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프랑켄슈타인’ ‘벤허’ 투자, ‘헤드윅’ ‘팬레터’ 초청 등 중화권 메이드 인 코리아 뮤지컬 주목, 그 명과 암

‘프랑켄슈타인’ ‘벤허’ 투자, ‘헤드윅’ ‘팬레터’ 초청 등 중화권 메이드 인 코리아 뮤지컬 주목, 그 명과 암

입력 2018-05-18 19:46

page
중화권에서 주목받고 있는 메이드 인 코리아 뮤지컬.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팬레터’ ‘벤허’ ‘헤드윅’ ‘프랑켄슈타인’(사진제공=라이브, 쇼노트, 뉴컨텐츠컴퍼니)

 

한중 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인한 한한령(限韓令)에도 ‘빨래’ ‘리틀잭’ ‘고흐’ ‘마이 버킷 리스트’ ‘총각네 야채가게’ 등 한국 뮤지컬에 꾸준히 관심을 보이던 중화권이 본격 러브콜에 나섰다.



지난 4월 초 왕용범 연출과 이성준 음악감독 콤비작인 뮤지컬 ‘프랑켄슈타인’과 ‘벤허’가 200만 달러(한화 약 21억원) 규모의 중국 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라이선스 뮤지컬 ‘헤드윅(搖滾芭比, 7월 20~22일)’의 한국 프로덕션과 창작뮤지컬 ‘팬레터’(光的來信, 8월 17~19일)가 대만 내셔널타이중시어터(National Taichung Theater, 이하 NTT) 초청공연에 나선다.


◇2018년 ‘벤허’, 2019년 ‘프랑켄슈타인’ 공연에 각각 100만 달러 투자 유치
 

page000
뮤지컬 ‘벤허’ 공연장면(사진제공=뉴컨텐츠컴퍼니)
‘벤허’의 제작사이자 인터파크 자회사 뉴컨텐츠컴퍼니(New Contents Company, 이하 NCC)에 따르면 중국의 문화콘텐츠 전문 제작·투자사로부터 2018 ‘프랑케슈타인’, 2019 ‘벤허’에 각각 1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이는 한국에서 공연되는 대극장 뮤지컬에 중국 자본이 현금으로 투자되는 첫 사례다. 중국 투자사 관계자가 2017년 방한해 ‘벤허’를 관람하며 물꼬를 튼 이번 투자는 2월부터 세부조율을 거쳐 4월 정식 계약을 체결했다.

NCC 관계자는 “당시 ‘벤허’에 투자 의사를 보였지만 2019년에나 재연되기 때문에 투자할 작품이 없는 상태였다. 이에 같은 (왕용범) 연출의 작품인 ‘프랑켄슈타인’으로 투자 범위가 확장된 사례”라고 귀띔했다.

중국 투자사의 당부로 구체적인 기관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NCC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수익 셰어나 권리 공유 등이 아닌 중국 내 투어 공연시 사업우선권 보장이 투자 조건이다.

이번 투자를 주도적으로 진행한 인터파크 공연사업본부장인 이종규 상무는 “중국 투자자가 무대 스케일이나 음악, 무대 연출적 요소를 높게 평가했다. 특히 전차 신, 말이나 함선 장면 등에 대해 굉장히 인상적이라고 평했다”며 “클래식한 스토리에 홀로그램, VR(가상현실), 로봇 등 최첨단 기술을 가미한 아이러니한 특징에 감탄했다”고 투자 이유를 전했다.


◇왕가위 블락투뮤직으로부터 제작비 15% 투자받은 ‘팬레터’, 대만 초청공연 나서

Untitled-4
뮤지컬 ‘팬레터’ 대만 포스터(사진제공=라이브)

 

이에 앞선 지난해 ‘팬레터’는 한국 재연(2017년 11월 10~2018년 2월 4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 중국 왕가위 감독이 설립한 음악그룹 블록투뮤직(Block 2 Music)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우수 크리에이터 발굴지원사업인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의 2015년 최우수작 선정작으로 천재소설가 김해진과 그를 동경하는 소설가 지망생 정세훈, 세훈이 해진과의 교류를 위해 만들어낸 가상의 여류소설가 히카루가 이끄는 팩션 뮤지컬이다. 작품 자체가 김유정, 이상 등이 몸 담았던 9인회를 모티프로 했고 김해진은 김유정, 이윤은 이상 등을 극화한 인물이다.

2016년 초연돼 사랑받았고 올해 2월까지 재연됐다. ‘팬레터’의 프로듀서이자 제작사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는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진행된 100회 공연에 블락투뮤직으로부터 제작비 대비 15%에 해당하는 현금을 투자받았다”며 “원금 보장이나 저작권 및 권리 공유가 아닌 순수투자 형식이었다”고 밝혔다.
 

헤드윅
대만에 초청된 ‘헤드윅’ 무대에 오만석(사진제공=쇼노트)

5월 25, 26일 첫 지방공연이자 대극장 공연이 3회 전석 매진된 ‘팬레터’는 8월 대만 내셔널타이중시어터 초청공연에도 나선다. 

 


◇중국, 지속적으로 한국 뮤지컬에 관심 집중!
 

“한국 뮤지컬에 대한 중화권의 관심도는 꽤 높은 편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중화권의 공연 제작사들이 주기적으로 한국으로 와 뮤지컬을 관람하고 오리지널 투어나 라이선스 공연을 하고 합니다.”


강병원 프로듀서의 전언처럼 투자 뿐 아니라 개인적인 작업들도 수시로 이뤄지는 등 중국은 한국 뮤지컬에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한한령으로 인해 한국 콘텐츠 수입·소비가 어려워진 최근 2년간 두드러지는 현상은 개별적인 창작진 유입 등이다.

뮤지컬 ‘빈센트 반 고흐’의 최유선 작가가 중국 로맨스 뮤지컬 ‘타이아이니’(泰愛, 너무너무 사랑해, 태디 사랑해)를 집필했고 현재 한국뮤지컬협회장이자 ‘모차르트!’ ‘신시’ 등의 유희성 연출은 올해 4월 1일 장국영 기일을 맞아 제작된 주크박스 뮤지컬, 청두(成都)시에서 공연된 ‘사랑하는 방법, 이별’을 진두지휘했고 현재는 몽골 민족문화를 세계화하기 위한 뮤지컬 ‘천금심준’을 개발 중이기도 하다. 


◇각개전투의 한계, 계약 불이행, 불법복제 등 위험요소 


Untitled-1
중국으로부터 1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한 ‘프랑켄슈타인’. 사진은 초연 당시 포스터(사진제공=뉴컨텐츠컴퍼니)

 

‘벤허’와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200만 달러 투자를 주도적으로 진행한 인터파크 공연사업본부장인 이종규 상무는 “중국 관계자를 만나면 대부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며 긍정적으로 이야기한다. 합작 성공을 위해 건배를 하는 등 술술 풀릴 것 같은 인상을 준다. 하지만 막상 실무가 진행되면 자신들의 이익이나 필요성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며 “외향적으로 보이는 것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것의 차이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중국 진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강병원 대표 역시 “언어나 문화적 차이로 한국 뮤지컬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 다소 어려움이 따른다”며 “믿을 수 있는 현지 제작사와 협업해 공연이 진행되면 좋을 듯하다”고 전했다.

다수의 공연 관계자들은 “계약서를 작성하고도 이행이 안되거나 계약이 이행되더라도 중국 정부의 인허가 의지에 따라 결과가 바뀌기도 하는 등 늘 위험요인이 잠재하고 있는 시장”이라며 “구두협의에 너무 의미를 두지 말고 계약서 작성, 구체적 이행 등을 꼼꼼히 체크해야한다”고 조언했다.
 

wkwkwkwkwk
중화권에서 주목받고 있는 메이드 인 코리아 뮤지컬. 위부터 ‘벤허’ ‘팬레터’(사진제공=라이브, 뉴컨텐츠컴퍼니)

중국 진출 콘텐츠들이 겪는 고질병과도 같은 ‘표절’ ‘무단 도용’ 등의 문제도 위험요소다. 초청, 투어 등 다양한 형식으로 중국에 진출했던 넌버벌 퍼포먼스 ‘점프’는 2009년 불법 복제한 중국 공연이 CCTV에 소개되는 걸 보고 저작권위원회 북경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공연금지처분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정부 차원의 시스템과 매뉴얼 구축돼야! 

 

계약 불이행, 불법복제 등과 더불어 K팝, K드라마 등이 한류를 타면서 불거졌던 부작용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중국 구미에 맞는 콘텐츠 일변도, 한국시장에서의 외면, 지나친 중국시장 의존도, 실질적인 수익으로 이어지느냐의 문제, 권리 등의 중국 이관으로 인한 창작물 및 콘텐츠 강탈 등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에도 중국은 저변확대를 위한 가능성의 시장이다.

인터파크의 이종규 상무는 “중국 현지에서의 합작은 늘 조심해야하기 때문에 투자를 받는 데서 시작해 라이선스, 합작 식으로 차근차근 진행하고자 한다. 현지 합작의 경우 5대5로 출자해도 막상 시작하면 업무주도권이 현지 기업에 넘어가 끌려 다니기 십상이다. 자칫 고생만 하고 성과물은 중국에 내어주기 십상인 현지 합작 투자 및 작품 개발은 난이도가 높은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중국시장도 빠른 속도로 합리화되고 있기 때문에 분명 가능성 있는 시장이다. 우리가 장악할 수 있는 우리만의 콘텐츠 경쟁력을 확보하고 중국의 자본, 우리의 창작능력을 가지고 개발해 권리를 나눠받는 형식이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헤드윅] 마이클리 (The Angry Inch) 1_제공
중화권에서 주목받고 있는 메이드 인 코리아 뮤지컬 ‘헤드윅’(사진제공=쇼노트)

이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경쟁력이다. 재미와 감동을 주는 스토리, 좋은 음악, 무대디자인, 연출 등 어느 나라에서나 공통적인 공연 요소의 완성도가 곧 경쟁력인 셈이다.

 

강병원 대표는 “일방적이지 않고 상호 상식에 부합한다면 뮤지컬 시장 확산 측면에서 중국 투자 유치는 긍정적이다. 중국 투자로 인해 수익이 발생할 경우 향후 한국 창작뮤지컬이 해외에서 공연될 기회가 생길 것”이라면서도 “다만 권리문제나 불법 복제 등 불이익이 있을 시 현실적으로 한국 제작사에서 대응하기 힘들다. 이 같은 상황을 대비해 자국의 콘텐츠를 보호해 줄 수 있는 제도들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바람을 전했다.


유희성 한국뮤지컬협회장은 “10여년 동안 사드 문제가 불거진 2년여를 제외하고하는 1년에 한두편씩 중국과 뮤지컬 작업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계약과 그들의 계약이 너무 달라서 갭을 줄이기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일회성으로 끝나버리는 현실도 아쉽다”며 “한국, 중국, 일본 등 정의가 다른 국가가 공동작업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 계약 문제를 다룰 최소한의 시스템과 매뉴얼이 필요하다. 이는 개인이 아닌 정부차원에서 마련돼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