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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ir Paly 인터뷰] “죽자? 살자? 날자!” 우리 모두가 ‘이상’이자 초·해·홍! 뮤지컬 ‘스모크’ 김재범·유주혜

시인 이상의 연작시 ‘오감도’(烏瞰圖)에서 영감얻은 뮤지컬 '스모크'의 초 김재범과 홍 유주혜
시 쓰는 남자 초 김재범·김경수·김종구·임병근, 바다를 그리는 해 윤소호·강은일·박한근·황찬성 그리고 홍 유주혜·김소향·정연

입력 2018-06-12 19:15   수정 2018-06-13 09:37
신문게재 2018-06-1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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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모크’ 초 역의 김재범(왼쪽)과 홍 유주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날자, 날자, 날아보자꾸나…나는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저 예술가.”

15편으로 꾸린 이상의 연작시 ‘오감도’(烏瞰圖) 중 ‘나는 거울 없는 실내에 있다, 거울 속의 나는 역시 외출 중이다’로 시작해 ‘내 꿈을 지배하는 자는 내가 아니다. 악수할 수조차 없는 두 사람을 봉쇄한 거대한 죄가 있다’로 끝을 맺는 제15호에서 영감을 얻은 뮤지컬 ‘스모크’(7월 15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는 이상의 시 만큼이나 해석의 여지가 많은 작품이다.


◇해석의 여지가 많은 뮤지컬 ‘스모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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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모크’ 초 역의 김재범(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이상을 연기하고는 있지만 그의 시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머리 보다는 본능적으로 이해하거나 느낌을 받게 되죠. 특히 (오감도) 13인의 아해가 ‘도로를 질주하오’라고 중얼거렸을 걸 생각하면 감각적으로는 무서웠어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저런 글을 썼을지에 대한 해석이 굉장히 많은 이상의 시처럼 저희 배우들 역시 저마다의 해석과 생각을 가지고 연기를 하지만 보는 분들마다 해석의 여지가 많죠.”

초(김재범·김경수·김종구·임병근, 이하 관람배우·가나다 순) 역의 김재범은 뮤지컬 ‘스모크’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스모크’는 시 쓰는 남자 초, 바다를 그리고 싶은 해(윤소호·강은일·박한근·황찬성), 고통 속에서도 살자하는 홍(유주혜·김소향·정연)이 엮어가는 이야기로 2016년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의 트라이아웃을 거쳐 2017년 초연됐다.

“대본 뒤에 관련된 이상의 시가 다 적혀 있었어요. (추정화) 연출님이 이상 시인의 덕후(어떤 분야에 마니아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고 있는 사람)세요.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죠. 이상 시인이 시로 표현하듯 저희는 무대에서 연기로 표현하는 사람이니 접점을 찾아 저를 대입했죠.”



트라이아웃부터 현재의 재연까지 홍으로 분하고 있는 유주혜의 말처럼 ‘스모크’는 무대 위 배우들도, 객석의 사람들도 스스로를 대입할 수 있는 작품이다. 보는 사람의 감정상태, 주변을 둘러싼 상황, 고민거리 등에 따라 초가 되기도, 홍이 되기도, 해가 되기도 한다.


◇다소 난해한, 하지만 누구와도 치환 가능한 초·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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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모크’ 홍 역의 유주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한 사람이 초·해·홍으로 나뉜 게 아니라 김해경이라는 인물로 인해 생겨나는 존재들이에요. 거울 속으로 들어간 김해경이 영화 ‘아일랜드’처럼 홍과 해로 나뉘었고 이 세상에서 대신해 줄 초라는 똑같은 김해경 하나를 만들어 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홍을 가지고 있는 김해경 그 자체인 또 다른 껍데기, 복제품이죠.”

김재범의 설명처럼 “홍과 해가 합쳐져야 하는 초”는 혼자 죽을 수 없는 존재로 유주혜의 말처럼 “김해경 대시(-)”다. 이에 초는 해 앞에 홍을 끌어와 자신처럼 죽고 싶게 만들고자 내달리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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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모크’ 홍 역의 유주혜(왼쪽)와 초 김재범(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홍은 고통, 희망이 있어서 오는 고통이라고 생각했어요. 희망이 있는데 다다르지 못했을 때 오는 좌절이죠.”


이렇게 말하는 유주혜의 홍과 김재범의 초 사이에는 바다를 꿈꾸며 그림을 그리는 ‘해’가 있다.

 

세 인물들은 유기적으로 연결돼 대립하기도 혹은 같은 마음을 다르게 토로하기도 한다.

“홍은 고통이라고 표현되지만 고통 뿐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사실 행복해서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많잖아요. 행복했던 기억들이지만 그것 때문에 지금 고통을 느낄 뿐이죠. 그래서 홍은 내(김해경)가 고통스럽다고 생각할 뿐이지 행복했던 기억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설명한 김재범은 홍에 대해 “고통스럽다고 정의해버린 모든 기억”이라고 표현했다.

“시를,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는 희망적이고 행복했지만 쓰고 싶지 않고 아프고 싶지 않은 지금은 그 기억이 고통인 거죠. 지금을 고통스럽게 만든, 지워버리고 싶은 모든 기억이 홍같아요.”


◇대립하는, 하지만 서로인 홍과 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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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모크’ 초 역의 김재범(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흘낏 보면 홍은 ‘살자’ 저(초)는 ‘죽자’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초가 죽기만을 바라는 사람은 아니에요. 초는 홍을 통해 해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되찾게 해 죽게 해서 사라지겠다고 내달리죠. 하지만 그 내달림의 시작은 ‘사람들이 내 글을, 내 마음을 알아 봐주면 좋겠어’예요.”

이렇게 말한 김재범은 “죽으려는 내면에는 ‘죽고 싶지 않아, 살고 싶어’라는 바람이 있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김재범의 말처럼 초와 유주혜의 홍은 극 내내 해를 사이에 두고 대립하는 듯 하면서도 서로인 듯 미묘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고통이라고 정의내버린 기억을 가진 홍은 나(김해경)를 꾸짖기도, 멱살을 잡고 달래기도, ‘그럼 죽어’라고 몰아붙이기도 하죠. 홍은 살자, 초는 죽자가 아니라 복합적인 내가 싸우고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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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모크’ 홍 유주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그리곤 “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캐릭터가 홍 같다”고 덧붙이는 김재범의 말에 유주혜는 “결국 홍이 하는 말은 나에게 하는 말”이라고 부연했다.


“해가 ‘폐병 때문에 고통 받는 인생, 고아의 인생, 인생을 바꿀 순 없어’라면서 ‘다시는 글을 쓰지 않아’라고 절망하면 홍은 ‘바꿀 순 없지만 거기에 기대서 글을 써. 다잡고 다시 살아보자’라고 해요. 제(홍)가 떨어져 나가기 전 거울을 보면서 ‘죽고 싶다, 죽자’ 했던 김해경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해든, 초든 김해경이라고 생각하면서 동일하게 대하고 있죠.”


◇날자꾸나, 여자도 남자도 아닌 그저 예술가! 그리고 ‘스모크’

“나는 나일 뿐, 나로부터 시작한 이야기죠. 모든 것이. 누구를 대입시켜도 상관없을 것 같아요. 저 역시 배우를 하면서 굉장히 힘들어서 누가 대신 살아주면 좋겠다거나 힘들었던 기억을 다 없애버리고 사라지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었어요. 아무 것도 안하고 그냥 사라지고 싶은 초, 저 바닷가 한적한 곳에서 힘든 기억을 다 잊고 살고 싶은 해, 그 기억을 다 가지고 살아가야할 홍 모두가 대입가능한 우리의 모습이죠.”

김재범의 말에 유주혜는 “김해경이 책상에서 자기 글을 쓰며 ‘고통을 끌어안고 발광하자’는 마지막을 연기할 때마다 내 얘기 같다고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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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모크’ 초 역의 김재범(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배우도 누군가 알아주기를 바라고 무대에 있는 사람이에요. 아무도 안알아봐주면 해봤자 소용이 없지만 그럼에도 계속하자는 저희들 얘기 같아서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유주혜의 토로에 김재범은 “어떤 날은 단어 하나가 다르게 오기도 한다”고 말을 보탠다. 유주혜는 최근 해의 “날기를 희망한 죄”가 아프게 다가왔다며 ”희망해서 좌절과 절망이 더 큰 그 소절이 와닿았다“고 전했다. 

 

“저는 ‘거울’이라는 시를 봤을 때 외롭게 느껴졌어요. 저희(초·홍·해)는 이상이어야 하니까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해석했지만 감정적으로는 그냥 외로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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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모크’ 홍 역의 유주혜(왼쪽)와 초 김재범(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김재범의 말에 유주혜는 “맨 마지막 ‘날개’ 넘버에 나오는 ‘라지에이터 근방에서 승천하는 굿바이’가 좋았다”며 “트라이아웃 때는 초가 원탁 가운데 있고 제(홍)가 읊어주는 신이었는데 그 시가 좋았다”고 털어놓았다. 

 

극의 제목 ‘스모크’는 실체가 없다는 부정적 느낌과 자유를 느낄 수 있는 반대되는 감정을 아우르고 있다. 더불어 열정을 넘어 자기 자신을 태워 승화하는 외침, “날자, 날자, 날자꾸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우리 가슴의 열정이 불타올라 라는 가사에서 희망, 열정이 불타 사그라지는 연기, 희망을 잃은 것 같지만 승화되는 것처럼 생각이 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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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모크’ 홍 유주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초연부터 끊임없이 물어본 단어가 ‘스모크’예요. 김해경은 연기가 되면 사라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동시에 연기가 되면 자유로울 수 있을까 자문하죠. 초와 해,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초의 입장에서는 연기로 사라지고 싶었는데 막상 그렇게 되니 너무 외롭고 자신이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으로 가득했을 거예요.”


이같은 ‘스모크’라는 단어의 의미 뿐 아니라 “작품에 대해 물어본 게 한두개가 아니다”라고 토로한 김재범은 “가장 늦게 풀린 게 (마지막 넘버인) ‘날개’를 부르기까지의 과정”이라고 털어놓았다.

 

“죽고자 하는 의지가 너무 강하게 보여지기 때문에 살고자 하는 의지가 덜 보이는 게 어려워요. 죽으려는 의지에 갈등하고 고민하고 망설이는 초를 보면서 죽음만을 위해 폭주기관차처럼 달려가는 초를 할 수는 없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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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스모크’ 초 역의 김재범(왼쪽)과 홍 유주혜(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초의 살고자하는 의지 표현에 여전히 고민 중이라는 김재범은 “마지막 넘버 ‘날개’를 부르기까지가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고자 하는 의지가 좀 더 보여지면 좋겠다는 이유도 그래서다”라고 덧붙였다.

 

“‘날자, 날자, 날자꾸나’ 하는 ‘날개’가 너무 갑작스럽지 않게요. 어떻게 하면 초가 원래는 살고 싶었구나를 표현할 수 있을지, 그래서 자연스레 ‘날개’로 연결되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죠. ‘날개’를 향해 나아가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100%라고 생각하고 시작해요. 끝나는 순간 80%였구나를 깨닫고 20%의 모자란 부분을 채워 다시 100%로 시작하죠.”

김재범의 “끝이 없는 공연”처럼 살아가는 데 끝은 없다. 그래서 극 중 초·해·홍처럼 외치게 된다. “나는 여자도 남자도 아닌 그저 나. 날자 날자 날자꾸나!”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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