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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밀레니엄 소년단’ 박동욱, 전혀 다른 이형훈·정순원의 지훈과 멘토 박선희 연출 그리고 진심

동우 민진웅·이강우·주민진, 지훈 박동욱·이형훈·정순원, 형석 김다흰·김호진·이태구, 명구 김연우·송광일·전석호, 네 친구 이야기를 담은 연극 ‘밀레니엄 소년단’ 원작자

입력 2017-11-27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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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밀레니엄 소년단’의 원작자이자 지훈 역의 배우 박동욱(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계원예고 친구들과 찜질방에서, 학교에서 제대로 된 분석도 없이, 뭣도 모르고 연기에 대해 얘기하던 그 시절의 열정과 에너지를 유지하면서 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동우(민진웅·이강우·주민진, 이하 가나다 순), 지훈(박동욱·이형훈·정순원), 형석(김다흰·김호진·이태구), 명구(김연우·송광일·전석호) 네 친구 이야기를 담은 연극 ‘밀레니엄 소년단’(2018년 2월 4일까지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의 원작자이자 지훈 역의 배우 박동욱의 꿈은 이랬다.

“친구들과 짧게라도 공연을 하면 그때의 열정이나 에너지를 다시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쓰기 시작한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이 지난해 초연됐고 올해는 전문작가의 각색을 거쳐 ‘밀레니엄 소년단’으로 재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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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밀레니엄 소년단’(사진제공=창작하는 공간)

“그 열정과 에너지가 배우인 저의 보물이면 좋겠어요. 그게 깎여갈수록 점점 불안해져요. 왜 배우를 했지? 왜 이런 선택을 했지? 자꾸만 묻게 되고 후회를 하게 되고 일이 하기 싫어지기도 해요. 연극이든 TV든 영화든 그때의 열정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진심으로 연기하고 싶어요.”


◇벼락치기의 달인, 예고를 꿈꾸다 인문계 고등학교로, 다시 예고로!


“중학교 때부터 춤을 추러 다니고 밴드 활동을 함께 하던 친구가 (홍)준기였어요. 같이 계원예고를 지원하기로 했었는데…제가 벼락치기를 진짜 잘했거든요. 공부를 곧잘 하다 보니 부모님이 포기를 못하셨죠. 부모님이랑 담임선생님이 저 모르는 새 예고 원서를 없애버리셨어요.”

그렇게 한차례 좌절(?)을 겪은 박동욱이 입학한 중앙고등학교와 계원예고의 거리는 채 300m도 안될 정도로 가까웠다. 입학과 동시에 반장이라는 직책을 달았지만 첫 시험부터 백지를 제출하는 등 반항을 시작했다. 

 

계원예고에 친구들의 공연을 보러 다녀온 후 좌절된 꿈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졌고 반항기는 극에 달했다. 방과 후에 남아 제출해야 하는 깜지(흰 종이에 글씨를 빽빽이 써넣어 흰 공간이 보이지 않도록 글을 쓰는 것)를 거부하고 두드려 맞기를 반복하다 계원예고의 편입 오디션 공고를 보고 부모·담임교사와 담판을 지었다.

“1명을 뽑는 오디션에 30명이 넘게 지원을 했더라고요. 엄마·아빠, 담임선생님께 이번에 떨어지면 공부만 하겠다고 약속을 하고서야 시험을 볼 수 있었어요. 입학하고 보니 저는 ‘우물안 개구리’였더라고요. 다들 어찌나 잘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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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밀레니엄 소년단’의 원작자이자 지훈 역의 배우 박동욱(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그렇게 박동욱의 배우 인생은 시작됐다. 그의 반항기는 여전히 발휘돼 이방인처럼 주변을 맴돌다 친해진 배우 이율은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오는 절친이기도 하다.

“어느 날인가 (‘쓰릴미’ ‘트레이스유’ ‘헤드윅’ 등의 연출로 박동욱 재학시절 계원예교 교사였던) 김달중 선생님께서 노트북을 들고 들어오셔서 우리 이야기로 작품을 만들어 보자고 하셨어요. 그렇게 ‘페임’이란 공연을 했죠. 창작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됐고 박선희 연출님을 만나면서 우리 이야기로 뭔가를 만들 수도 있구나를 다시 한번 깨달았죠. 그렇게 하나씩 시작했는데 창작이 너무 좋아요. 안되는 걸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내는 과정이 힘들지만 진짜 재밌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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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인디아 블로그'(사진제공=연우무대)

‘인디아 블로그’ ‘터키블루스’ 등을 박선희 연출과 공동집필하면서 “대본을 만들어 내는 일이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 생각하면서도 사부작사부작 어떻게든 해보려 노력하면서 창작에 재미를 붙여갔다.

“농담처럼 한국의 맷 데이먼이 될 거라고 얘기하곤 해요. 영화 ‘굿 윌 헌팅’ 대본을 배우 맷 데이먼과 벤 에플렉이 같이 썼다는 얘기를 듣고 기절하는 줄 알았어요. (성 추문은 뺀) 그런 배우가 되고 싶은데 깜냥은 안되니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해보려고 노력 중이죠.”


◇야단 99% 박선희 연출 “1%의 진심이 저를 울렸죠”

 

연극 밀레니엄소년단의 배우 박동욱 인터뷰9
연극 ‘밀레니엄 소년단’의 원작자이자 지훈 역의 배우 박동욱(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박)선희 누나는 배우들의 온전한 매력이 무대 위에서 나오길 바라는 연출이에요. ‘이렇게 해’가 아니라 ‘너는 이게 더 낫겠다’ 하는 연출이죠.”

이같은 박선희 연출 스타일에 이형훈·정순원은 박동욱과는 전혀 다른 지훈이다.

“(이)형훈이는 한없이 밝고 천진난만한 지훈이에요. 그런 지훈이를 그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 동안의 형훈이와는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을 거예요. (정)순원이는 원래 재밌는 센스가 있어요. 친구들 사이에서 분위기를 잘 이끌어 가죠. 저(의 지훈이)는 좀 무거워요. 형훈이나 순원이에 비해 우울한 듯하면서 이상한 놈이죠. 우울한 면을 감추기 위해 밝게 보이려 애쓰는 지훈이를 표현하고 싶은데 밝아지지가 않아 힘들었어요.”

캐릭터 분석이나 연기가 잘 안풀릴 때 따끔하게 야단을 쳐주는 이 역시 박선희 연출이다. “멘토”라고 단언한 박동욱은 연극 ‘인디아 블로그’ 기획·개발·창작 단계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전하기도 했다.

연극 ‘인디아 블로그’는 인도 여행길에서 만난 찬영(박동욱)과 혁진(전석호)의 로드시어터다. 배우·연출·스태프들이 두 차례 다녀온 인도여행을 바탕으로 꾸린 성장극이다.

“연극 ‘인디아 블로그’는 제작비 300만원, 여행경비도 각자 부담해 다녀와서 만든 작품이에요. 연습실이 없어서 연기학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자정부터 모여서 만들었어요. 극장도 없어서 극공작소 마방진의 고선웅 연출님이 싸게 내어주셨죠. 연기를 정말 ‘더럽게’ 못하고 있었어요. 한참 대사를 하고 있는데 선희 누나가 ‘너 거울보고 해봐’라고 한 마디 하더라고요. 엄청 울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연기가 아니더라고요. 그럴 듯하게 보이는 척만 하는 연기였죠.”

그는 박선희 연출에 대해 “박동욱이라는 배우에 관심을 가져주고 잘못된 점을 알려주는 사람”이라며 “99%는 야단을 치는데 나머지 1%가 누나의 진심인 걸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연극이 사람 대 사람의 일인 걸 처음으로 알려준 사람이에요. 저는 믿어요. 제가 못하고 있으면 누나가 잡아줄 거라는 걸. 연기를 잘하고 싶어요. 그리고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이 절 다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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