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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주거니 받거니 장난기 넘치는 친구처럼! 뮤지컬 ‘리틀잭’ 잭 김지철과 줄리 랑연

입력 2017-08-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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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틀잭’의 김지철(왼쪽)과 랑연.(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 프롤로그: 첫 만남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 처음 만났는데 되게 과묵하더라고요. 제가 밝고 운동도 좋아하고 에너지가 넘치다 보니 과묵한 사람을 보면 저도 차분해지는 것 같아서 되게 좋아하거든요. 굉장히 과묵한 줄 알았죠.”



뮤지컬 ‘리틀잭’(8월 20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 잭 피셔 역의 과묵한 줄 알았던 김지철과 장난기 넘치는 줄리 해리슨 랑연의 첫 대면은 그랬다. 하지만 촬영이 진행되면서 업어주고 귀를 잡아당기는 등 남다른 호흡을 발휘하기도 했다.

“제 장난을 다 받아주는 거예요. 이 친구랑도 재밌게 연기할 수 있겠구나 싶었죠.”

랑연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무대 위에서는 물론 일상에서도 주거니 받거니 장난을 치는 두 사람에 인터뷰 내내 박장대소가 난무했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연기를 잘 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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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틀잭’의 랑연.(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2회 연속 지철이랑 공연을 한 적이 있는데 ‘줄리 나랑 결혼하자’ 하고 저를 쳐다보는데 그 눈빛에 완전한 감정을 담아서 주는 거예요. 그 순간은 공연 중인 걸 잊을 정도였죠. 사실 줄리들이 많이 울면 안되서 그거 참느라고 정말 힘든데 그날은 진짜…어떻게 (눈빛을) 그렇게 줘?”

서로에게 궁금한 것이 없냐는 물음에 랑연은 단박에 “어떻게 하면 그렇게 연기를 잘할 수 있어?”란다.

“너 지금 결혼 하고 싶은 거 아냐?”

랑연의 질문에 돌아오는 김지철의 반문이 박장대소로 이어지고 그에 대한 랑연의 답에 다시 한번 큰 웃음이 터진다.

“난 일을 많이! 잘 하고 싶어! 배역으로서 상대편을 배려하면서도 자기중심을 지키는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너무 궁금해요.”


◇서현철 선배의 여유와 열린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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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틀잭’의 김지철.(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제가 서현철 선배를 되게 좋아해요. 모든 걸 다 받아주세요. 상대방이 어떤 그림을 그리든 ‘너 그렇게 했어? 그럼 내가 이렇게 해줄게’ 식이죠. 그게 너무 신기한 거예요.”

랑연의 물음에 김지철은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톡톡’ 등에서 함께 했던 서현철을 언급했다.

“정말 완전하게 이해해서 뭘 툭 던져도 나오게 연습을 하는 것도 중요하죠. 더불어 서현철 선배의 그 여유와 열린 마음이 너무 닮고 싶어서 조금씩 해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리틀잭’ ‘광염소나타’ ‘위대한 캣츠비’ 등에서 아주 조금씩요.”

무대 위에서 감정을 어떻게 처리하고 표현할 건지 역시 완벽한 틀로 정형화하기 보다는 상대에 따라, 그날 무대 상황이나 자신의 감정 상태에 따라 순간에 충실하고자 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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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틀잭’의 랑연(왼쪽)과 김지철.(사진제공=HJ컬쳐)

“매회 똑같은 감정이 끓어오를 수는 없잖아요. ‘연기할 때 감정이 오면 땡큐고 안와도 해야하는 게 연기’라던 하정우 선배의 얘기를 정말 좋아해요. 변정주 연출님도 ‘작품에 대한 완벽한 이해로 대사를 맞춰보지 않고 갔는데도 합이 맞아 떨어지면 최고의 연기가 된다’고 하셨어요. 그걸 너무 하고 싶어요. ‘이해’라는 게 배우마다 방향도 정도도 다르잖아요. 두 배우가 이 신에서는 이렇게 가자는 합의 없이 했는데 동시에 같은 게 나오면 최고의 시너지가 나는 것 같아요.”



◇관객도 함께 울어주는 애틋한 첫사랑

 

“제가 잭으로서 느낀 감정을 관객들이 공감해주시는 걸 볼 때면 정말 좋아요.”

김지철은 잭과 줄리가 서로의 곁에 머물고 싶은 마음을 노래하는 ‘유’(You)를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꼽으면서 3번째 무대부터는 웃을 수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커튼콜 앵콜곡이기도 한 이 노래를 부르면서는 차마 줄리의 얼굴을 볼 수 없을 정도로 감정이 격해진다고도 했다.

“혼자 있다고 생각해, 다시 해볼까요, 네 해볼게요…그렇게 죽 이어지다가 ‘유’가 나오는 순간 눈물이 나서 줄리를 못보겠는 거예요. 그 감정을 느끼며 앞을 봤는데 관객분들이 울고 계시면 괜히 좋아요.”

그래서 김지철은 ‘심플’(Simple)과 ‘유’를 신나게 부르는 다소 긴 커튼콜에 “극의 여운을 좀 가져가셨으면 좋겠는데 마지막에 너무 풀어지는 느낌”이라고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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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틀잭’의 랑연.(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항상 잭들의 표정이 너무 궁금해요. 줄리들은 늘 뒤에 있다 보니 잭들의 뒤통수를 많이 보거든요.”


그렇게 잭과 줄리는 랑연의 말처럼 “서로 못봐” 마지막까지 애틋한 첫사랑이다.


◇참사? 즐거운 추억! ‘똥파리’ 난입사건과 악보에 헤딩하던 ‘광염소나타’의 문태유
 
“정민 오빠랑 공연을 하는데 똥파리 한 마리가 자꾸 따라다니는 거예요. 잭이 부순 기타 ‘리틀잭’을 들고 들어와 세워두고는 피아노를 치는데 팔이 너무 간지러운 거예요. 그러더니 계속 얼굴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저는 감정을 잡느라 애를 먹고 관객들은 울다 웃다 난리도 아니었죠.”

줄리와 재회하며 잭이 감정을 폭발시키는 중요한 장면에서의 똥파리 난입(?)사건으로 그날의 공연은 배우들도 관객들도 극한 감정의 경계를 수차례 넘나드는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저는 ‘광염소나타’를 하면서 웃음을 참느라 힘든 적이 있어요. J가 광분해서 악보를 날리고 저(S)는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하는 신이었는데 (문)태유 형이 악보를 날리고는 갑자기 헤딩을 하는 거예요. 그걸 보면서 저는 이를 악물고 노래하느라 죽는 줄 알았죠.”

‘리틀잭’은 잭을 연기하는 배우가 오롯이 극을 이끄는 콘서트 형식으로 연기, 노래와 더불어 관객과의 소통이 중요한 작품이다. 관객과 해보고 싶은 게 있냐는 질문에 김지철도 랑연도 목소리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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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틀잭' 중 줄리를 연기하고 있는 랑연.(사진제공=HJ컬쳐)

 

“가수들 콘서트에서 자신이 마시던 물을 관객에게 주는 걸 봤어요. 그걸 꼭 한번 해보고 싶었는데 ‘리틀잭’에서 조금씩 해보고 있어요.”

이어 “줄리가 들어오면 ‘예쁘죠’라고 관객들에게 묻거든요. 대답이 없으면 ‘안예뻐요?’ 반문하면 줄리가 기분 나쁜 티를 내는 것도 한번 해보고 싶어요”라고 덧붙인 김지철의 말에 랑연은 “저도 관객과 소통하고 싶어요”라고 우렁차게도 외친다.

“콘서트를 너무 하고 싶어요. 올해 연말에는 제가 기획한 콘서트를 하는 게 꿈이에요.”


◇“잔잔하게 오래 가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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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틀잭’의 김지철(왼쪽)과 랑연.(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해온 작품보다 해나갈 작품들이 많을 거잖아요. 다양한 작품으로 많이 뵐 수 있는 기회가, 너무 늦지 않게 왔으면 좋겠어요. 연기적 요소가 많은 작품을 통해 연기적으로도 많이 늘고 싶어요. 그렇게 소소하게 꾸준히 오래 가는, 잔잔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최근 다양한 극의 오디션을 봤거나 준비하고 있다는 랑연은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에스메랄다, ‘키다리아저씨’의 제루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자야, ‘여신님이 보고 계셔’, ‘사의찬미’ 등 해보고 싶은 작품이 너무 많아요. 언젠가 제게도 기회가 오겠죠. 매일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라며 밝게도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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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틀잭' 중 잭을 연기하고 있는 김지철.(사진제공=HJ컬쳐)

“지금도 연기자로 활동하고 계시는 선배님들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노래, 연기, 춤 등은 물론 마지막까지 이 직업을 놓지 않으려면 잘 사는 수밖에 없어요. 모나지 않게. 제가 다른 직업군에 손대지 않고 배우라는 직업에만 집중하면서 잘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좋겠어요.”  

 

그렇게 “배우라는 직업을 죽을 때까지 하고 싶다”고 전한 김지철은 “‘지킬앤하이드’를 꼭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이기도 했다.  

 

“급하면 급할수록 안되는 것 같아요. 제작사도 모험을 할 수 없으니 늘 연락되는 사람에게만 캐스팅 의뢰가 들어가는 구조죠. 가끔 초조해지고 욕심이 생기기도 하지만 누군가 드라마, 영화 쪽으로 진출하고 틈이 생기면서 저에게도 기회가 오고 그러는 것 같아요.” 

 

그렇게 김지철은 기대하고 초조해하기 보다는 자신의 것을 준비하고 쌓아가면서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하다보면 기회가 온다는 사실을 배우고 경험했다.


“2년 동안 정말 바쁘게, 쉬지 않고 달렸어요. 나이도 있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준비돼 있고 버틸 힘만 있으면 기회는 오는 것 같아요.”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 “내가 누나거든!” “만날 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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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틀잭’의 김지철.(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그래서 더 슬프지 않아요?”


약에 절어 무대에 오르는가 하면 애지중지하던 기타 ‘리틀잭’을 부수는 기행이 가장 안어울리는 잭이 김지철이라는 말에 랑연은 이렇게 대꾸했다.

“안그럴 것 같은 사람이 그러니까…사실은 아닐 수도 있지!”

장난스러운 랑연의 도발(?)에 김지철이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했다”고 받는다.

“그런데 ‘캣츠비’한다며?”

‘이 무슨 웃기지도 않는 아재 개그인가’라는 김지철의 눈빛에 금세 “미안”이란다.


“산으로 많이 가네요. 돌아와!”

김지철의 말에 “내가 누나거든?”이라며 발끈하는 랑연.


“얘가 만날 이래요. 뭐 하다가 좀 불리해지면 몇 개월 누나라고!”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하라고 했을 뿐인데 장난스러운 툭탁거림이 순식간에 오간다. 

 

“랑연아, 네가 하고 싶은 음악, 배우 활동 다 급하지 않으니까 천천히…마지막까지 네가 하고 싶은 작업을 소신 있게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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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리틀잭’의 김지철(왼쪽)과 랑연.(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짐짓 심각해진 김지철의 말에 랑연도 “이번에 너를 만나서 너무 좋았다”고 말문을 열었다.


“네가 가는 길에서 항상 응원할게. 항상 파이팅하자.”


◇ 에필로그: 보양식 돼지국밥과 맥주

“돼지국밥!” “나는 맥주!”

인터뷰는 자신만의 보양식을 외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돼지국밥”을 외친 김지철은 “돼지국밥집을 차릴 것”이라는 꿈을 전하기도 했다.

“벌써 육수 비법도 전수 받았어요. 맛있는 국밥을 먹이고 싶어요. 사람들한테. 육수가 바닥나면 안팔 거예요.”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는 김지철의 꿈에 랑연은 “사람들 많이 데리고 자주 갈게”라고 응원을 보낸다.

“돼지국밥 먹을까?”라는 김지철의 물음에 “너무 무겁지 않을까?”라고 답하는 랑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는 두 사람의 뒷모습이 정겹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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