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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상상, 생 피에르가 챔피언 등극한다면..

입력 2017-09-30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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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웰터급 전 챔피언 GSP 사진=GSP SNS

 

 

UFC에서 타이틀 구도가 망가진 체급을 꼽으라면 단연 라이트급이 첫 손에 꼽힌다.

 

전 페더급 챔피언이자 현 라이트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29,아일랜드)는 자신이 거친 체급에서 나홀로 이익을 누리고 전체 구도에는 일대 혼란을 주고 있다.

 

방어전을 치르지 않은 채 체급 경쟁구도와는 전혀 상관없는 네이트 디아즈(32,미국)와 두차례 이벤트 매치업을 가졌고,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0,미국)와 복싱 대결을 펼쳤다. 타이틀전을 기다리는 도전자 후보들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피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 모든 것을 누리면서 동료들에게 민폐를 입히고 있다 할 수 있다.

 

맥그리거의 이 같은 행보가 전염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다. 대표적 체급이 미들급이다. 영국, 미국 팬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마이클 비스핑(37,영국)은 맥그리거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챔피언이 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기량에도 루크 락홀드의 방심을 틈타 럭키 펀치를 작렬하며 정상에 올랐다.

 

챔피언에 등극하기 무섭게 비스핑은 타이틀 방어태세에 들어갔다. 랭킹 10위 안에 드는 어떤 선수도 도전자로서 위험한 만큼 최대한 시간을 끄는 전략으로 챔피언 자리를 보존했다. 지난해 은퇴 직전의 노장 댄 헨더슨을 직접 지목해 어렵사리 이겼던 것이 방어전의 전부다. 미들급 역사상 이렇게 약한 챔피언도, 못된 챔피언도 존재하지 않았다.

 

비스핑은 챔피언 위치를 최대한 활용하고 싶어 한다. 맥그리거처럼 최대한 벨트를 오래 가지고 있으면서 돈이 되는 이벤트 매치업을 원하고 있다. 주변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체급 생태계를 깨는 그 같은 행보가 옳지도 않거니와 맥그리거만한 흥행력도 없기 때문이다.

 

비스핑의 찌질한 행보에 맞장구를 친 선수도 나타났다. UFC 전 웰터급 챔피언 조르주 생 피에르(35,캐나다). 생 피에르는 뛰어난 기량을 갖추고 엄청난 업적을 남겼다. 커리어만 따지고 보면 UFC 역사에 남을 인물이지만 화끈한 경기를 펼칠 수 있음에도 지나치게 신중한 플레이로 재미가 없다는 반응을 들었다.

 

웰터급에 강자들이 쏟아지자 슬그머니 은퇴를 선언했던 생 피에르는 비스핑과의 대진을 원한다며 컴백을 선언했다. 명분이 떨어지는 행보다. 생 피에르가 대단한 선수임은 분명하지만 웰터급도 아닌 미들급 타이틀매치를 가진다는 것은 상식 밖이다. 비스핑이 만만하니까 그런 선택을 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쏟아지는 이유다.

 

비스핑 입장에서도 나쁠 것은 없다. 쟁쟁한 체급 강자들보다는 공백기를 거쳐 컴백하는 하위체급 선수가 덜 위험하다. 흥행력까지 갖춰 타이틀매치 상대로 적격이다. 서로가 너 정도라면 할만하다고 인정하는 분위기다.

 

비스핑은 현재로서도 체급에서 재앙이다. 생 피에르를 이기게 된다면 또 어떤 이벤트매치로 체급을 흔들어 놓을지 모른다. 그러나 생 피에르가 승리해도 골치인 것은 마찬가지다. 생 피에르 역시 비스핑 이상의 영리한 선수다. 미들급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감는다 해도 정상적인 타이틀 방어전을 가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최근 분위기에 편승해 이벤트 매치업 위주로 행보를 이어나갈 수도 있으며 상황에 따라서는 맥그리거와의 슈퍼파이트도 벌어지지 말란 법이 없다.

 

맥그리거 입장에서도 체격조건에서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 생 피에르가 미들급 챔피언이라면 충분히 경기를 벌일만하다. 상황에 따라서는 전무후무한 3체급 챔피언이라는 영예도 얻을 수 있다. 두 선수의 이름값도 있어 UFC에서도 환영할만한 카드다. 정상적 흐름을 원하는 UFC팬들 입장에서는 그러한 상황은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벌어져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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