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B사이드] 연극 ‘보도지침’ 오세혁 작·연출의 귀한 배우들 그리고 차기작 ‘슬루스’와 두근거리는 ‘모래시계’

입력 2017-05-12 18:00

오세혁 연출가 인터뷰6
연극 ‘보도지침’의 오세혁 작·연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얼마 전 공연에서 봉태규 배우가 최후 진술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소리 한번 지르지 않고 드라이하게 가는데 느낌이 확 왔어요. 다른 것들은 (소리를) 질렀지만 최후진술을 그렇게(차갑게) 하려는 노력…이런 것들이 너무 귀해요. 저한테는.”



1986년 한국일보 김주언 기자가 문화공보부가 시달한 보도지침을 월간 ‘말’ 9월호에 폭로한 실제 사건을 다룬 ‘보도지침’의 오세혁 작·연출은 “귀하다”고 했다.

연극 ‘보도지침’은 같은 대학 연극동아리 출신의 일간지 사회부 기자 김주혁(김경수·봉태규·이형훈, 이하 가나다 순), 월간 ‘독백’ 편집장 김정배(고상호·기세중·박정원), 변호사 황승욱(박유덕·박정표), 검사 최돈결(남윤호·안재영), 판사 송원달(서현철·윤상화), 남자(김대곤·최연동), 여자(이화정·정인지) 등이 펼치는 법정극이다.
 

Untitled-111
연극 ‘보도지침’ 위 정배 역의 고상호(왼쪽)와 주혁 역의 봉태규, 아래 주혁 역의 김경수(왼쪽)와 정배 역의 기세중.(사진제공=인사이트먼트)

“고마운 것들은 이런 것들이에요. 막내 기세중 배우는 고향이 대구예요. 출연 제의가 오면 아버지와 상의를 한대요. 아버지를 너무 좋아해서. 그런데 ‘보도지침’은 본인이 하고 싶어서 처음으로 하겠다고 선택한 작품이래요. 잘 모르는 역사적 사건을 잘 할 수 있겠냐고 아버지가 걱정하셨는데 왠지 하고 싶었다고. 이런 게 귀하거든요.” 

 

당시를 겪지 않았음에도 출연을 결심하고 “1일 1 차가움”을 외치는 오세혁 연출에 충실히 따르는 배우들도, 당시 사건기록, 성명서 등을 찾아보는 관객들도 “귀하다”고 했다.


◇귀한 배우들 ‘시크주혁’ 봉태규부터 ‘칼날돈결’ 남윤호까지

“김경수 배우는 타고난 격이 있고 따뜻한 지점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지점인데 되게 푸근해요. 그걸 억지로 지우지 않았으면 했어요. 주혁 중 한명만큼은 따뜻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당신 같다고 했죠. 그런 사람은 오히려 차가울 필요 없다고 생각했어요. 가장 따뜻한 주혁이죠. 이형훈 배우는 재판받을 때 엄청 차가워요. 과거도 현재도 이성적으로 연기하죠.”

‘시크주혁’ 봉태규, ‘불꽃주혁’ 김경수, ‘야생주혁’ 이형훈, ‘푸근정배’ 고상호, ‘당돌정배’ 박정원, ‘맑은정배’ 기세중, ‘칼날돈결’ 남윤호, ‘얼음돈결’ 안재영, ‘거인승욱’ 박정표, ‘인간승욱’ 박유덕, ‘천재’ 김대곤, ‘광대’ 최연동, ‘접신’ 정인지, ‘현신’ 이화정, ‘고목원달’ 서현철, ‘빙산원달’ 윤상화…오세혁 작·연출은 그 귀한 배우들을 이렇게 표현했다.

보도지침 공연사진6
연극 ‘보도지침’ 공연사진. 정배 박정원(왼쪽)과 주혁 이형훈.(사진제공=인사이트먼트)

 

“재영돈결은 법정에서 시종일관 차가운데 학창시절은 뜨거워요. 학창시절 친구들 중 가장 뜨겁고 혈기왕성하죠. 윤호돈결은 학창시절도 차가워요. 그 감정 상태로 법정까지 올라오죠. 그러다 법정에서 어느 순간 확 지를 때가 있어요. (변호사) 승욱 같은 경우에 정표 형은 학창시절에 가장 명랑한 사람이에요. 변호사 시절에는 시크할 정도로 예리한 사람이죠. 유덕승욱은 학창시절에도 지금도 하드보일드한 승욱이에요. 터프하고 다혈질이죠.”

‘보도지침’에는 김대곤·최연동, 정인지·이화정이 법정에 참석한 남녀, 연극반 선배, 주혁 신문사의 편집국장과 윤 대리, 문화공보부 직원, 국제기자 등으로 분하며 극을 진행시킨다.

“브레히트의 서사극처럼 이야기의 서술자, 이야기꾼인 동시에 어떤 장면에서는 보탬이 되는 인물로 접근해서 모든 연기에 거리를 두면 좋겠다고 했어요. 선배든 뭐든 그 역할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선배 역할 하는 김대곤, 정인지, 편집국장 연기하는 최연동이고 유 대리 역하는 이화정의 느낌이요. 당연히 쉽지는 않은데 조금씩 잘 하고 있어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 처음 시작할 때예요. 법정에서 남자가 얘기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여자가 같이 얘기하는 그 장면이 너무 좋아요.”


◇잘 들어주는 연출? 스스로 발언할 자격이 있는 만큼!
 

보도지침 공연사진5
연극 ‘보도지침’ 공연사진. 왼쪽부터 돈결 역의 안재영, 원달 윤상화, 승욱 박정표.(사진제공=인사이트먼트)

 

“무대 위를 책임지는 사람은 배우예요. 본인이 납득 안되고 인정이 안되는 걸 무조건 하라는 건 말이 안되잖아요. 물론 모든 공연이 그렇지는 않지만 이 공연은 그랬어요. 그래서 얘기를 계속 나눈 것 같아요. 어떤 장면은 제 마음 속에 정답이 있는데도 배우들이 해보고 싶은 걸 다 해보게 했어요. 다 해보고 돌아오는 것과 해보지도 않은 배우를 붙들고 (내 것이 무조건) 맞다고 하는 건 큰 차이가 있거든요. 그래서 많이 돌더라도 그런 시간을 많이 가졌죠.”

작가이자 각색가이기도 한 그는 작가를 빛내고 싶은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는 연출이기도 하다. 그는 “쓰고 연출까지 할 때는 혼자서 하니 힘들긴 한데 배우들과 이야기하면서 실시간으로 수정하고 확인을 할 수 있어서 좋다”며 “수많은 작가들이 정말 많은 상처를 받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연출만 할 때는 대본 그대로 올리려고 최선을 다 한다”고 털어놓았다.

그렇게 그는 작가의 대본을 존중하고 배우들과 대화하며 그 의견을 반영하려 노력하는 연출로 알려져 있다. ‘라흐마니노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뿐 아니라 ‘보도지침’ 역시 그렇게 배우들과 함께 완성한 작품이다.  

 

Untitled-2
연극 ‘보도지침’의 오세혁 작·연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기업이나 정권이 노동자나 국민들을 옳지 못하게 대우하거나 비민주적으로 대하는 걸 보면서 비판을 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극단을 운영하는 나는 어떤가’ 싶었죠.”

그 깨달음 이후로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단원들에게 올바른 대우를 하고 있나? 개런티를 제대로 주고 있나? 연습하는 과정이 민주적인가? 스스로의 말에 책임을 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면서 그는 배우들의 말을 듣고 반영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래야 저도 발언할 권리가 생긴다고 생각해요. 우리 극단이 민주적이지 않으면서 민주주의를 외치는 건 위선적인 거잖아요. 요즘은 스스로 발언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만큼만 하자고 생각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보도지침’ 연습을 할 때 민주적으로 했으니까 민주주의에 대해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 사람의 말을 잘 경청해줬으니까 어느 순간에는 제 얘기를 잘 들어달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극 중 네 친구들의 연극반 시절 장면은 오세혁 작·연출이 대학 때 풍물패 활동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의 일부다.

“그때는 이렇게 해야 한다, 무조건 따라와라 등의 말을 많이 들었어요. 노란 머리로 염색을 했다가 미 제국주의에 빠졌다고 혼나기도 했고 족발에 같이 온 콜라를 싱크대에 쏟아버리는 선배에 환경문제를 제기하며 대들다 또 혼나고…자꾸 여기 아니면 저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정치관이 진보적이라고 예술관까지 진보적이지 않고 그 반대일 수도 있음을 경험하면서 스스로 발언할 자격이 있는지를 돌아보기 시작했단다.


◇의문과 비판은 타인이 아닌 내 삶에 대한 자세
 

Untitled-5
연극 ‘보도지침’ 왼쪽부터 정배 역의 기세중, 주혁 봉태규, 승욱 박유덕.(사진제공=인사이트먼트)

 

“사실 우리가 의문을 가지고 비판의식을 가져야하는 건 다른 사람의 삶이나 가치관이 아니라 자신의 삶이에요. 저 역시 ‘보도지침’을 통해 제 삶을 좀 돌아보고 있어요.”

이에 극 중 판사가 말하는 ‘거리’를 좁히는 일에 대해서도 “아마도 좁혀지지 않을 것이고 좁힐 필요도 없다”며 “서로의 위치를 유지하고 인정하면서 같이 할 것을 해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쩔 수 없이 저와 어머니, 아버지는 생각이 달라요. 왜 저렇게 보수적일까 이해하지 못하던 때도 있었죠. 하지만 그들도 그들이 살아온 시절이 있어요. 그들의 경험, 과정 속에서 절 키우고 삶을 유지해왔다는 자부심이 있죠. 그 격동의 시대에서. 그 시대를 거쳐 오지도 않은 제가, 책을 좀 읽어서 안다고 ‘당신 삶이 틀렸다’고 하는 건 폭력이라고 생각해요. 억울해 하거나 분해할 필요가 없어요. 어머니, 아버지 말도 맞지만 저는 이렇게 살고 싶다고 서로 인정하면 돼죠.”


◇셰익스피어의 ‘햄릿’과 브레히트 ‘갈릴레이의 생애’
 

보도지침 공연사진2
연극 ‘보도지침’ 중 연극반 시절.(사진제공=인사이트먼트)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그 당시 연극반에서 가장 많이 했던 작품이었어요. 고전이고 명작이다 보니 검열에 쉽게 통과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권력자에게 복수를 하는 내용에 슬쩍 슬쩍 넣을 수 있는 것들이 많았거든요.”

‘보도지침’에는 연극반 시절 ‘햄릿’과 브레히트의 ‘갈릴레이의 생애’를 두고 주혁·돈결·정배·승욱과 원달이 설전을 벌이는 장면이 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법정에서 지구는 둥글다는 자신의 주장을 펼치는 작품으로 당시 금서로 분류되기도 했다. 결국 네 친구는 ‘갈릴레이의 생애’를 무대에 올렸다 어디론가 끌려가 고문을 당한 후 각자의 길로 흩어졌다.

“브레히트 작품이 금서인 건 알았으니 ‘갈릴레이의 생애’를 무대에 올리면 힘들었겠구나 싶어서 (장면에) 넣었거든요. 그런데 원로 평론가 선생님께서 당시 서울대 연극반에 진짜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갈릴레이의 생애’ 공연 전날 형사들이 찾아와서 끌려가 공연을 못했대요. 신기했어요.”


◇닮고 싶은 정배 “몸빵하는 캐릭터?”
 

Untitled-4
연극 ‘보도지침’ 정배 역의 고상호.(사진제공=인사이트먼트)
오세혁 작·연출은 가장 닮고 싶은 인물로 정배를 꼽았다. 대본을 쓰면서 그 마음을 반영하기도 했다는 그는 정배에 대해 “몸빵하는 캐릭터”라고 표현했다.

가장 권력이 없는 인물이에요. 기자도 아니고 권력을 가진 것도 아닌데 가장 적극적인 활동가잖아요. 그 사람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가 유머예요. ‘열심히 잡혀가면 돼요’ 등 대사가 너무 슬프거든요. 권력이 없으면 유머가 발달하게 되죠. 제가 그랬거든요.”

그리곤 남학교 시절을 떠올리기도 했다. 집안도 넉넉하지 못했고 싸움도 공부도 잘하지 못했던 그의 유일한 무기는 유머였다.

“저 학교 다닐 때 되게 웃긴 애였어요. 유머가 약점이자 단점을 강력하게 보완해주는 인간의 무기인 거 같아요. 사람들은 재밌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정배처럼 살아야지…했죠.”

그리곤 찰리 채플린의 예를 들기도 했다. 채플린은 영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코미디 배우였지만 알코올 중독으로 사망한 아버지, 정신병원에 갇힌 어머니, 고아원 생활 등으로 지난한 인생을 살았던 사람이기도 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과연 주혁이가 이 친구들을 자주 만났을까요? 전 아니었을 것 같아요. 주혁이 기자생활을 열심히 할 때는 한번도 생각 안나다가 보도지침을 터뜨릴 생각을 하면서야 생각해내고 갔을 거예요. 정배는 오랜만에 찾아온 친구가 반가우면서도 부탁하러 온 걸 알고 있었을 것 같고. 하지만 정배는 그럴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이에요. 제 주변에도 그런 선배들이 되게 많아요. 낮은 데서 활동하는 사람들이요. 그런 사람들로 인해 세상이 변한다고 생각해요. 정배같은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가장 하고 싶은 말 “우리 좀 불량해집시다!”

오세혁 연출가 인터뷰20
연극 ‘보도지침’의 오세혁 작·연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부탁을 하시는 거냐 지침을 내리시는 거냐’였어요. 저는 모든 문제가 뭘 시키니까 생기는 것 같아요. 제가 연극, 마당극, 대학로, 민간 프로젝트, 공공극장 등을 다 해보는 이유도 한곳에 고여 있으면 눈치를 보게 되고 어떤 건 어쩔 수 없이 따르게 되거든요. 그게 싫어서 자꾸 경계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곤 “누가 나한테 뭐라고 하는 게 싫다. 마찬가지로 내가 누군가에게 뭐라고 하는 것도 싫다”고 토로했다.

“어떤 사정으로 인한 부탁은 좋지만 지침은 안내렸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우리가 좀 불량해졌으면 좋겠어요. ‘내가 하건 안하건 왜 당신이 신경써?’라고 말 할 수 있게요.”


◇차기작 ‘슬루스’, 담백하게 비워서 돌아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그리고 ‘모래시계’
 

Untitled-6
연극 '늙은 소년들의 왕국'(사진제공=극단 걸판)
오세혁 작·연출은 ‘보도지침’에 대해 정의를 위한 작품이 아니라 ‘나를 움직이는 힘이 어디서 오는가에 대한 고찰’이라고 정의했다.

“저를 움직이는 힘은 끊임없는 공연작업에서 와요. 연극과 뮤지컬에서 접하는 아름다운 가치들이 저를 계속 움직이게 하죠. 저는 아름답지 못하기에, 계속 아름다운 것들을 보고 싶습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십이야’ ‘라흐마니노프’ 등으로 분주한 그의 2017년은 ‘지상 최후의 농담’ ‘세상친구’ ‘보도지침’이 한꺼번에 공연되기도 했을 정도다. 이후 19일 개막할 뮤지컬 ‘밀사’(6월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6월 2일 개막 예정인 연극 ‘슬루스’(Sleuth, 7월 23일까지 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들이 관객을 만난다.

12일 대학로 30스튜디오에서 개막해 일본 순회, 통영연극제까지 공연이 확정된 ‘늙은 소년들의 왕국’, 10월 안산예술의 전정에서 공연될 ‘전설의 리틀농구단’,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이하 나나흰) 재연, 12월 개막할 ‘모래시계’(12월 5~2018년 2월 11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까지 분주한 한해가 될 예정이다.

“안산문화재단에서 제작하는 ‘전설의 리틀농구단’은 11월 초쯤 중국공연을 가게 될 것 같아요. 현재 배우들을 캐스팅 중이죠. 내년 초엔 대학로에서도 공연돼요. ‘나나흰’은 10월 중순에 재연되는데 더 맑게, 더 담백하게, 더 비운채로 가보려고 합니다.”
  

Untitled-8
연극 ‘슬루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앤드류 역의 정동화·김종구, 마일로 정욱진·정문성(사진제공=네오프로덕션)

 

연극 ‘슬루스’에 대해서는 “같은 세대의 두 사람이 각자 다른 무기로 싸운다”고 귀띔했다. ‘슬루스’는 1970년 영국, 1971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이래 꾸준히 공연되고 있는 안소니 샤퍼의 동명희곡을 바탕으로 한다. 유명 미스터리 작가 앤드류 와이크와 그 아내의 내연남인 미용사 마일로 틴들이 벌이는 심리 복수극이다. 

 

1972년 조셉 L. 맨케비츠 감독, 로렌스 올리비에·마이클 케인 주연의 ‘발자국’, 2007년 케네스 브레너 감독, 주드 로와 마이클 케인 주연의 ‘추적’ 등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번 연극 ‘슬루스’에서는 노인 세대였던 원작의 앤드류를 젊은 인물로 변주해 김종구·정동화가 연기한다. 상대역인 마일로에는 정문성·정욱진이 더블캐스팅됐다. 


“(앤드류와 마일로는) 같은 젊은 세대지만 누리고 있는 계급, 향유하고 있는 문화가 달라요. 원작이 다른 세대 간의 싸움이었다면 이번 버전은 앤드류는 소설, 마일로는 연극으로 같은 세대의 두 사람이 각자 다른 무기로 싸우죠.” 

 

작품에 대해 귀띔한 그는 함께 하는 배우들에 대한 반가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정문성 배우는 ‘어쩌면 해피엔딩’을 보고 반했어요. 곧 만나길 바랐는데 곧바로 만나게 됐네요. 정욱진 배우는 공연작업을 하면서 가장 이름을 많이 들은 배우여서 한번 만나보고 싶었어요. 김종구 배우는 PD님의 확신이 있었는데 첫 리딩을 보면서 저도 똑같은 믿음을 갖게 됐죠. 요즘 보기 드문 ‘박력’이라는 매력을 갖고 있어요.” 

 

오세혁 연출가 인터뷰9
연극 ‘보도지침’의 오세혁 작·연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번 ‘슬루스’에는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에서 니콜라이 달 박사로 호흡을 맞췄던 정동화가 앤드류를 연기한다.

“정동화 배우는 올해 제가 연출하는 연극작업에서 꼭 만나고 싶었는데 일정이 맞지 않아 함께 하지 못했어요. 다행히 각색 작업에서 만나게 되네요. 정동화 배우랑은 왠지 아주 긴 세월 동안 꼬박꼬박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어요.”

연말 즈음에 라인업된 ‘모래시계’는 고현정, 최민수 주연의 동명 드라마를 무대에 올리는 뮤지컬이다. 오세혁 작·연출은 이에 대해 “현재 캐스팅과 최종대본을 마무리 중”이라고 귀띔했다.

“원작드라마가 워낙 위대했기 때문에 부담도 있지만 같이 대본을 쓰는 ‘나나흰’의 박해림 작가, 처음 뮤지컬을 가르쳐주신 조광화 연출님과 뜨겁게 작업하고 있어요. 두근거립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