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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이번주 프레스콜 말말말!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인식과 감성 넓히는 공론의 장, ‘킬미나우’ 지이선 작가는 배우들의 떡볶이·술친구

입력 2017-05-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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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의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왼쪽)와 연극열전의 ‘킬미나우’.(사진제공=국립극단, 연극열전)

 

“지난 한달 동안 30여년보다 더 많은 생각을 했어요. 머릿속에 ‘어린이’ ‘청소년’ ‘극’ 밖에 없어요. 이 세 가지 단어가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아요.”

 

지난 2일 열린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 프레스콜에서 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 한달 전에 새로 부임했다는 김성제 소장은 “누군가 ‘사랑에 빠진 것’이라고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우리는 어린이청소년극을 만듭니다’로 시작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며 김 소장은 “우리가 말하는 청소년극은 청소년과 예술가들의 살아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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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에 설명 중인 김성제 소장.(사진제공=국립극단)

 

“청소년이 관객으로만 머무는 게 아니라 전반에 걸쳐 창작주체로서 함께 하는 극입니다. ‘소년이 그랬다’ 이후 14편을 4만 2000명 관객과 함께 했죠. 실행과 연구를 기반으로 한 제작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발전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윤철 극립극단 예술감독은 “말이 청소년극이지 성인 연극의 개척, 실험의 단계”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어린이극은 현장(민간 제작사)에서 많이 하고 있고 상당 수준까지 발전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청소년극은 거의 존재하지 않죠. (그 나이대 관객들이) 입시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그래서 업계 충돌을 우려해 민간이 잘 할 수 있는 건 잘 할 수 있게 지원하고 저희는 청소년들의 연극에 대한 경험을 선도적으로 이끌 수 있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록산느…’ ‘아는 사이’ ‘말들의 집’ 등 인식과 감성 넓혀가는 공론의 장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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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극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사진제공=국립극단)

 

올해로 6주년을 맞은 국립극단의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는 첫 작품 ‘소년이 그랬다’를 비롯해 신진 작가와 중견 연출가가 제작한 ‘타조소년들’ ‘옆에 서다’ ‘비행청소년 KW4839’ ‘오렌지 북극곰’ ‘고등어’ 죽고 싶지 않아‘ ’빨간 버스‘ 등을 공연한 바 있다.

올해 연구소는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와 10월, 11월 ‘아는 사이’, ‘말들의 집’을 공연할 예정이다. ‘록산느를 위한 발라드’(5월 21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는 프랑스 작가 에드몽 로스탕(Edmond Rostand)의 ‘시라노 드 베르주라크’(Cyrano de Bergerac, 이하 시라노)를 변주한 작품이다.

실존했던 17세기 프랑스 문필가 시라노의 일생을 담은 원작의 이야기는 시라노(안창환), 드 가슈(김지훈), 크리스티앙(안병찬) 세 남자가 동시에 사랑했던 여자 록산느(하윤경)를 중심으로 재편됐다.

오롯이 자신의 선택과 의지로 움직이고 그 책임까지 떠맡는 록산느와 그 록산느를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하는 세 남자의 성장담이다. 이 작품에 대해 김 소장은 “좀 더 즐겁고 재치 있는 대사로 청소년은 물론 성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극”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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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김윤철 예술감독(사진제공=국립극단)

‘아는 사이’는 10대들의 동성애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이에 대해 김윤철 예술감독은 “어른세계가 청소년세계에 침입해 들어가면서 아이들이 어떻게 소외되고 문제적 환경에 처해지는가를 살펴보고자 했다”며 “청소년의 소외, 고독, 핍박 등을 다 같이 고민해보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김성제 소장은 청소년극에 대해 “우리 인식과 감성을 넓혀가기 위한 공론의 장”이라며 “인간다운 삶에 대한 고민을 통해 아이와 성인의 간극을 좁혀 세대간 갈등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이들은 늘 과소평가되고 어른들에 의해 소외되기 일쑤다. 이에 청소년 문제는 부모, 교사 등 성인과 함께 공유해야 해결이 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김성제 소장은 “청소년은 어른들로 인해 외곽으로 벗어나 있는 문제적 존재나 교육받아야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학교, 우정, 가족애 등을 넘어선 새로운 소재와 주제를 찾아가는 게 우리(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가 추구해야할 청소년극”이라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킬미나우’ ‘프라이드’ 지이선 작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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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나우’ 아빠 제이크 역의 이승준(왼쪽)과 조이 신성민.(사진제공=연극열전)

 

“가장 걱정이 되는 건 제가 모욕적이지 않을까, 혹시라도 이 작품이 상처로 이어지지 않을까예요.”

지난 3월 개막한 연극 ‘프라이드’(7월 2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에 이어 장애인 아들과 그를 돌보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킬미나우’(7월 16알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를 무대에 올린 지이선 작가는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4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열린 ‘킬미나우’ 프레스콜에는 아버지 제이크 역의 이석준·이승준, 장애인 아들 조이 역의 윤나무·신성민, 태아 알코올 증후군에 시달리는 조이의 친구 라우디 역의 문성일·오정택, 트와일라 역의 이진희·정운선 등이 참석했다.
 

킬미나우_제이크의 마지막을 끝까지 지키는 조이
‘킬미나우’는 장애, 존엄사 등 민감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조이 윤나무(왼쪽)는 아빠 제이크(이석준)의 마지막까지 곁을 지킨다.(사진제공=연극열전)

 

이 자리에 함께한 지이선 작가는 “워낙 민감하고 예민한 문제라 늘 우려가 된다”며 “특히 ‘킬미나우’는 문화 차이도 있고 한국정서 상 예민하고 불편하게 느낄 부분이 많다. 하지만 그걸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하는 데 각색의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한국의 문화적 특성으로 불편할지도 모를 장면을 지우거나 약화시키지 않고 강화하고 끝까지 볼 수 있게 하는 게 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음과 몸의 상처, 서로의 상처가 만나 치유되고 성장하는 일종의 연대에 대한 이야기죠.”

동성애 문제를 다룬 ‘프라이드’, 장애인과 그의 가족이 겪는 이야기 ‘킬미나우’가 내포한 문제에 대해 단호하게 얘기한 지이선 작가는 최근 장미대선 후보들의 차별 발언으로 이슈가 된 동성애 혐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극장에 저에게 주어지는 모니터 보유석이 있습니다.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하는 분들께 제 모니터석은 늘 열려 있습니다. 연락주세요.”


◇이석준 “장애인 아들 아닌 10대 아들의 성 문제로 접근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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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나우’ 아빠 제이크 역의 이석준.(사진제공=연극열전)

 

“장애우를 특수한 사람으로 놓고 표현하면 답이 없어요. 특수상황이지만 그들도 일반적으로 살아가고 있고 외적 장애를 넘어선 생각은 똑같거든요. 장애인 아들의 성 문제가 아니라 성적 고통을 받는 10대 아들의 문제로 접근했습니다.”

이렇게 말한 이석준은 공연을 마치고 분장실로 들어가면서 객석에서 우는 소리를 들었던 일화를 전하며 “어떻게 받아들이고 치유하는지는 관객들의 몫”이라고 전했다.

“이 공연이 그 분의 어떤 상처를 건드린 게 아닐까 걱정이 돼 SNS에 메시지를 남겼었어요. 그 메시지에 그 울음이 그 분께는 치유의 시작일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죠. 무대의 의미, 극의 시의성 그리고 관객과 배우의 관계를 새삼 깨달았어요. ”


◇지이선 작가, 이진희의 매운 떡볶이 친구, 윤나무에겐 좋은 술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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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의 실비아에 이어 '킬미나우' 트와일라로 합류한 이진희.(사진제공=연극열전)

1958년과 2017년의 필립(이명행·배수빈·정상윤·성두섭), 올리버(오종혁·정동화·박은석·박성훈·장율), 실비아(임강희·김지현·이진희)를 통해 동성애 문제를 다룬 ‘프라이드’에서 실비아를 연기 중인 이진희는 ‘킬미나우’의 트와일라로도 합류했다.

 

상처를 가진 사람, 그들을 지켜보며 또 다른 아픔을 겪는 인물을 동시에 연기하는 것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이진희는 지이선 작가에게 위로를 받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제가 해소하는 방법은 지이선 작가님과 매운 떡볶이를 먹는 거예요. 그런 쪽으로 많이 풀어주시죠. 사실 감정적으로 힘든 작품들이긴 하지만 더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제 스스로 위안 받고 성장하는 등 얻는 게 훨씬 많거든요.”

지이선 작가는 이진희의 매운 떡볶이 친구인 동시에 윤나무의 좋은 술친구이기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학로 인근에서 윤나무와 지이선 작가가 함께 하는 모습이 잦게 목격되고 있다는 질문에 윤나무는 “데뷔작(2011년 ‘삼등병’)부터 제 공연을 봐주셨던 분이고 2013년 ‘모범생들’로 함께 작업하며 지금까지 인연이 이어졌다”며 “술친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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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미나우' 조이 역의 윤나무(왼쪽)와 그의 친구 라우디 문성일.(사진제공=연극열전)

 

“같이 작품 얘기도 많이 하고 ‘내가 지금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나’에 대한 고민 상담도 잘해주는 누나죠. 이런 저런 작품으로 만나 인간으로서 성장하게 도와주는 누나가 있어 행운아라고 생각해요.”

윤나무의 말에 지이선 작가 역시 “김태훈이라는 본명으로 활동하던, 굉장히 어렸을 때부터 봐왔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지인으로부터 ‘3등병’ 오디션에서 통과한 진짜 괜찮은 친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공연 바로 전날 리허설 하는 걸 보러 갔다. 머리는 빡빡 밀고 안경을 낀, 연기를 너무 못하게 생긴 애가 있었다”며 “하지만 공연을 보고 다음번에 꼭 작업을 같이 하고 싶어 전화번호를 받았다”고 밝혔다.

“친하기도 하지만 제일 무서운 파트너예요. (대본에) 오타나 비문이 있어도 그게 제가 쓰고자 하는 건 줄 알고 외우거든요. 동생이 아닌 동등한 입장에서 저를 굉장히 긴장시키는 배우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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