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B사이드] 이번주 프레스콜 말말말! 옛 얘기거나 사랑이거나…뮤지컬 ‘모래시계’ ‘베어 더 뮤지컬’과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B사이드]

입력 2017-12-17 21:00

page
이번 주는 개막 2, 3주차를 맞은 뮤지컬 ‘모래시계’(2018년 2월 11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베어 더 뮤지컬’(2018년 2월 25일까지 백암아트홀),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2018년 2월 25일부터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2관)가 프레스콜을 진행했다.



프레스콜을 진행한 극들의 특징은 옛날 이야기거나 남녀간이든, 동성간이든, 인간으로서든 주고받는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모래시계’는 故김종학 연출, 송지나 작가, 최민수·고현정·박상원·이정재 등의 1995년 방영 동명 드라마를 무대로 옮긴 작품으로 태수(김우형·신성록·한지상, 이하 가나다 순), 혜린(김지현·장은아·조정은), 우석(강필석·박건형·최재웅)을 중심으로 한 청춘들의 사랑과 야망, 사회 부조리에 대한 저항을 다룬다.

‘베어 더 뮤지컬’은 보수적인 가톨릭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동성이지만 사랑하는 사이인 피터(강찬·유소호·정휘)·제이슨(고상호·노윤·임준혁)과 제이슨을 짝사랑하는 아이비(양서윤·허혜진), 그런 아이비를 마음에 담은 맷(도정연·이동환) 등의 비극적인 성장담이다.

모래시계
뮤지컬 ‘모래시계’ 2막 4장 면회실의 태수 김우형(위)과 종도 박성환(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거미여인의 키스’는 각종 금기와 억압으로부터 혁명을 꿈꾸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감옥에 수용된 정치범 발렌틴(김선호·문태유·박정·송용진)과 게이 몰리나(김주헌·김호영·이명행·이이림)가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혜린 그대로의 조정은 ‘모래시계’, 다소 아쉬운 재희의 ‘그만큼의 거리’ ‘사랑해도 되겠습니까’

12일 오후 중구 소재의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진행한 뮤지컬 ‘모래시계’ 프레스콜에서는 ‘뜨거운 양철지붕’ ‘너에게 건다’ ‘그만큼의 거리’ ‘감사의 기도’ ‘너무 늦지 않도록’ ‘버려진 카드’ ‘모래시계’ ‘나의 배후’ ‘어떻게 사랑이라 말할까’ ‘사랑해도 되겠습니까’ ‘세상 너머로’ 등 11개 장면이 하이라이트 시연됐다.

하이라이트에서 눈에 띈 장면은 처음 선보인 혜린의 ‘모래시계’, 그녀의 보디가드 재희의 ‘그만큼의 거리’ ‘사랑해도 되겠습니까’다. ‘모래시계’를 부른 조정은 “혜린 넘버들이 음역대가 높아 목 상태가 늘 걱정”이라며 “특별 관리 보다는 쉬는 날 집과 병원을 오가며 모든 것을 ‘모래시계’에 맞췄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김지현 역시 “곡은 너무 좋은데 제가 소화하기 너무 어려워서 목상태와 정신상태까지를 걱정하고 있다”고, 장은아는 “목 관리는 잠이랑 물인데 여기에 사람 안만나기를 실천하고 있다”고 말을 보탰다. 

 

모래시계
뮤지컬 ‘모래시계’ 1막 5장 ‘그만큼의 거리’ 재희 손동운(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프레스콜에서는 제작발표회, 연습실 공개 등에서도 볼 수 없었던 재희의 솔로 넘버 두곡이 시연됐다. 검도 동작을 활용한 안무와 노래까지를 선보이는 ‘그만큼의 거리’와 혜린을 구해내기 위해 일대다의 격투 끝에 죽음을 맞는 ‘사랑해도 되겠습니까’는 제작진의 히든카드였다.

드라마의 이정재 만큼이나 멋진 캐릭터를 선사하고자 했다고 표명했지만 프레스콜 시연에서는 미흡한 대사전달력, 버거워 보이는 노래, 아직 몸에 붙지 않은 듯 보이는 동작 및 안무까지 다소 아쉬운 모습이었다.

재희 역의 손동운은 “안무를 배우면서 숨이 너무 차고 입이 말라 노래를 포기했었다”며 “지금도 아직 너무 힘들다. 100% 소화는 못하고 있지만 열심히 해서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최민수가 가장 무서운 신성록, 태수 그 자체 김우형, ‘혜린바보’ 한지상
 

모래시계
뮤지컬 ‘모래시계’ 2막 2장 ‘조직정리’의 태수 신성록과 종도 강홍석(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VIP시사회에 형수님과 오신다고 구두로는 합의를 받았습니다. 가장 두려운 관객입니다.”

‘죽어야 사는 남자’에서 ‘모래시계’ 태수 역의 최민수와 호흡을 맞춘 신성록은 태수를 연기하는 부담감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저는 (최민수의) 눈을 못볼 것 같다. 두려운 선배님…추억에 젖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신성록이 “실생활이 진하게 나오는, 연기가 필요없는 태수”라고 평한 김우형은 세 태수에 대해 “대놓고 다르지는 않지만 정말 다르다”고 운을 뗐다.

“저의 삶이 좀 묻어나는 것 같아요. ‘너에게 간다’ 중에 ‘까닭 모를 분노와 열정’이라는 가사가 태수의 인생을 한마디로 대변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분노와 열정이 많았던 사람이에요. 열정이 분노리를 이기고 살아서 건강하게 배우가 됐습니다.”

이렇게 말한 김우형은 “열정이 분노를 이기기 시작한 게 1995년 ‘모래시계’를 보면서”라며 “분노가 더 많았으면 자칫 사회면에서 볼 뻔했다. 그래서 ‘모래시계’는 운명적인 작품이다. 앞으로도 문화면에서 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지상은 “로맨티스트 박태수를 떠올렸다”며 “박태수의 ‘디즈 이즈 모멘트’ 같은 넘버가 ‘삶의 이유’와 ‘너에게 건다’다. 혜린 바보로 ‘금사빠’(금방 사랑에 빠지는 사람) 같은 사랑을 한다”고 전했다.


◇고교생으로의 전환이 더 어려운 우석들, 박건형·강필석·최재웅
 

모래시계
뮤지컬 ‘모래시계’의 ‘프롤로그. 법정’ 테수 역의 김우형(왼쪽)과 우석 강필석(사진제공=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고등학생으로 넘어가는 게 더 힘듭니다.”

첫 장면부터 절친 태수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는 극도로 슬프고 긴장된 감정을 잡기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감정잡기 보다 그 장면 바로 뒤에 따라오는 고등학생으로 가는 게 훨씬 힘들다”는 박건형에 강필석, 최재웅 역시 동의를 표했다.

“제일 발랄했던 시절을 떠올려요. 솜사탕, 소풍 등 유치원 때를 떠올리면 그 기억을 극대화시켜 고등학생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이어 박건형은 “첫 입장 전까지 눈을 한번도 깜빡이지 않고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역시 고등학교 때로 돌아가는 게 어렵다는 강필석은 “(사형선고를 내리는) 마지막 장면은 자연스레 감정이입이 된다”고, 최재웅은 “첫 장면부터 심각하기 어려운데 제가 그런 걸 좋아하고 잘한다”고 답했다.


◇‘베어 더 뮤지컬’의 “너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
 

17베어 더 뮤지컬 공연사진(3)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피터 역의 윤소호(사진제공=쇼플레이)

“샨텔 수녀님이 피터에게 ‘너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야’라는 대사와 피터의 ‘앱솔루션’( Absolution) 중 ‘난 단지 사랑을 했을 뿐’이라는 가사가 ‘베어 더 뮤지컬’의 메시지를 명확하게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14일 오후 백암아트홀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이렇게 말한 이재준 연출은 “오디션을 통해 신인들을 기용함으로서 배우들에게 기회를 주고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려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초·재연과는 달라진 무대 등에 대해 초연에 이어 이번에도 피터로 무대에 오르는 윤소호는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본질은 그대로”라며 “극장이 작아진다고 작품까지 작아지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오디션을 통해 제이슨으로 새로 합류한 임준혁과 노윤은 킹카로서의 멋짐 연기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임준혁은 “어떻게 하면 더 쿨하게 멋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랑받을까 고민했다”며 “하지만 연습하면서 고민을 안해도 된다는 걸 알았다. 그런 척 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킹카를 만들어주셨다”고 털어놓았다.

 

“제이슨과 다른 겉모습 때문에 못할 줄 알았다”고 말하는 노윤에 대해 이재준 연출은 “오디션에서 가장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발탁을 했는데 연습실에서 만났을 때는 전혀 달라서 잠깐 흔들렸다”며 “리허설 할 때마다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머리도 만지고 멋지게 하고 오라고 부탁했다. 스스로를 더 멋있게 보이려고 고생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에 노윤은 “평소에 잘생긴 척하려고 노력했고 그 무엇보다 재밌게 노는 것처럼 보이려고 애썼다”고 덧붙였다.

 

17베어 더 뮤지컬 공연사진(10)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사진제공=쇼플레이)

나이 어린 신인들과 함께 했던 연습에 대해 고상호는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쳤다. 저 친구들은 쉬는 시간 마저도 방송댄스, 온갖 성대모사와 개그들을 같이 연습하더라”며 “서로 호흡을 맞추면서 재밌게 ‘베어 더 뮤지컬’ 가사와 대사를 넣어서 장난도 치는 활기차고 행복한 작업이었다”고 전했다.

“대본을 보면서 또 다른 피터와 제이슨이 위안 받을까 아니면 암담한 현실에 절망할까 마음이 쓰였습니다. 위로받을 수 있으려면 얼마나 더 조심스럽게 대해야할까 고민도 많았어요. 제대로 이해하지 않으면 무대 위에서 장난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싶었거든요. 그래서 열정적으로 제대로, 정말로 사랑하려고 노랙했죠. 사람과 사람의 사랑으로서, 사랑에 초점을 맞춰 받아주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가갔어요.”


◇몰리나 김주헌·이이림, 발렌틴 문태유·박정복이 전하는 ‘거미여인의 키스’의 매력적 장면

Untitled-5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발렌틴 박정복(왼쪽)과 몰리나 김주헌(사진제공=악어컴퍼니)

 

15일 오후에는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가 프레스콜을 열고 새로 합류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를 시연했다. 김주헌·박정복, 이이림·문태유가 몰리나·발렌틴으로 페어를 이뤄 각각 1막 2, 3장, 1막 5, 6장을 연기했다.

시연 후 몰리나 역의 김주헌은 “처음엔 발렌틴 역으로 알고 대본을 봤는데도 몰리나 감정을 따라가게 됐다”며 “몰리나의 헌신이 굉장히 크게 보였다. 작품을 분석하면서 몰리나의 감정이 발렌틴에 대한 연민인지 더 깊은 사랑인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성을 나누고 싶지는 않지만 ‘여성성’의 표현에 따라 몰리나는 함정에 빠지기 쉬운 인물이었어요. 어떻게 표현되든 섬세함은 분명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영화얘기가 그냥 흘러나온 게 아니라 몰리나에겐 중요한 요소죠. 발렌틴의 마음을 흔들거나 유혹할 수도 있는. 그래서 영화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영화 얘기를 할 때는 젊었을 때 배운 현대무용, 발레 등으로 스텝도 만들어 보고 가장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죠.” 

 

Untitled-4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발렌틴 문태유(왼쪽)과 몰리나 이이림(사진제공=악어컴퍼니)

 

네 배우는 매력적인 장면을 꼽기도 했다. 이이림은 발렌틴이 뱃병으로 변을 보고 몰리나가 치워주는 장면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치워줄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모습이 충격적이지만 덤덤하게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김주헌은 몰리나가 몸의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발렌틴의 등을 닦아주는 장면이 매력적이라며 “너무 지쳐있는 한 사람의 등을 미지그한 물로 닦아주고 만져주면서 장난도 친다. 극에서 가장 편하게, 둘이 같이 웃을 수 있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박정복은 “2막 마지막 몰리나가 떠나기 전 제 침대에서 영화 얘기를 해주는 장면이 좋다. 지그시 바라보면서 영화 얘기를 듣는데 의미적으로 들린다”고 밝혔다. 문태유는 마지막 즈음 키스를 해달라는 몰리나에게 발렌틴이 약속을 받아내는 장면을 매력적이라고 꼽았다.

“사람들이 널 존중하게끔, 널 이용하지 못하게끔, 너 자신을 폄훼하지 말라고 다짐을 받아내는 장면이에요. 어느 정도 마음이 있는 줄도 모르는 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음과 위로를 표현하는데 몰리나도 그걸 알고 깊게 마음에 새기는 것 같고…극 내내 못되게만 굴던 발렌틴이 그나마 마음의 위로를 건네는 장면이죠.”


◇내 세상의 모든 것, 결국 사랑!
 

DQQ8C_ZUMAEc-Hq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무대.(사진=악어컴퍼니 공식트위터)

 

“발렌틴은 사회적 혁명이 먼저고 그 다음이 감각의 즐거움인데 발렌틴은 극 내내 감각이 충족되지 못해 나락으로 떨어지죠.”

발렌틴에게 몰리나는 어떤 존재냐는 질문에 문태유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이어 “가장 본능적인 식욕, 수면욕, 성욕을 옆에서 몰리나가 메꿔준다. 한 사람이 본능적으로 필요한 것을 한 사람이 다 해주는, 전부이지 않았을까 싶다”고 답했다.

“다만 눈 뜨면 옆에 있고 갇혀있다 보니 몰리나에 대한 소중함과 어떤 감정을 알아챌 겨를도 없이 지내다 떠나고서야 모든 감정이 몰려온다고 생각해요. 제일 서럽게 울기도 하죠.”

발렌틴에게 몰리나는 전부라고 말하는 문태유에 김주헌은 관객들에 대한 당부를 전하기도 했다.

“몰리나 입장에서 극을 보신다면 자신을 폄훼하지 말고 스스로를 찾으라는 메시지를 얻고 가시면 좋겠어요. 사회 정의를 구현하려는 발렌틴이 사회적 약자를 만나 편견이 없어지고 시각이 넓어지는 과정을 통해 인간에 대한 시각이 바뀌기를 바랍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