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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뒤태의 위엄, 뮤지컬 ‘헤드윅’ 오만석과 연극 ‘엠. 버터플라이’ 김주헌의 백어택!

뮤지컬 ‘헤드윅’ 오만석의 백어택 '그 후로도 오랫동안'
이 보다 더 지질할 순 없다! 연극 ‘엠. 버터플라이’의 르네 갈리마르 김주헌

입력 2017-10-0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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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 버터플라이’ 르네 갈리마르 역의 김주헌(왼쪽)과 뮤지컬 ‘헤드윅’의 오만석.(사진제공=연극열전, 쇼노트)

 

그 처음은 중화권, 한국은 물론 아시아를 넘어 할리우드까지 사로잡았던 느와르 ‘무간도’(無間道, 2002)에서 범죄 조직의 스파이가 된 경찰 진영인 역의 양조위였다.



자신이 경찰임을 증명해줄 유일한 존재, 자신의 신분에서 오는 정체성 혼란, 1초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조직 내 생활 등에도 온전히 믿을 수 있었던 단 한 사람이었던 황국장(황추생)의 죽음, 어두컴컴한 골목에 몸을 숨기고 그의 장례행렬을 지켜보며 결연하게도 경례를 하던 진영인의 뒷모습에는 그 순간 교차했을 만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우수와 쓸쓸함, 양조위라는 배우만이 가진 특유의 결은 뒷모습만으로도 빛을 뿜어내는 느낌이었다.

한동안 잊고 있던 뒷모습의 힘과 여운을 전한 극과 배우가 있으니 뮤지컬 ‘헤드윅’(11월 5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의 오만석과 연극 ‘엠.버터플라이 m. butterfly’(12월 3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 르네 갈리마르 역의 김주헌이다.


◇뮤지컬 ‘헤드윅’ 오만석의 백어택 “그 후로도 오랫동안…”
 

[헤드윅] 오만석 (The Origin of Love)_제공.(주)쇼노트
뮤지컬 ‘헤드윅’의 오만석(사진제공=쇼노트)

이토록 아름다운 여자가 또 있을까 싶게, 가혹한 세상의 편견과 가난 속에서도 스스로 빛났던 트랜스젠더 록가수 헤드윅(오만석·마이클리·정문성·조형균,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헤드윅’은 2005년 한국 초연부터 사랑받았다.

화려한 의상과 조명, 귀를 사로잡는 로큰롤 넘버, 관객을 들었다 놨다 하는 유려한 언변과 쇼맨십 등을 고루 갖춰야만 설 수 있는 이 뮤지컬의 초연 배우 오만석은 원조의 위엄을 제대로 발하는 배우다.

노래면 노래, 개그면 개그, 연기면 연기, 외모면 외모…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헤드윅인 오만석의 최고 미덕은 감정표현이다.

 

모자람도 과함도 없이 자연스럽게 감정의 경계를 넘나드는 오만석의 헤드윅이 빛나는 순간은 긴 여정의 끝과 또 다른 여정의 시작을 알리는 그 지점이다.

벗어던진 가발과 옷가지들, 열린 비상구, 들려오는 환호성…오만석은 그 비상구를 바라보는 헤드윅의 뒷모습에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을 한껏 담아냈다. 미친 듯 뛰고 발을 구르며 머리를 흔들어대는 30분 안팎의 커튼콜을 끝내고 돌아 나오면서도 그 헤드윅의 뒷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히는 건 그래서다.


◇지질하거나 절실하거나! 연극 ‘엠. 버터플라이’의 르네 갈리마르 김주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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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 버터플라이’ 르네 갈리마르 역의 김주헌(오른쪽)과 송릴링 장율.(사진제공=연극열전)

 

연극 ‘엠. 버터플라이’는 프랑스남자 르네 갈리마르(김주헌·김도빈)가 동양여자에 품은 환상에 대한 이야기다. 북경주재 프랑스 외교관 베르나르 브리스코·베이징 오페라단의 유명 경극배우 쉬 페이푸의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데이비드 헨리 황(David Henry Hwang) 작품이다. 중국 주재 프랑스 대사관 직원 르네와 여장남자 송릴링(장율·오승훈)이 함께 했던 20여년의 이야기다.

 

극 중 20년 동안 르네에게 여자로 인식된 송릴링의 말처럼 르네는 “자신이 믿는 것만을 보고”, “입으로는 ‘노’라고 하지만 눈으로는 ‘예스’라 말하고 있다 믿는, 동양에 대한 일종의 강간심리를 가지고 있는” 서양 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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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엠. 버터플라이’ 르네 갈리마르 역의 김주헌(앞)과 송릴링 장율.(사진제공=연극열전)

자신감도, 주체성도, 자기주장도 없이 지질한 프랑스 남자 르네는 오페라 ‘마담 버터플라이’의 초초상처럼 순종하면서도 기꺼이 희생하는 숭배에 가까운 사랑을 꿈꿨다.

 

‘버터플라이’라 불린 그 환상에 눈먼 르네는 송릴링은 물론 스스로의 진심도, 진짜 모습도 보지 못한 채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에 갇혀 파국을 맞는다.

프랑스에서는 지질하기 그지없던 르네가 자신의 환상을 각성하고 키우기 시작한 건 송릴링이 연기하는 초초상을 보면서였다. 

 

1층에서 넋을 잃고 2층 무대에서 공연되는 송릴링의 초초상을 바라보는 김주헌의 뒷 모습은 그 환상에 대한 절실함과 염원, 새로운 세계를 마주한 환희, 르네가 가졌던 극도의 지질함 등 복잡다단한 감정들을 한껏 표현하고 있다. 


2층에 있는 송릴링을 넋 놓고 바라보거나 강한 척 기행을 펼쳐 어이 없는 웃음을 자아내는 등 이후로도 몇 차례 더 등장하는 뒤태가 이 보다 더 지질하거나 주눅들거나 혹은 절실할 수 없게 느껴지는 건 그 첫 번째 뒷모습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처절하게까지 느껴지는 그의 마지막 역시 그 첫 뒷모습이 있어 더욱 짙은 여운을 남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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