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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복서 이흑산, 일본 가즈히로에 ‘타이슨급 어퍼컷’

입력 2017-11-27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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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흑산(연합)


‘불굴의 난민복서’ 이흑산(34,본명 압둘레이 아싼)의 꿈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이흑산은 25일 서울 강북구 신일고 체육관에서 열린 복싱매니지먼트 코리아(이하 복싱M) 웰터급 경기에서 바바 가즈히로(25, 일본)를 3라운드 2분 54초 만에 왼손 어퍼컷으로 잠재웠다.

 

첫 국제무대에서 통쾌한 승전보를 전한 이흑산은 내년 4월 한국 웰터급 최강전 우승자 정마루(30 와룡체육관)와 맞붙을 가능성이 크다. 정마루는 오는 12월 24일 윤문현(일본 랭킹 1위)과 WBA 아시아 타이틀전을 갖는다. 이 경기의 승자가 이흑산과 1차 방어전을 치르게 된다.

 

이흑산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KO로 이기겠다는 약속을 지켜 기쁘다. 나는 카메룬-코리언이다.”라며 응원해준 팬들을 위해 꼭 세계무대 정상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승리로 프로통산전적 5승(3KO) 1무를 기록했다. 최근 연승 행진을 달리며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27일 경기도 안산에서 벌어진 복싱M 주관 슈퍼웰터급(69.85㎏) 한국 타이틀 매치(10라운드)서 이규원(24,일산주엽체육관)을 꺾고 국내 슈퍼웰터급을 평정했다. 이어 8월 맞수 고성진(원우민복싱짐)마저 5라운드 KO로 제압하며 돌풍을 이어갔다.

 

한일전에서도 압도적인 경기를 뽐냈다. 바바 가즈히로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13전 6승(3KO) 6패 2무로 이흑산보다 더 많은 전적을 쌓았다. 일본 복서 특유의 집념과 침착한 경기운영이 돋보인다.

 

이흑산은 1라운드 초반부터 강공을 퍼부었다. 키 180cm, 리치 187cm으로 동체급에서 압도적인 피지컬을 자랑한다. 아웃복싱 인파이트 모두 뛰어나다. 송곳 같은 원투스트레이트가 가즈히로의 안면에 얹혔다.

 

이흑산의 긴 리치에 당황한 가즈히로는 거리를 벌려선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허리를 낮춘 채 이흑산의 몸통으로 파고들었다. 왼손 보디블로우를 몇 차례 적중하며 전략이 성공하는 듯 보였다. 두 선수는 난타전을 벌이며 한일전다운 명승부를 펼쳤다.

 

3라운드가 되자 이흑산이 가즈히로와 정면승부를 택했다. 계속 접근하던 가즈히로의 안면에 이흑산의 어퍼컷이 작렬한 것. ‘전설의 복서’ 마이크 타이슨의 짧게 끊어 치는 기술이 떠오르는 호쾌한 어퍼컷이었다.  묵직한 타격과 함께 턱이 크게 들린 가즈히로가 고꾸라졌다.

 

주심이 카운터를 셌고 가즈히로는 간신히 일어섰으나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다.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면서 그대로 경기가 종료됐다.

 

한일전 TKO승을 거둔 이흑산은 한국복싱의 부활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국내 1호 난민복서의 인생은 각본 없는 드라마였다. 2015년 10월 경북 문경에서 세계 군인선수권대회에 참가했다가 한국으로 망명 신청을 했다. 고국에서 복싱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으나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부패가 심한 카메룬에선 직장 구하기가 어려웠다. 이흑산은 복싱에 재능을 보여 카메룬 군인대표로 스카우트됐다. 하지만 군대에선 이흑산의 우승 상금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참다못한 이흑산이 군대를 무단이탈했으나 붙잡혀 2주간 독방에 갇혀 구타를 당했다.

 

가혹 행위에 시달리던 이흑산은 2015년 한국에서 열린 국제대회를 통해 망명을 신청했다. 탈영병 신분이던 그는 지난해 10월 1차 난민인정 신청에서 탈락, 고국으로 강제 송환될 위기에 처했다. 돌아가면 최소 무기징역에서 최대 사형까지 당할 수도 있었다.

 

절박했던 이흑산은 지난 7월 2차 난민 신청에서 난민 지위를 얻었다, 국내 프로복싱 챔피언에 오른 성과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슴에 태극마크를 단 이흑산은 “새로 태어난 기분”이라며 세계 챔피언을 목표로 정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흑산의 꿈이 이루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조성준 기자 cho@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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