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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대로’ 메이웨더는 링 위의 그렉 매덕스

입력 2017-08-28 09:51

BOXING-MAYWEATHER-MCGREGOR/ <YONHAP NO-2780> (REUTERS)
전성기를 넘기긴 했지만 메이웨더는 특유의 방어력과 여유로움으로 복싱 초보 맥그리거를 가볍게 제압했다. 연합뉴스.

이변은 없었다. 종합격투기(UFC), 복싱팬들에게 모두 높은 관심을 모았던 UFC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와 복싱계 전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의 슈퍼웰터급(154파운드)이 막을 내렸다.



27일(한국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 T-모바일 아레나에서 벌어진 복싱 이벤트는 메이웨더를 위한 한판이었다. 복싱룰로 펼쳐지긴 했지만 불혹의 메이웨더는 은퇴한 지 2년이나 됐고 체격도 작았다.

신장과 리치에서 우위인 맥그리거는 현역 UFC 챔피언이자 20대 전성기를 보내고 있는 선수라 이변의 가능성도 흘러나왔다. 맥그리거는 메이웨더를 향해 “너는 너무 작고 늙었다”고 독설을 날리기도 했다.

아무리 전성기가 지났어도 메이웨더는 메이웨더였다. 짜놓은 밑그림 안에 맥그리거를 가둬놓고 시종일관 여유로웠다.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했다. 맥그리거는 맷집과 근성을 앞세워 최대한 버티어냈지만 10라운드 1분 5초 만에 TKO로 무너졌다.

메이웨더는 맥그리거전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

이벤트 성격이 강했지만 프로 50번째 경기를 승리로 이끌며 49전 49승의 전설적인 헤비급 복서 록키 마르시아노보다 1승을 더 추가하는 업적을 쌓았다. PPV 수입, 관중 입장 수입 등을 제외한 기본 대전료만 메이웨더 1억 달러(약 1,100억 원), 맥그리거 3,000만 달러(338억 원)였던지라 엄청난 수익을 얻기도 했다.

초반 분위기는 얼핏 맥그리거가 잡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맥그리거는 큰 체격과 긴 리치를 앞세워 적극적으로 공격을 감행하며 분위기를 화끈하게 달궈나갔다. 앞손 라이트잽과 뒷손 레프트 스트레이트를 과감하게 뻗어냈다. 반면 메이웨더는 신중하게 탐색전을 하며 공격을 아꼈다.

물론 맥그리거가 적극성을 보이는 과정에서도 메이웨더에게 시원한 정타는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앞손 잽은 종종 적중됐지만 정작 중요한 뒷손공격은 번번이 빗나가기 일쑤였다.

메이웨더는 4라운드부터 슬슬 발동을 걸었다. 평소의 그답지 않게 거침없이 전진하며 맥그리거를 압박했다. 작은 펀치는 허용하더라도 맥그리거의 복부와 안면에 정타를 맞추는 횟수가 높아졌다. 경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계속됐다. 이날 경기만을 놓고 보면 아웃복서가 아닌 인파이터처럼 보일 정도였다.

시간이 거듭될수록 맥그리거는 지쳐갔다. UFC에서 결코 나쁘지 않은 체력을 보였던 그이지만 아무래도 자신에게 생소한 복싱무대라 경기운영이나 힘쓰는 방법에서 서툴렀다. 그로인해 더욱 빨리 지쳤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압박을 하는 것이 아닌 압박을 당하는 입장이었고 매 라운드 복부공격을 꾸준히 허용해 버틸 재간이 없었다.

전성기와는 거리가 멀지만 역시 메이웨더는 메이웨더였다. 원하는 대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마치 전설적인 메이저리그 투수 그렉 매덕스를 연상시켰다.

매덕스는 무시무시한 강속구로 상대를 제압하기보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력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다양한 구종을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컨트롤했고 운영이나 수싸움도 다른 선수와 격을 달리했다. 그날 경기 심판의 성향에 따라 스트라이크존을 스스로 조절할 정도였다.

메이웨더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창 때 그랬듯 이날 맥그리거를 맞아서도 본인이 마음껏 경기를 컨트롤하며 ‘복싱도사’다운 면모를 톡톡히 뽐냈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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