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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사이드] 늦깎이 피아니스트 이범재·박지훈이 전하는 '라흐마니노프' 배우들 그리고 영화 '피아니스트'

입력 2017-03-08 17:30

피아니스트 이범재. 박지훈2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니스트 이범재(왼쪽)와 박지훈 .(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개미지옥이에요. 벗어날 수가 없어요.”



뮤지컬 ‘라흐마니노프’(1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의 오세혁 극·연출작 ‘보도지침’에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 역의 박유덕·안재영, 니콜라이 달(Nicholai Dahl) 박사 역의 김경수가 캐스팅됐고 달 박사 역의 정동화 역시 올해 안에 오세혁 연출의 연극에 출연할 예정이다.

더불어 이범재 피아니스트는 3년째 진행하고 있는 ‘히즈 피아노 온 브로드웨이’(HIS PIANO on Broadway, 4월 중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박지훈과 함께 한다. ‘라흐마니노프’ 팀의 끈끈함(?)에 부러움을 표하자 ‘개미지옥’이라는 이범재의 말에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딘 박지훈은 순하게 웃으며 “좋은 게 너무 많더라고요”란다.


◇늦깎이 피아니스트들 “지금이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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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니스트 이범재.(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저는 좀 늦게 시작했어요. 피아노 학원을 몇 번 다닌 기억은 있었는데…중 3때 음악선생님께서 피아노 반주를 하면 무조건 만점을 주겠다고 하셨어요. 그때는 엄마보다 제가 학구열이 더 심했거든요. 외고입시를 준비 중일 때였죠.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하나 틀리면 우는 애가 저 였어요.”

말도 안되는(?) 학구열에 불타던 이범재는 음악점수를 위해 피아노 반주를 시작하면서 재능을 발휘했다. 그의 재능을 눈여겨본 음악교사의 권유로 예고시험을 치렀고 이범재의 표현을 빌자면 “말도 안되게 붙었다.” 그 후 한국예술종합학교 피아노과에 입학했다. 이범재 뿐 아니라 박지훈 역시 늦깎이 피아니스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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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니스트 박지훈.(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저도 되게 특이한 케이스예요. 중 2때부터 레슨을 받기 시작했는데 너무 좋아서 공부도 안하고 하루 종일 피아노만 쳤어요. 엄마가 절대 예고는 안된다고 하셔서 인문계 고등학교를 졸업했죠.”

고등학교 때도 하루 한두 시간 정도는 연주를 하던 박지훈의 재능을 알아본 이 역시 2학년 2학기에 새로 부임한 음악교사였다.

“선생님께서 저희 어머니를 설득해주셨어요. 그때부터 급하게 대학입시를 준비했어요. 결정하고는 진짜 열심히 했죠. 급하게 준비했는데 운 좋게 대학에 붙었죠.”

그렇게 경희대학교 기악과에 입학한 박지훈은 피아니스트로 살아가는 지금이, 앞으로가 너무 좋단다. 이에 이범재 피아니스트가 “늦어서 힘든 것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늦게 시작하다 보니) 남들 보다 못해본 게 많아요. 특히 기악은 길을 들인다고 해야하나…어려서부터 한 친구들을 따라갈 수가 없거든요.”


◇동지애 박유덕·안아주고 싶은 안재영, 다가와주는 정동화·지켜봐주는 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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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호프’의 라흐마니노프 박유덕(왼쪽)과 니콜라이 달 박사 정동화.(사진=브릿지경제 DB, 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러시아 클래식 음악계에 혜성처럼 등장했지만 ‘교향곡 1번’(Symphony no.1) 혹평 후 신경쇠약에 시달린 음악가 라흐마니노프와 그의 신경정신의 달 박사 이야기를 담고 있는 뮤지컬 ‘라흐마니프’에는 4명의 배우가 초재연을 함께 했다.

라흐마니노프 역의 박유덕·안재영, 달 박사의 김경수·정동화는 배역에 꼭 맞는 옷을 입고 감동과 위안을 선사한다. 이범재, 박지훈 역시 이 배우들에게서 에너지와 힘을 나눠 받는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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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 니콜라이 달 박사 역의 김경수.(사진=브릿지경제 DB, 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박)유덕이 형은 진짜 음악가예요.” 이렇게 입을 뗀 이범재는 “감히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인 배우들”이라고 숨을 고른다.

 

이에 박지훈은 “유덕 라흐는 완벽을 추구하는 강박이 있는 진짜 라흐마니노프 같은 음악가라면 (안)재영 배우님은 극 중 스물 초반이던 그 나잇대 같다. 유약하고 여린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정)동화 배우님은 친구처럼 편안한 느낌의 달 박사님이라면 (김)경수 배우님은 진짜 의사처럼 귀담아 들어주는 느낌이에요.” 

 

라흐마니노프_안재영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안재영(사진제공=HJ컬쳐)
박지훈의 말에 이범재는 “피아니스트 입장에서 봤을 때 동화 형은 다가와주는 박사고 경수 형은 지켜봐주는 박사”라고 정리한다.

“유덕이 형은 동지 같은 느낌이에요. 둘 다 토닥여주고 싶은데 유덕 형은 동지애 같은 아픔이 느껴진다면 재영 라흐는 안아주고 싶은 음악가죠.”


◇무대 위에서 보는 관객석 “언제나 정말 조용해요”

“많이 바뀌었다기 보다는 배우님들도 연출님도 (이진욱) 음악감독님도 저도 더 파고 들게 된 거죠. 굳이 서로 말하지 않아도 감정선이 깊어졌어요.”

뮤지컬 ‘라흐마니프’ 앙코르 공연에 대해 이렇게 말한 이범재는 “사실 한번도 본공연을 본적이 없어 잘 모르겠다”고 털어놓는다.

“(객석에서) 대중들이 보는 것과 제가 무대에서 보는 각도는 다르니까요. 다만 보지 않아도 감정들이나 느낌들이 다 오긴 해요.”

무대에서 보는 관객들은 어떠냐는 물음에 이범재도, 박지훈도 “관객들은 변함 없이 정말 조용하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아직도 긴장하느라 정신이 없기는 한데 정말 숨소리도 안내고 보고 계세요. 얼마 전에 클래식 공연 무대에 올랐는데 객석에서 나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너무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새 뮤지컬에 적응한 모양이구나 싶었죠.”


◇이범재의 영화 ‘피아니스트’ 그리고 박지훈의 차이코프스키와 멘델스존의 예쁜 멜로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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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니스트 이범재.(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사실 학교다닐 때는 저희도 인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았는지 잘 모르고 공부했어요. 세세하게 기록된 문헌도 별로 없었으니 그랬을 것이다 유추할 뿐이죠. 음악이 좋아서 꼽는다면 너무 많아요. 장르를 떠나 고된 예술가의 삶을 표현하면 좋을 것 같아요.”

라흐마니노프처럼 뮤지컬 주인공으로 세우고 싶은 음악가가 있냐는 질문에 이범재는 ‘명동로망스’의 화가 이중섭을 꼽았다.

“우리 코드랑도 잘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영화 ‘피아니스트’를 뮤지컬로 만들어도 재밌을 것 같아요.”

이범재가 말한 영화 ‘피아니스트’는 오스트리아의 음악학교를 배경으로 우아하고 지적인 여교수 에리카(이자벨 위페르)와 그녀에 첫눈에 반한 공대생 월터(브느와 마지멜)가 엮어가는 파격 멜로다.

노벨문학상 수상자(2004년) 엘프리데 옐리네크의 1983년작 ‘피아노 치는 여자’를 원작으로 한 미카엘 하네케 감독 작품으로 2001년 제54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남녀주연상을 휩쓸었다.

에리카의 메인 테마인 슈베르트의 피아노 3중주 D.929 2악장과 소나타 D.959를 비롯해 바흐의 피아노 2중주를 위한 더블 콘체르토, 라흐마니노프, 쇼팽, 베토벤 등의 주옥같은 음악이 피아노 선율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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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니스트 박지훈 .(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차이코프스키나 멘델스존 멜로디가 넘버로 꾸미기엔 예쁜 것 같아요. 스토리를 생각한다면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Dmitrii Shostakovich)나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Prokofiev) 등 온갖 시련과 역경을 겪은 러시아 음악가들이요.”

5세부터 작곡을 한 천재 음악가 프로코피예프는 러시아 혁명 당시 미국에 망명했다 국가의 귀국 종용으로 다시 돌아가 비판 속에서 음악활동을 이어간 작곡가다. 1997년 소피 마르소, 숀 빈 주연의 ‘안나 카레니나’ 배경음악으로도 잘 알려졌다.

쇼스타코비치 역시 사회주의 리얼리즘 운동으로 러시아 혁명을 온몸으로 관통한 음악가로 1940년 제1회 스탈린상 수상자기도 하다.

“연주활동을 오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당장은 좀더 공부를 해서 개인적 역량을 보완해야할 것 같아요.”

박지훈의 계획에 이어 이범재는 “음악으로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털어놓는다. 더불어 올해 안에 ‘보이스코리아 시즌2’ 출신의 절친 배두훈과 가요앨범을 낼 것이라고 귀띔한다.

“학교 친구기도 하지만 군대에서 친해졌어요. 두훈이는 가수가 정말 잘 맞는 친구예요. 2년 전부터 내자 내자 했는데 지금까지 못내고 있어요. 이렇게라도 얘기해둬야 가능할 것 같아요. 올해 안에 꼭 배두훈과 가요 앨범 냅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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