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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더컬처] 무대 위 따뜻하고 사랑 넘치는 ‘톡톡’ ‘올슉업’의 밥과 데니스 “그래서 김지휘는 더 외로워요!”

입력 2018-01-03 19:00
신문게재 2018-01-03 11면

[브릿지포토] 연극 '톡톡'에 출연중인 배우 김지
연극 ‘톡톡’에서 선 공포증, 대칭집착증에 시달리는 밥을 연기 중인 김지휘(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밥도 그렇고 데니스도 그렇고 무대 위에서는 되게 따뜻해요. 그래선지 무대를 내려오면 더 추운 것 같아요.”



연극 ‘톡톡’(1월 28일까지 대학로 TOM 2관)에서 선 공포증, 대칭집착증에 시달리는 밥과 뮤지컬 ‘올슉업’(2월 11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중 엘비스(손호영·대현·허영생·휘성,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의 친구이자 나탈리(박정아·이예은·제이민)를 짝사랑하는 데니스로 분하고 있는 김지휘는 요즘 부쩍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무대에서 너무 밝고 사랑을 많이 받아선지 혼자 있거나 그러면 더 많이 외롭고 공허해지는 것 같아요.”


◇테이블 리딩만 4주, 자연스레 모든 것이 이뤄지는 진기한 경험
 

[브릿지포토] 연극 '톡톡'에 출연중인 배우 김지
연극 ‘톡톡’에서 선 공포증, 대칭집착증에 시달리는 밥을 연기 중인 김지휘(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좀 더 강박증이 심해진 것 같아요. 바꾸려고 한 건 아닌데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뭔가를 더 하게 되고 안보이던 것도 보이고 그래요. 지금은 좀더 줄이고 있어요. 강박증이 너무 강해져 버리면 보는 사람이 흠칫 뒤로 물러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2016년 초연에 이어 재연 중인 연극 ‘톡톡’은 저도 모르게 욕을 해대는 뚜렛증후군 프레드(서현철·최진석, 이하 2017년 재연 관람배우 순), 뭐든 계산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벵상(김진수·김대종), 오염된 것은 질색인 질병공포증후군 블랑슈(정수영·유지수), 온종일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마리(정선아·김아영), 동어반복증 릴리(이진희·문진아) 그리고 선을 밟으면 쓰러지고 비대칭을 참을 수 없는 밥(김지휘·오정택)이 한데 모여 강박증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프랑스 코미디다.

“초연 때는 걱정을 좀 했어요. 제가 잘 웃길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 코미디나 슬랩스틱을 잘하는 배우도 아니었거든요. 그런데 ‘톡톡’은 개인기로 웃기는 작품은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자기 캐릭터와 강박증만 정확하면 됐거든요. 그래서 ‘톡톡’이 좋은 것 같아요.”

김지휘의 말처럼 ‘톡톡’은 억지로 웃음을 끌어내기보다 잘 짜여진 상황과 대사가 자연스레 사람들을 웃게 하는 작품이다. 그가 자칫 어색하거나 눈살을 찌푸리게 할 수 있는 프랑스식 코미디에 대한 걱정을 털어버릴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김지휘는 “이해제 연출님이 번역도 잘해주셔서 대본에 충실할수록 재밌어지는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곤 초연을 준비하면서 겪은 신기한 경험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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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톡톡' 출연진(사진제공=연극열전)

 

“초연 때는 7주 연습 중 테이블 리딩(탁자에 앉아 대본을 읽는 연습)만 4주를 했어요. 그때는 너무 불안했죠. 아무리 등·퇴장이 없고 동선이 별로 없더라도 개막까지 3주밖에 안 남았는데…이제는 좀 일어나 움직여야하는 거 아닌가 싶었거든요. 그런데 딱 일어나니까 대본을 안봐도 되더라고요. 외우려고 한 것도 아닌데 4주 동안 테이블 리딩을 하다 보니 한두 개 정도 빼고는 자연스럽게 외워지는 거예요.”

그의 표현대로 ‘진기한 경험’을 한 김지휘는 “모든 공연을 이렇게 연습하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며 “캐릭터 분석도, 대사 외우는 것도 자연스레 되는 작업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어려운 코미디 연기, 하지만 ‘톡톡’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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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톡톡’ 중 김지휘(사진제공=연극열전)
“제가 참사 주범이에요.”

선을 밟으면 안되는 강박증이고 대칭을 맞추려다보니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하는 밥을 연기하면서 김지휘는 “다양한 에피소드와 참사를 만들어낸다”고 토로했다.

“초연 때는 더 했죠. 책을 밟고 건너가려는 찰나 프레드가 ‘뒷선 밟았어’ 하면 쓰러지는 장면이었는데 책이 미끄러져 버렸어요. 저도 모르게 너무 많은 선을 밟아 버린 거죠. 1초 정도 고민하고는 그냥 기절했어요. (초연 당시 밥을 번갈아 연기했던) (김)지철이는 책장을 타는 신에서 진짜 급하게 가다가 책장에 부딪혀 튕겨 나가고….”

선을 안밟기 위해 안간힘을 쓰느라 수많은 에피소드를 양산한 덕분에(?) 관객들은 물론 배우들까지도 웃음이 터져 곤혹을 치르곤 했단다.

“처음 대본을 받아봤을 때는 반전이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하고 혹시 밥이 의사인가 했어요. 대본을 읽다보니 밥이 자기 소개하자, 게임하자 등 제안을 많이 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이 그걸 왜 하냐고 퉁바리를 주는데도 계속 뭘 하자고 하는 인물이다 보니 어떻게 반감을 안사고 제안을 할까를 제일 많이 고민했죠.”

그리곤 “그래서 씩씩하게 했다”며 “다들 경계심을 가지고 무대로 들어오는데 그 경계심을 가장 먼저 푸는 사람이 밥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제일 어려운 연기가 코미디 같아요. 어느 부분에서는 웃겠다 싶은 계산을 잘 못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첫 공연이 너무 기대되고 긴장됐었는데 사람들 반응이 정말 신기할 정도여서 대본이 진짜 좋구나 새삼 또 깨달았어요. ‘나도 코미디를 할 수 있구나’ 했죠. 처음이었어요.”


◇못말릴 사랑꾼 밥 “두 번 말하는 릴리, 더 오래 바라볼 수 있어서 더 예뻐요”

[브릿지포토] 연극 '톡톡'에 출연중인 배우 김지
연극 ‘톡톡’에서 선 공포증, 대칭집착증에 시달리는 밥을 연기 중인 김지휘(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릴리가 두 번 말하는 걸 미처 인식 못한 상태에서 한번 말했을 때 대꾸를 하고 대사가 얽히면서 웃음코드가 됐던 것 같아요.”

극중 김지휘가 연기하는 밥은 아빠와의 이별에 얽힌 사연으로 동어반복증을 앓고 있는 릴리와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다소 오글거리는 애정 표현으로 민망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한다.  

 

“두 번 말하는 릴리를 더 오래 바라볼 수 있어서 밥으로서는 좋았던 것 같아요. 이 사람이 두 번 말할 때까지 기다려주고 그 모습이 참 예쁘고 대칭을 잘 이룬다 싶었죠. 한번씩 말하면 바라보는 순간이 짧게 끝났을텐데 두 번 말하니까 릴리를 두 번 느낄 수 있고 그만큼 더 오래 바라볼 수 있잖아요.”
 
톡톡_모노폴리 게임 중 밥에게 선뜻 돈을 빌려주는 릴리
연극 ‘톡톡’. 모노폴리 게임 중 밥 김지휘에게 선뜻 돈을 빌려주는 릴리 이진희(사진제공=연극열전)

  

두 번 말해서 더 사랑스럽고 예쁜 릴리에 대해 털어놓은 김지휘는 ‘톡톡’ 공연 중 있었던 에피소드들을 풀어놓기도 했다.  

 

“일부러 느끼하게 하는 건 아닌데 대사 자체에 느끼한 맛이 없지 않아 있거든요. 제(밥)가 릴리를 보면서 ‘아 귀여워’ 이러면 가끔은 사람들이 진저리를 치면서 ‘어우~’ 막 이래요. 어느 날인가는 릴리가 제 전화번호를 한번만 얘기하면서 잠깐 치료가 되는 장면이었는데 제가 너무 기뻐서 진지하게 ‘릴리 10년 동안 이랬던 적이 있어요?’ 하는데 어떤 남자 분이 정말 큰소리로 ‘하하하하’ 웃는 거예요. 잠시 동공이 좀 움직였죠.”

관객의 큰 웃음을 자아낸 부분은 종종 관객들의 반응에 웃음을 참느라 힘들다는 김지휘가 제일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릴리가 한번만 말하기를 성공하고 나서 제가 뛰어가서 ‘이건 귀중한 순간이에요. 나를 믿는다면 다시 한번만, 딱 한번만 네라고 대답해 봐요’라고 해요. 하지만 쉽지 않은 걸 알아요. 그래서 한번 답을 하고 두 번째 입을 벌리려고 할 때 제가 와락 껴안는 장면이죠. 괜히 기분이 좋아져요. 다행이다 싶고 따뜻해지고….”


[브릿지포토] 연극
연극 ‘톡톡’에서 선 공포증, 대칭집착증에 시달리는 밥을 연기 중인 김지휘(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강박증? 누구나 그렇지 않나요?

 

“심한 강박증을 가진 분들이 보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경험도, 느껴보지도 않았으면서 너희가 뭘 안다고…그럴 수도 있겠다 싶어요.”

김지휘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강박증에 대해 다루는 데 대한 조심스러운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제가 제일 좋아하는 대사가 프레드의 ‘나보다 남을 생각할 때 기적은 일어나는 것 같다’거든요. 강박증을 슬프다고만 생각하면 슬플 것 같지만 사실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으면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이 작가(프랑스 유명 작가 겸 배우이자 TV쇼 진행자 로랑 바피)도 그래서 밝게 풀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곤 “누구나 강박증을 가지고 있다. 우리 극을 보면서 ‘나도 저들처럼 이겨내 보자’ ‘이대로 살아가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강박증 같은 게 있냐는 질문에는 “조금 깔끔한 정도”라고 답했다.

“누구나 그렇죠? 밖에서 입었던 옷으로는, 잠옷이 아니면 절대 침대에 안들어가거나 하루 한번은 돌돌이로 밀거나…. 오늘 입은 옷은 내일 절대 안입기도 해요. 신발도 그렇고. 1년에 한두번이나 있을까 말까 한 일이죠. 옛날엔 더 심했어요. 특히 신발은 60켤레가 넘었어요. 지금은 많이 처분했지만 만날 부족한 느낌이죠.”


◇새로 합류한 배우들 “참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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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톡톡' 출연진(사진제공=연극열전)

“새로운 멤버들이 들어와서 초연과는 다르게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어요. 릴리, 블랑슈 두 사람만 바뀌어도 전혀 달라지거든요.” 


전 캐릭터가 더블캐스트인 ‘톡톡’의 배우들에 대해 김지휘는 ‘형님들팀’(서현철·김진수·정수영·이진희·김지휘)과 ‘아우들팀’(최진석·김대종·유지수·문진아·오정택)이라고 표현하고는 즐겁게도 웃는다.  

 

“(오)정택이는 제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표현해서 재밌었어요. 예를 들어 의사가 계속 안오는 상태에서 저는 그냥 화가 나서 ‘개썅, 소곱창, 말미잘 같은 의사’라고 바로 욕을 뱉어버리는데 정택이는 ‘말미잘 같은’까지 하고는 ‘의사요, 의사’ 이렇게 하더라고요. 증상이 나타날 때나 (모노폴리 게임 중) 스위스를 사달라고 할 때도 좀 다르고 러브 라인도 좀 다르죠. 다 같고 사람이 달라졌을 뿐인데 신기해요.”


릴리에게 성큼 다가서는 김지휘와 다소 단계를 거치는 오정택의 밥 뿐 아니다. 최근 티격태격한다는 이진희의 릴리와 박력있게 다가오는 문진아의 릴리에 대해 김지휘는 “진아는 율동도, 동작도 크고 성격도 터프하다”며 “진희 누나는 제가 좀 더 다가가야 한다면 진아는 좀 덜 다가가는 릴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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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톡톡’ 중 프레드를 번갈아 연기하는 최진석(왼쪽)과 서현철(사진제공=연극열전)

  

“일단 프레드가 너무 달라요. 욕을 할 때도 (최)진석 형님은 고함같다면 (서)현철 선배님은 웅얼웅얼 거리시죠. 독백도 다르고 웃음 포인트도 달라서 저희의 리액션도 달라지죠.”

자신의 움직임에 날릴 먼지조차 신경 쓰여 호들갑도 제대로 떨지 못하는 정수영의 블랑슈와 더러운 것에 대한 혐오를 한껏 몸으로 표현하는 윤지수의 블랑슈, 파이의 100자리까지를 외는 김대종의 뱅상과 딱 대본만큼만 외우는 김진수 등 김지휘가 하나하나 짚어내는 차이점만도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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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톡톡’에서 선 공포증, 대칭집착증에 시달리는 밥을 연기 중인 김지휘(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밥이) 선을 밟고 싶은데 못 밟을 때는 정말 힘들어요. ‘우리는 안되나봐요’ 소리를 지르는데 뱅상이 욕을 하면서 ‘나는 너희랑 같은 그룹이 아냐’라고 난리를 쳐요. 그러다 좀 지나서 ‘미안합니다. 아무도 고쳐지지 않는 게 너무 힘들어서 그랬습니다’ 할 때 저도 진짜 힘들어요.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현실, 그게 강박증을 가진 사람들에게 가장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보는 사람도 배우들도 힐링 “매년 ‘톡톡’을 했으면 좋겠어요”  

 

“초연에 비해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어요. 다들 다른 강박증을 가지고 있지만 어쨌든 마음은 같잖아요. 게임을 하고 자기 소개를 하면서 저도 모르게 치료가 돼가는 과정이 너무 소중하고 즐거워요.”

그리곤 ‘톡톡’에 대해 “보는 사람도 즐겁지만 무대에서 연기하는 저도 소중하고 즐겁다”고 말을 보탰다.  


“어떤 위로를 받는 느낌이에요. 어떤 위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대 위에 있으면 제 마음도 따뜻해지고 부정적이던 것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고 그래요.”

 

[브릿지포토] 연극
연극 ‘톡톡’에서 선 공포증, 대칭집착증에 시달리는 밥을 연기 중인 김지휘(사진=양윤모기자yym@viva100.com)

 

‘톡톡’에 대한 애정이 넘쳐 매년 무대에 서고 싶다는 김지휘는 나이가 들어가는대로 뱅상, 프레드까지를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을 털어놓기도 했다.

“릴리 역할을 해보고 싶기도 해요. 역할을 바꾸든 강박증을 바꾸든 해도 재밌을 것 같아요. 치유 형식으로 1년에 한번씩 ‘톡톡’ 무대에 서면 좋겠어요. 매년 10월 말이나 11월에 ‘톡톡’이 돌아오는 거예요. 극장도 꼭 티오엠 2관으로!”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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