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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남북정상이 만날 판문점을 가다

입력 2018-04-19 16:01
신문게재 2018-04-20 4면

자유의집 앞에서 바라본 북측 판문각
판문점 남측지역 자유의집에서 바라본 북측 판문각의 모습. 판문각 앞에 북한군이 나와 판문점을 찾은 기자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왼쪽 파란색 가건물은 T2로 정전협상이 이뤄졌던 곳이고, 오른쪽의 가건물은 T3로 영관·위관급 장교 회담이 열리는 장소였다. (사진=한장희 기자)

 

동서로 800m-남북으로 400m. 이 작은 공간 속의 판문점에서 앞으로 일주일 후 전 세계의 모든 시선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반도와 동북아를 넘어 세계 평화로 가는 첫 단추가 끼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 장소가 될 판문점을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18일 둘러봤다.



군사분계선(MDL)에서 2km 남짓 떨어진 남방한계선 인근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에 도착한 기자단은 준비된 버스로 갈아타고 판문점으로 향했다. JSA를 담당하는 유엔사령부 소속 한국군 장병들은 남북정상회담 전 프레스투어를 위해 판문점을 찾은 기자단에게 현재 북한군과 대치상황임을 상기시키며 주의사항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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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 주요시설물 위치도. (사진제공=통일부)

 

안내를 맡은 한 장병은 굵은 목소리로 “버스 내에 어떤 촬영도 금합니다”라며 취재를 위해 사진을 찍으려던 기자들을 제지했다. 살짝 흥분과 긴장감 속에 차량이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창밖으로 삼중으로 된 철책선이 보였다. 차량 왼편으로 드넓은 평야와 함께 남측 대성동 마을과 북측 기정동 마을이 보였다. 양측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100여m 높이의 철탑으로 세워진 국기 게양대 밖에 없었다. 대성동에는 하얀 바탕의 태극기가, 기정동에서는 빨간색의 인공기가 펄럭이며 분단된 현실을 체감케 했다. 거칠 것 없이 비무장지대를 달리던 버스는 출발한 지 5분여 만에 이내 판문점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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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상이 이뤄졌던 판문점 회담장 T2에 놓인 회담용 테이블. 가운데 마이크선이 군사분계선(MDL)를 뜻하고 있다. (사진=한장희 기자)

 

역사적 현장에 직접 왔다는 기대감에 한껏 상기된 기자들과는 달리 JSA 경비대대 소속 장병들은 더욱 경직된 얼굴로 기자단을 맞았다. 이날은 마침 판문점 북측지역인 통일각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2차 실무회담이 열리던 날이었다. 때문에 북한군들은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북한군이 사소한 행동 하나를 문제 삼을 수 있고, 실제로 앞선 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며 자칫 프레스투어 자체가 취소될 수 있으니 조심해 달라고 장병들은 재차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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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협상이 이뤄졌던 판문점 회담장 T2에서 바라본 군사분계선(MDL). MDL을 기준으로 왼쪽이 북한지역, 오른쪽이 남한지역으로 구분된다. (사진=한장희 기자)

 

MDL을 넘어 북측으로 100m 가량 떨어진 곳에 북한의 판문각이 보였다. 판문각 앞의 북한군은 미동조차 없이 남측 기자단을 응시했다. 기자단은 곧이어 파란색 가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65년 전 정전협상이 이뤄졌던 T2 건물이었다.

회담장 가운데는 커다란 테이블이 놓였는데 그 가운데를 마이크 줄로 갈라놓았다. 회담장 내부에서도 MDL이 그어져 있던 것이다. 창 밖을 내다보았다. 약 10cm의 높이에 폭은 50cm 가량의 MDL 표시석이 놓여 있었다.

이날 2차 실무회담을 위해 남측 대표단은 이 표시석을 넘어 북측 통일각으로 향했다. 일주일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수행단도 차량으로 72시간 다리를 건넌 뒤 판문각 앞에서 하차해 이 표시석을 넘어 마중 나온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이후 양 정상은 대화를 주고받으며 자유의 집을 거쳐 회담장소인 평화의 집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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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남북정상회담이 이뤄질 판문점 남측지역에 위치한 평화의 집. 평화의 집은 정상회담을 위해 현재 내부를 리모델링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진=한장희 기자)

 

우리 측 지역인 자유의 집을 기준으로 MDL까지 적막함 속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면, 자유의 집 이남에 위치한 평화의 집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정상회담장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멀리서 본 1층 입구는 대형 비닐로 가려져 있고, 2층에선 작업자들이 빗자루로 먼지를 쓸고 닦아내고 있었다. 회담은 2층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일부 외신들에 따르면 평화의 집이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북미정상회담 장소로 높게 점쳐지고 있다.

판문점은 남북 분단의 상징인 동시에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의 장소다. 그 가운데서도 평화의 집은 남·북·미에게 특별한 장소이다. 멀리로는 1976년 8월 제2한국전쟁 직전까지 갔던 도끼만행사건과 가까이는 지난해 11월 북한군 병사 오청성 귀순사건이 모두 평화의 집 근처에서 일어났다.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에 따라 분단의 아픔을 그대로 가진 한 슬픔의 땅이 될지, 아니면 평화의 상징이 돼 평화체제가 들어서고 남북한 주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 될지 일주일 후가 기다려진다.

한장희 기자 mr.han777@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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