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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사이드] 연극 ‘톡톡’의 밥 김지휘가 말하는 ‘올슉업’ 데니스, ‘모범생들’ 박수환과 외로움 그리고 오래 남는 배우

입력 2018-01-08 19:00
신문게재 2018-01-08 11면

[브릿지포토] 연극 '톡톡'에 출연중인 배우 김지
연극 ‘톡톡’의 밥, 뮤지컬 ‘올슉업’의 데니스로 출연 중인 김지휘.(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밝으면 밝은 대로 어두운 극은 또 그대로 우울해지는 것 같아요.”



연극 ‘톡톡’(1월 28일까지 대학로 TOM2관) 중 선 공포증, 대칭집착증에 시달리는 밥과 뮤지컬 ‘올슉업’(2월 11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의 데니스로 일주일에 6일을 꼬박 무대에 오르는 김지휘는 바쁜 중에도 밀려드는 외로움을 토로했다.

“사람들은 그렇게 안보는데 혼자 있을 때는 좀 우울해지는 스타일이에요. 약을 먹거나 할 정도로 심한 건 아니지만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 같아요. 혼자 있는 걸 그다지 좋아하질 않아서 사람들을 만나곤 하는데…요즘은 쉬는 날이 월요일 하루 뿐이라 혼자 잠을 자다 보니 더 외로운 것 같아요.”


◇앨비스 친구 ‘올슉업’의 데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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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휘는 뮤지컬 ‘올슉업’의 데니스를 연기 중이다.(사진제공=킹앤아이컴퍼니)

‘톡톡’의 밥, ‘올슉업’의 데니스는 김지휘가 그간 연기했던 캐릭터들과는 다른 결의 인물들이다. 

 

10대들의 백색느와르 ‘모범생들’의 박수환, 청춘의 성장통이 아팠던 ‘위대한 캣츠비’의 캣츠비, ‘풍월주’의 남자기생 사담, ‘마이버킷리스트’ 중 소년원에서 출소한 양아치 록커 강구와 시한부 환자 해기 등은 무대 위에서 마냥 해맑기만 할 수는 없는 역할들이었다.


“처음에 ‘올슉업’ 데니스를 하자고 하셨을 때는 다들 물음표였어요. 창작진들 말로는 데니스를 확 바꾸려고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렇다고 대본이 바뀌는 것도 아니어서 가장 큰 숙제였죠.”

데니스는 자유로운 영혼의 로큰롤 가수 엘비스(손호영·대현·허영생·휘성,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의 친구이자 그를 짝사랑하는 나탈리(박정아·이예은·제이민)에 연정을 품은 순수한 문학청년이자 모범생이다.

“제가 표현하고 싶은 데니스는 평등한 친구였어요. 대본에는 앨비스가 ‘너 내 조수’라고 하면 바로 기타를 받아요. 바꾸려는 데니스랑은 너무 안맞았죠. 그래서 데니스는 공부를 잘하지만 어려서부터 음악을 하고 싶었던 사람이라고 설정했어요. 앨비스는 비록 내가 사랑하는 나탈리가 마음을 준 사람이지만 내가 이루지 못한 꿈인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는 데서 동경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오래도록 여운에 시달린 ‘모범생들’의 박수환

[브릿지포토] 연극 '톡톡'에 출연중인 배우 김지
연극 ‘톡톡’의 밥, 뮤지컬 ‘올슉업’의 데니스로 출연 중인 김지휘.(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밝은 극도 여운이 있지만 다크한 작품의 여운은 진짜 오래 가는 것 같아요. ‘모범생들’ 같은 경우는 끝나고 나서도 죄인 같고 그랬어요.”

‘모범생들’은 지난해 10주년을 맞은 연극이다. ‘지탱극’(지이선 작가+김태형 연출의 애칭 탱+연극)이라는 애칭이 붙을 정도로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김태형 연출과 지이선 작가의 작품이다.

성적 올리기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엘리트들이 커닝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욕망이 충돌하고 비정함이 발현되면서 씁쓸한 뒤끝을 남기는 작품이다. 2015년부터 ‘모범생들’ 합류한 김지휘는 제주도 농장주의 아들로 겁도 많고 흥도 많고 말도 많은 박수환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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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모범생들’ 중 박수환을 연기 중인 김지휘(사진제공=이다엔터테인먼트, 쇼플레이)
“수환이랑 저랑 비교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원래는 서민영으로 오디션을 보고 캐스팅됐어요. 리딩할 때까지도 수환이가 안뽑힌 상태였죠.”

이미 역할을 부여받은 배우들 중 누군가는 수환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모든 배우들의 리딩 후 김지휘는 수환이 됐다. 당시를 김지휘는 “정말 무서웠다”고 표현했다.

“너무 힘들었어요. 수환이가 5분이나 쉬나…혼자 독백도, 슬랩스틱도 해야 했죠. 정말 무서웠어요. 연극도 많이 해보지 못했을 때고 독백을 길게 해본 적도 없었는데 A4 용지 한장짜리 독백을 해야했죠. 마냥 진지하다가도 웃겨야 하고…게다가 그 전 박수환들이 엄청난 박수세례를 받았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김태형 연출에게 “못하겠다”고 토로하기도 했고 지이선 작가는 “정 못하겠으면 그 독백 장면을 빼주겠다”고도 했다.

“자존심은 상할대로 상하고 (독백장면을) 빼기는 너무 싫고…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연습시간 두 시간 전부터 가서 그 장면만 계속 연습했어요. 그러다 나온 게 오르골 돌리듯 하는 거였죠. 첫 공연에서 박수를 쳐주시는데 눈물이 나올 뻔했어요.”

그가 얼마나 고생하며 연습했는지를 줄곧 지켜봐 왔던 민영 역의 문성일은 김지휘의 첫 공연을 객석에서 관람하며 함께 뭉클해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이제 서른다섯 “저를 다스리기 위해 책을 읽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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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톡톡’(사진제공=연극열전)

 

“첫 연극이 ‘밑바닥에서’였어요. 완전 엉망이었죠. 왜 하필 고전이었는지…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고전을 은근 많이 했어요. ‘트랜스 십이야’ ‘햄릿더플레이’도 했고. 고전(古典)을 하면서 고전(苦戰)을 했던 것 같아요.”

그리곤 “진심으로 그때를 언급하고 싶지 않은 정도”라고 고해성사를 하듯 털어놓았다. 이어 “뮤지컬을 전공한 친구들이 학교에서 배운 걸 연습을 하면서 익힌 것 같다”며 “그래서 더 바쁘고 정신없고 몸이 더 힘들었지만 정말 좋은 사람들과 작품들을 만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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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톡톡’의 밥, 뮤지컬 ‘올슉업’의 데니스로 출연 중인 김지휘.(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김지휘는 2003년 Mnet의 ‘아이믹 오디션 대작전’ 2기로 발탁돼 그룹 아이즈를 거쳐 2005년 아이돌 그룹 더 스토리(T.H.E Story) 멤버로 가수활동을 하다 2011년 ‘페임’으로 무대배우로 전환했다. 

 

“매일 공연하는 게 너무너무 행복하고 좋아요. 쉬는 것보다는 바쁜 게 훨씬 좋고. 그런데 끝난 후의 공허함이 있는 것 같아요. 진심으로 울고 웃거나 무대에서 너무 하고 싶은 걸 잘 마치고 박수를 받고 내려오면 공허한 것 같아요.”

유쾌한 극으로 다른 이들을 웃게 하든 진지하게 관객들을 울리든 똑같이 우울해지는 데 대해 김지휘는 “요즘 날이 추워서 그런 것 같다”며 “가슴이 시리다” 아우성이다.

“대본을 보다 보면 궁금증이 계속 들어요. 왜, 왜, 왜 자꾸 묻게 되죠. 대본이 있지만 그 안에 없는 건 또 만들어야 하니까 생각을 계속하게 되죠. 제가 대사를 하거나 어떤 행동을 하지 않아도 생각을 가지고만 있어도 무대 위에서 보이는 것 같거든요.”

최근 새삼 재미가 들린 책 읽기도, 다시 시작한 운동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방편이었다. “저를 좀 다스리기 위해 책을 좀 보고 있다”는 그는 최근 ‘7년의 밤’ ‘미움 받을 용기’ 등을 독파했다. ‘7년의 밤’은 정유정 작가 작품으로 딸을 잃고 복수를 꿈꾸는 아버지와 아들을 지키기 위해 마을을 몰살시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또 다른 아버지의 이야기다.

[브릿지포토] 연극 '톡톡'에 출연중인 배우 김지
연극 ‘톡톡’의 밥, 뮤지컬 ‘올슉업’의 데니스로 출연 중인 김지휘.(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호수 안으로 들어가 버릴 것만 같은 느낌이죠. 세상 슬픈 걸 봐서 더 우울한가 봐요. 딱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데 제가 이제 서른다섯이 돼서 그런가봐요. 뭔가 제 심리가 요즘 이상한 모양이에요.”


◇보다 다양한 활동 “무엇을 하든 오래 남는 배우, 착한 사람”

“원래 꿈은 가수였는데 점점 바뀌고 있어요. 지금도 노래하는 게 즐겁고 좋기는 한데 연극, 뮤지컬을 하면서 노래에 대한 욕심이 좀 줄었어요. 자꾸만 저의 부족한 점을 깨달으면서 노래에 대한 욕심도, 연기적 욕심도 더 커지고 있죠. 임창정 선배님처럼 배우를 하면서 잔잔한 발라드나 록발라드 앨범을 내보고도 싶어요.”

자신의 이름을 건 앨범을 비롯해 여전히 꿈의 무대이자 역할인 뮤지컬 ‘빨래’의 솔롱고, ‘헤드윅’ 등을 향해 내달리고 있는 김지휘는 2018년이 보다 다양한 활동을 위해 준비하고 움직이는 해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좀 더 다양한 방면에서 활동을 하고 싶어요. 최근에 ‘돈꽃’이라는 드라마에서 장승조 형을 봤는데 되게 나쁘게 잘하시더라고요. 그런 역할도 도전해보고 싶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도 해보고 싶고…제가 가진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은가 봐요. 그러려면 휴식이 좀 필요하지 않나 고민도 되고 그래요.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싶은 바람은 늘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배우든 가수든 사람이든, 무엇을 하든 믿고 볼 수 있고 오래 남는 배우, 착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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