려놓아도 되는데…그걸 스스로 알면서도 힘들어하죠. 사실 저도 한진지하는데 저보다 더 하신 것 같아요.”

안쓰러움이 물씬 묻어나는 성두섭의 말에 김경수는 “세 사람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꽤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성)두섭인 정말 바른 친구죠. 역할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는 게 평소에도 그래요. 목소리 톤도 깔끔하다 보니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아요. 좀 더 자유로워도 되는데.”

마치 S가 J를 대하듯 진심이 묻어나는 말에 성두섭이 “저 자유로워요~”라며 순하게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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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다미로 Vol.2에서 성두섭은 '보인다 보이지 않는다'를 불렀다.(사진=다미로 음악감독 트위터)

#4. 베토벤 ‘카바티나’의 베클렘트와 다미로! 

  

“이 작품을 하면서 다미로 작곡가와 그의 곡들을 알게 됐어요.”


성두섭은 ‘광염소나타’의 다미로 작곡가와 처음 작업을 하면서 꽤 재밌는 경험을 했다. 뮤지컬 ‘리틀잭’, 오세혁 극작의 ‘우주인’ 등의 다미로 음악감독이 진행하는 ‘월간 다미로’ 2월호에서 성두섭은 ‘보인다 보이지 않는다’라는 노래를 녹음했다. 

 

오세혁 작사 다미로 작곡의 ‘보인다 보이지 않는다’는 제작 전인 세종과 장영실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같은 남자’에 수록될 넘버다. 조선의 노비출신 천재과학자 장영실이 혼천의라는 천문 관측기구를 만들며 부르는 곡이다.  


“한참 공연이랑 연습을 병행하면서 새벽에 녹음했는데 이상하게 중독성이 있어요. 다미로 작곡가님은 곡을 신선하게 잘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배우들의 의견을 잘 수렴해서 만들어 주시는 것 같아요.”

성두섭의 말에 동의를 표한 이선근은 K의 넘버인 ‘마음의 불’을 추천곡으로 꼽았다. 이어 이선근과 김경수는 베토벤의 현악곡 ‘카바티나’를 새롭게 알게 돼 좋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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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소나타' 공연장면.(사진제공=아시아브릿지컨텐츠)

이는 극 중 S와 J가 ‘베클렘트’(Beklemmt 죄다, 압박하다, 괴롭히다)라는 단어를 언급하면서 떠올리는 곡이다. 극 중 “눈물로 작곡된 곡”이라는 S의 말에 J로부터 “고통이 곧 그의 영감이고 모티브였던 걸까?”라는 반문으로 돌아오는 음악이기도 하다. 결국 대화 끝에 “어떤 대가 없인,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결정적인 말을 이끌어낸 곡이기도 하다.

다미로 감독은 “베토벤 후기 현악 4중주 OP. 130 카바티나 곡 중 바이올린 파트의 ‘베클렘트’라는 문구에서 영향을 받았다”며 “긴장감 넘치는 곡에 클래식의 아름다운 선율이 감칠맛을 더한다”고 설명했다.


#5. 나만의 ‘광염소나타’…성두섭 가족, 김경수 작업실, 이선근의 언젠간 만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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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광염소나타’의 S 김경수, J 성두섭, K 이선근.(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같은 뉘앙스는 아니지만 현재 스스로를 불태우고 있고 소멸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어요.”

극의 마지막처럼 스스로를 불태우고 싶었던 순간이 있었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않은 이선근이나 “아직까진 없지만 저를 희생해서 중요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면 다시 생각해보겠다”던 성두섭과 달리 김경수는 의미심장한 답을 내놓았다.

“작품을 많이 하고 기회가 많이 생기는 것에 감사하면서도 충전할 시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죠.”

그리곤 나만의 광염소나타 같은 존재는 “작업실”이라고 답했다.

“저의 본능이 닿는 대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는, 저의 유일하고 시크릿한 공간이죠. 그곳이 저만의 광염소나타이지 않을까 싶어요.”

성두섭은 당연하다는 듯 “물론 가족이 나만의 광염소나타”라고, 이선근은 “그런 존재를 만나고 싶다”고 답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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