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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사의찬미’ 윤심덕과 국립무용단 ‘리진’, 그 시대 여자들과의 의미심장한 조우?! 키워드는 '공감대 형성'

뮤지컬 ‘사의찬미’ 1차팀 우진 역은 김경수·정문성, 윤심덕은 안유진·곽선영, 사내는 정민·이규형
2차팀 김우진 정동화·이율·고상호, 윤심덕 최유하·최수진·최연우, 사내 최재웅·김종구·성두섭
국립무용단이 5년만에 선보이는 신작 ‘리진’, 안무가 김상덕, 김성국 작곡가, 정승호 무대디자이너

입력 2017-06-07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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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을 주인공으로 한 뮤지컬 ‘사의찬미’(왼쪽)와 조선 최고의 궁중무희 이야기 ‘리진’.(사진제공=네오프로덕션, 국립극장)

 

6일 전격 캐스팅을 발표한 뮤지컬 ‘사의찬미’(7월 28~10월 29일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국립무용단이 5년만에 선보이는 신작 ‘리진’(6월 28~7월 1일 국립극장 해오름). 

 

두 콘텐츠는 1890년대와 1920년대를 관통한 여성들의 이야기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그 시대 속 인물들을 통해 현대인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려 고심한 결과물이기도 하다.




◇시대의 압박, 예술인으로서 갈구하는 표현의 자유 그리고 불륜 ‘사의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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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사의찬미’가 2년만에 돌아온다. 사진은 2015년 ‘사의찬미’ 포스터.(사진제공=네오프로덕션)

배우 출신인 성종완 작·연출의 ‘사의찬미’는 한국 최초의 소프라노 윤심덕, 천재 극작가이자 신극 운동의 창시자 김우진이라는 실존인물과 신원미상의 허구 인물 사내가 펼치는 사랑과 시대에 대한 한탄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1991년 장미희, 임성민, 이경영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져 관객들을 만났던 그 이야기다.

2013년 ‘글루미데이’라는 제목으로 초연 후 2014년까지 공연됐고 2015년에는 ‘사의찬미’로 제목을 바꿔 무대를 꾸렸다. 

 

이번 ‘사의찬미’는 ‘글루미데이’ 시절 배우들과 2015년 출연 배우들, 새로 합류하는 배우들로 1, 2차팀을 꾸려 공연된다.

8월 27일까지 김우진 역은 김경수·정문성, 윤심덕은 안유진·곽선영, 사내는 정민·이규형이 책임진다. 이후 8월 30일부터 10월 29일까지 공연에는 김우진에 정동화·이율·고상호, 윤심덕에 최유하·최수진·최연우, 사내 역에 최재웅·김종구·성두섭이 투입된다.

‘사의찬미’ 최고 강점은 유부남이었던 김우진과 사랑에 빠진 윤심덕 그리고 두 사람 주변을 맴도는 신원미상의 사내가 펼쳐가는 옛 이야기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 누구에게나 공감을 불러일으킬 극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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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사의찬미’. 사진은 '글루미데이' 시절의 윤심덕 곽선영과 김우진 정문성.(사진제공=네오프로덕션)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할 불륜에 빠진 연인인 동시에 일제 강점기에 나라를 잃은 국민으로, 한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로 그리고 자유를 억압당한 예술인으로서 그와 그녀가 겪었을 억압과 답답함, 극단적인 고독이 ‘사내’라는 인물에 투영돼 표출된다.


두 사람을 옭아매던 시대상과 예술가로서 갈구하는 자유 그리고 사회적으로 지탄받던 불륜이라는 설정 속에서 풀어내는 김우진, 윤심덕의 아프고 답답한 속내와 두 사람을 무섭게도 몰아붙이는 사내의 존재가 보는 이로 하여금 자신의 상황, 심리 상태, 고민거리 등을 투영시켜 내 이야기가 되게 한다.

하지만 연기하는 배우들마저 침잠하게 할 만큼 극도로 우울하게 표현되는 시대상과 인물들의 심리가 그렇지 않아도 지칠 대로 지친 지금 2017년의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을지는 위험요소다.


◇실존과 허구 사이 ‘리진’, 현대인과 소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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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의 ‘리진’ 출연진. 왼쪽부터 도화 역의 장윤나, 리진 이의영, 원우 송설, 플랑시 황용천, 도화 박혜지, 리진 이요음, 원우 송설, 플랑시 조용진.(사진제공=국립극장)

 

국립무용단이 5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이자 국립극장 2016-2017 레퍼토리시즌 마지막 작품의 주인공인 리진은 1890년 초 조선 주재 프랑스 공사였던 이폴리트 프랑댕이 쓴 ‘앙 코레’(En Coree, 1905)에 등장하는 조선 최고의 궁중 무희다. 2006년, 2007년에 작가 김탁환, 신경숙이 각각 ‘리심’ ‘리진’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소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국립무용단의 ‘리진’은 조선 궁궐을 배경으로 한 전통무용수의 삶을 담은 1막, 초대 프랑스 공사 플랑시와 떠나온 프랑스에서 맞는 신세계와 절친 도화, 리진에 집착하는 원우에 의해 비극을 맞는 2막으로 구성된다.

소설 발표 당시부터 실존인물이다 아니다의 논란이 일기도 한 리진은 국립무용단원인 이의영·이요음, 그녀의 어린시절 동무이자 라이벌 도화는 장윤나·박혜지, 리진을 신세계로 이끄는 플랑시는 황용천·조용진이 더블캐스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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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진’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상덕 예술감독.(사진제공=국립극장)

7일 오후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실 리허설룸에서 열린 ‘리진’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안무가 김상덕 신임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영화, 드라마 등이 역사적 인물을 소재로 관객과 소통하고 있다”는 콘텐츠 트렌드를 전하며 “무용극 역시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 관객과의 소통 가능성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우리 무용의 현대화를 위해 김상덕 예술감독을 비롯해 뮤지컬 ‘파우스트’, 창극 ‘코카서스의 백묵원’ 등의 김성국 작곡가, 뮤지컬 ‘레베카’ ‘베르테르’ ‘황태자 루돌프’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등의 무대디자이너 정승호 등이 의기투합했다.

김상덕 예술감독은 “고전 무용 그대로의 재현이 아닌 모던한 춤으로의 재생이 될 것”이라며 “춤을 매개로 스토리텔링했고 고전 춤을 요소요소에 녹인 상태에서 현대적으로 만든 것이 이번 작품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성국 작곡가는 ‘리진’에 대해 “서사성을 띤 무용극으로 한축은 서사를 쫓아가고 또 한편으로는 조선시대에 성행한 정통 가창방식인 정가를 차용해 만든 리진의 주제곡이 관통하는 이분법적 형식을 띠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실과 가상세계가 대비되는 사운드로 표현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현실은 국악기든 서양악기든 타악기든 실제 악기 사운드로, 리진이 프랑스라는 신세계로 가면서 펼쳐지는 가상세계는 컴퓨터를 중심으로 한 가상악기 사운드로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강조한다”며 “죽음으로 가는 결말은 리진을 대변하는 목소리로 불리는 주제가가 다시 등장한다. 정통 정가 가창에 새로 꾸린 가사와 선율을 더해 마무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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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진’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창작진과 출연진들. 사진 왼쪽부터 도화 역의 장윤나, 리진 이의영, 김성국 장곡가, 안호상 국립극장장, 김상덕 예술감독, 정승호 무대디자이너, 리진 이요음, 도화 박혜지(사진제공=국립극장)

정승호 무대 디자이너는 “중점을 둔 건 동시대성이다. 어떻게 하면 무대가 전형적인 스토리텔링을 따르면서도 동시대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고심했다”며 “무용이 가진 추상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미니멀하게, 비우면서도 큰 제스처로 지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게 표현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동시대성’ ‘현대화’ 등은 안무, 음악, 형식, 무대, 비주얼, 드라마타이즈 등 형식의 변화만으로 담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결국 모던 발레, 드라마 발레 등으로 진화하며 수백년간 명맥을 유지해온 발레처럼 우리 무용이 현대화하고 새로운 물결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과 어떻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지에 달렸다.

이는 “여성들이 고립되고 억압되고 억눌렸던 시대에 당당하게 서양세계에서 동양의 아름다움을 알린 리진을 통해 도전정신과 목표의식을 전달하고자 했다”는 김상덕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김성국 작곡가, 정승호 무대디자이너 등 창작진, 무용수들, 안호상 국립극장장 등의 설명으로도 모호하기만 한 ‘리진’의 숙제처럼 보인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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