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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위험하다며 내집서 치운 원전, 누가 사겠나"

[브릿지 초대석] 김학노 한국원자력학회 회장

입력 2018-07-13 07:00   수정 2018-07-13 10:14
신문게재 2018-07-13 12면

한국 원자력학회 회장  김학노박사6
한국 원자력학회 회장인 김학노박사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수출확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라도 원전산업을 포기하게 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한국원자력학회(회장 김학노)는 지난 9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학회는 이날 정부의 체계적인 에너지 정책 수립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면서 “정치적 가치가 아닌 국가 실익이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학노 회장은 행사 후 브릿지경제와 가진 인터뷰에서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만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진 우리 원전산업의 발전이 발목 잡혀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새롭게 건설되는 원전은 안전성 면에서 안심해도 된다면서, 수출 회복 및 부족한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원전 산업의 포기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신재생에너지와 원자력의 상호보완을 강조하면서 학회를 중심으로 대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 현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이 가속화되고 있다. 정부 탈원전 정책에 대한 총평을 하자면?



에너지정책의 수립과 이행에 있어 고려해야 할 첫 번째는 ‘에너지 안보’다. 에너지의 97%를 우리는 해외에 의존한다. 해외 에너지 시장변화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에너지전환정책에 있어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화석발전소 축소 정책은 긍정적으로 본다. 신재생에너지 이용 확대 방침도 이해할 만하다. 다만 위험하다고 국민을 호도하며 탈 원전을 하겠다는 것은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미세먼지, 원자력산업생태계 붕괴, 국가 주요 산업 경쟁력 저하 등 많은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 분명해 걱정이 크다.


- 현 정부가 원자력발전 사업에 회의적인 입장을 갖게 된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잘못된 정보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만들어 낸 문명의 이기(利器) 중에 절대로 안전하다고 할 것은 없다. 대형 원자력발전소 사고인 미국의 TMI, 구쏘련의 체르노빌, 일본의 후쿠시마 사고는 모두 인재(人災)로 판명되었다. 후쿠시마 사고 때는 언론의 실시간 중계로 모든 사람들에게 ‘핵폭발’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었다. 상상력에 기반한 영화 ‘판도라’를 실제인 양 부풀리는 환경단체, 경주지진에 뒤이은 불안감 확산 등이 서로 얽히며 원자력발전에 회의를 갖게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 한국 원전의 경쟁력을 어느 정도로 평가하나? 우리 원전 건설비용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평가도 있던데,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있을지.

원전사업은 계획부터 운영까지 최소 10년이 걸리는 장기간의 사업이다. 변수가 많아 계획 기간내 계획된 비용으로 건설을 마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우리는 현재까지 계획된 기간내에 계획된 비용(On-time, On-budget)으로 UAE 원전 4기의 건설 공정을 진행하고 있어 경쟁국인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이 놀라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체코와 함께 우리도 신규 원전 사업을 발주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지만 “위험하니 탈 원전을 하겠다”는 데 어떻게 도입국을 납득시킬 수 있을지 암담하다. 예전에는 우리 원전가동률이 95%라며 자랑했는데 지금 50%를 조금 넘긴 가동률로 어떻게 이길 수 있을지 궁금하다. 중장기적으로 우수인력 확보도 어렵다. 우리가 낙찰받는다고 해도 원전개발 생태계가 붕괴된 마당에 60년, 80년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담보할 수 있을 지 의구심도 든다. 현재 확보되어 있는 신규원전 부지에 원자력산업계가 개발한 최신형 원전을 건설해 우리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세계 원전 시장에 보여주고 도입국의 관심을 유인하는 것이 대안이다. 새 원전은 대형사고가 나더라도 주민 대피가 필요없는 수준으로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어 막연한 불안감도 해소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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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노 회장은 원자력과 신재생 에너지의 조화로운 균형이 필요하다며 정부에 균형감 있는 정책 추진을 당부했다. (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 발전 단가가 싼 원자력을 포기함으로써 결국 전기요금 인상이 빠른 시일 내에 가시화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블랙 아웃을 가져온 대만의 ‘2025 비핵공약’이 재현될 까 우려하는 이들도 있다. 


원전은 초기 투자비가 다른 발전소에 비해 높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는 기저부하로 운영이 되어 왔다. 원전의 점검기간이 기술외적 문제로 늘어난 점을 경계해야 한다. 원전가동률을 정상화시키면 단기적으로는 전기요금의 인상을 회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원전 가동률이 저조하다 보니 한전이 2017년 4분기 이후 두 차례나 1000여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 현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전체의 20%로 끌어올린다는 내용의 ‘재생에너지 3020’ 정책을 추진 중이다. 일각에서는 원전 비중을 다시 높이고 정책 추진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데…

신재생 에너지를 확대한다는 기본 방향에는 동의한다. 다만 한반도의 일조량, 바람 등 지리적인 환경 여건을 꼼꼼히 따져보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얼마전 폭우로 청도지역의 태양광 발전단지가 산사태를 겪었다. 제대로 된 환경영향 평가가 필요하다. 난개발로 국토가 황폐화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원자력계는 무조건 원전을 확대하자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정책은 ‘에너지믹스’의 문제이지 ‘선악’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다. 수요자와 에너지전문가가 중지를 모아 국가 경제 발전, 국민 삶의 질 향상 측면에서 어느 방향이 옳은지 숙의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적정 믹스가 어떤지 결정하면 된다. 일본도 최근 공표된 제5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20~22%로 유지하겠다고 했다.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원전사업은 투입되는 비용이 천문학적이고 프로젝트 진행에도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다른 나라들은 어떻게 지원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라마다 원전운영자가 공기업인 경우도, 사기업인 경우도 있다. 우리와 프랑스는 공기업, 미국과 일본은 사기업 형태이다. 그러나 우리와 미국, 일본, 프랑스 공히 심사·검사를 통해 원전 안전성을 최종 결정하는 권한은 규제위원회에 있다. 운전 허가가 나더라도 원전운영자가 이익을 낼 수 없다고 하면 폐쇄(closure) 결정을 내린다. 미국과 일본도 사기업이라 경제성 유무가 계속운전의 기본이 되기는 하지만, 안전과 무관한 이유로 정부가 나서서 원전의 폐쇄를 결정하지 않는 다. 특히 미국은 셰일가스로 인해 경쟁력이 떨어진 원전의 폐쇄를 막기 위해 보조 지급을 통해 원전비중을 20%대로 유지하는 노력을 경주하는 주 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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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노회장은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와는 다른 실질적인 공론화 과정을 거쳐 원전산업에 대한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 최근 기자회견에서 국가 에너지정책에 대한 ‘범국민 공론화’ 추진을 요구하셨다. 하지만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는 전문성 결여와 불필요한 비용 소요로 인해 많은 질타를 받지 않았나?

국가 에너지정책은 나라의 백년대계 수립과 같습니다.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 일관된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기 위해선 국민대의기관인 국회가 중심역할을 해야 한다. 원자력계와 환경단체, 에너지계 등 원자력전문가와 수요자인 일반 국민이 함께 참여하는 가칭 ‘에너지정책수립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치열한 논의와 숙의 과정을 거쳐 바람직한 에너지정책을 수립하면 된다.


- 선진국 사례로 비춰볼 때 원전의 단계적 축소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는 원자력발전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아야 한다고 보시는지?

원전을 축소하는 나라는 스위스, 독일 등 몇나라 밖에 없다. 스위스는 풍부한 수력발전에 기대어 탈 원전 정책을 추진중이고, 독일은 갈탄과 북해 풍력을 믿는 구석이 있다. 우리와 에너지 환경이 완전히 다르다. 세계 최초로 원전을 시작했던 영국은 환경론자들의 득세로 원전을 포기했다가 지금은 다시 건설하려 하고 있다. 석유에 의존하던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도 탈화석 에너지를 위해 이미 UAE가 원전 4기를 건설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는 2030년까지 12기의 원전 건설을 공표했다. 세계적으로 원전시장이 다시 열릴 것이라는 전망들도 많다. 우리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해 미래 먹거리는 물론 고급 일자리도 창출해나가야 한다. 이런 도전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 주어야 한다. ‘우리 원전은 위험해서 포기한다’는 구호를 갖고 세계 시장에 어떻게 진출하겠나?


-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 학회는 향후 어떠한 활동을 계획 중인가?

우리의 원전산업계가 압축성장해 온 이면에는 정부의 강력한 에너지자립 정책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지금은 원전산업계의 생존 여부가 걸려있는 형국이 되었다. 산학연 전문가 단체인 우리 학회는 원전산업계 입장만을 대변하기보다는 정부가 합리적으로 에너지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할 것이다. 원자력을 바로 알리기 위한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는 적대관계가 아니라 동반자 관계라는 점을 강조하고 확산시켜 나갈 생각이다. 원자력이 뒷받침 해주어야 신재생에너지도 성장할 수 있다. 원자력과 신재생에너지가 상호보완적인 하이브리드시스템 (Nuclear Renewable Hybrid System)으로 작동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해 볼 생각이다.

  

 

▲김학노 회장은… 1980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입사한 이후 연구로개발실장, 하나로이용기술개발부장, 연구지원부장을 거쳐 2002년 한국원자력학회에 평의원 자격으로 입회했다. 지난해 9월부터 한국원자력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전략사업부원장, 제4세대 원자력시스템 국제포럼(GIF) 한국정책그룹 대표 및 국제협력담당 부의장을 겸임하고 있다.

 


정길준 기자 alfie@viva100.com
사진=양윤모 기자 yy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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