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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했던 골로프킨, 여우 알바레즈 흔들 카드 없었다

입력 2017-09-18 10:51

BOX-USA-MEX-KAZ-MIDDLE <YONHAP NO-2492> (AFP)
게나디 골로프킨(오른쪽)과 사울 카넬로 알바레즈의 4대 기구 미들급 통합 타이틀전이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격돌이었지만, 상대에게 치명타를 줄만한 펀치 교환이 부족해 아쉬움을 남겼다. 그 때문에 판정 논란이 빚어진 샘이기도 한다. 연합뉴스.




‘트리플 G’ 게나디 골로프킨(35,카자흐스탄)과 사울 ‘카넬로’ 알바레즈(26,멕시코)의 4대 기구 미들급(72.57㎏) 통합 타이틀전이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챔피언 골로프킨이 더 우세했다는 의견이 많지만 12라운드를 꼬박 보낸 결과는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았다.

골로프킨 입장에서는 적지에서 싸웠던 것이 지지 않은 것이 다행일 수도 있다. 도전자가 더 많은 대전료를 받는 것은 둘째 치고 선수 소개, 국가 연주 등에서 철저히 알바레즈 위주로 경기가 진행됐다.

무승부로 경기가 끝난 후 표정도 사뭇 달랐다. 골로프킨은 다행이라는 듯 웃어보였고 알바레즈는 억울하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억울한 쪽은 골로프킨 일 수도 있지만 상대의 홈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타이틀을 빼앗기지 않은 것만으로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골로프킨은 하던 대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압박형 인파이터의 모습을 보여줬다. 반면 알바레즈는 다른 때와 달랐다. 골로프킨과 정면에서 화력 대결을 벌일 생각이 없었다. 부지런한 스텝으로 아웃복싱을 섞으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당연히 전반적인 양상은 골로프킨이 압박하고 알바레즈가 받아치는 그림이 많이 나왔다.

골로프킨은 쉴 새 없이 잽을 넣으며 탱크처럼 전진했다. 알바레즈는 받아치는 스타일로 연타능력을 뽐냈다. 펀치의 묵직함에서는 골로프킨이었지만 핸드스피드를 앞세운 컴비네이션이나 공격옵션의 다양성에서는 알바레즈 쪽이 더 나아보였다.

알바레즈는 가드도 탄탄하고 회피력도 나쁘지 않았다. 맷집 역시 매우 좋았다. 밸런스가 좋은 선수답게 골로프킨의 앞손 잽에 이은 뒷손 훅에 정타를 맞고도 견디어내고 후속타를 피해냈다. 평소와 달리 코너에 몰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는 백스텝을 많이 밟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익숙하지 않은 스타일임에도 골로프킨의 압박을 12라운드 동안 견디어냈다는 것은 충분히 칭찬받을만했다.

골로프킨은 방어에 집중하고 있던 알바레즈에게 정타를 많이 맞추지는 못했다. 큰 펀치의 적중률이 떨어졌다. 물론 이는 알바레즈 역시 마찬가지였다. 밀리는 중에 갑자기 전진해 기습적으로 크게 휘두르며 치는 훅 성격의 펀치는 빠르고 날카로웠지만 동작이 커 골로프킨은 어렵지 않게 피해냈다. 대신 바디샷과 근거리에서 가끔씩 터져 나오는 어퍼컷을 적중시키며 골로프킨을 놀라게 했다.

9라운드로 접어드는 시점부터 골로프킨은 마음이 급해지는 기색이 표정에 드러났다. 이미 상황을 잘 알고 경기에 임해 판정승부로 가면 어찌될지 모른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동안의 많은 복싱 빅매치에서 드러났듯, 박빙의 승부로 경기가 진행되면 예상외 판정이 나오는 경우도 자주 찾아볼 수 있다. 적지에서 자신보다 인기가 높은 상대를 맞이하는 골로프킨의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골로프킨은 후반 들어 좀 더 적극적으로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생긴 빈틈으로 인해 알바레즈에게 받아치는 펀치를 많이 허용하기도 했다. 골로프킨이 판정을 믿고(?) 꾸준히 자신의 페이스대로 흐름을 탔다면 경기를 풀어나가기 한결 편했을 것이다. 아쉬운 것은 바디샷이었다. 안면과 바디를 고루 때려줘야 방어하기가 어려운데 넉아웃 욕심이 컸던 탓인지 안면에만 펀치가 집중됐다.

2차전이 벌어진다면 이러한 공격옵션의 다양성은 분명 짚고넘어가야할 부분이다. 알바레즈는 평소의 스타일을 상당 부분 버렸고, 라운드가 바뀔 때마다 여러 전략을 선보였다. 이에 반해 골로프킨은 묵묵히 늘 하던 대로 했다. 여우같은 알바레즈를 흔들어놓을 비장의 카드가 아쉬웠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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