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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파서 짜증나는 ‘헹그리’ … 아침식사 거르면 정신건강 악영향

기초대사량 줄어 비만 위험, 기억력·학습능력 저하 … 심장질환·당뇨병 연관

입력 2018-08-16 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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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식사를 거르면 혈당이 낮아지면서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 부정적인 감정을 키울 수 있다.

‘아침은 황제처럼, 점심은 평민처럼, 저녁은 거지처럼 먹어라’는 아침식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지만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 201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통계에 따르면 세끼 중 아침 결식률은 22.6%에 달했다. 결식률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청년층(19~29세)으로 40.1%, 다음으로 청소년기(12~18세) 33.1%, 중장년층(30~49세) 27.7%였다.


외모에 관심이 많은 청소년, 젊은층, 여성들은 학업 또는 다이어트를 이유로 아침을 굶는다. 하지만 아침을 거르는 일이 반복될수록 뇌기능이 감소하고, 살찌는 체질로 바뀌어 학업과 다이어트에 모두 실패할 확률이 높다.


보통 저녁식사는 오후 7시, 다음날 아침식사는 오전 7시 정도에 먹는다. 이럴 경우 약 12시간 동안 공복 상태가 지속돼 다음날 아침 식사 전까지 혈중 당 농도가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인체에서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두뇌는 1차 에너지원으로 당을 이용하는데 아침식사를 거르면 기운이 없고 멍해지면서 기억력까지 떨어져 학업능력에 지장을 준다. 또 식욕촉진호르몬인 그렐린 분비가 늘어 점심과 저녁에 폭식하게 된다. 조영민 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이 충분하지 않으면 2차 에너지원으로 근육 속 단백질을 사용하므로 근육량이 줄고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살찌기 쉬운 체질로 바뀐다”며 “공복 상태에서 음식이 들어오면 에너지가 지방으로 빠르게 전환돼 체중이 더 빨리 불어난다”고 설명했다.


아침식사를 건너뛰면 비만, 당뇨병, 심장질환, 고콜레스테롤혈증, 이상지질혈증 등 만성질환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미국 하버드대 연구결과 아침식사를 거르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보다 심장마비나 심장질환 위험이 27%나 높았다. 또 하루에 아침을 빼고 식사를 한두 끼 먹은 사람은 하루에 6끼 이상 먹은 사람보다 전체 칼로리 섭취량은 1000㎉ 적지만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는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가 실시한 연구에선 아침식사를 불규칙하게 하는 여성은 아침식사를 매일 챙겨먹는 여성보다 제2형 당뇨병 위험이 20%나 높았다. 연구팀은 아침식사를 건너뛰어 공복시간이 길어지면 혈당장애가 올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아침만 되면 유독 예민하고 짜증을 잘 내는 사람은 아침식사를 건너뛰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침식사를 먹지 않으면 혈당이 낮아지면서 피로감과 두통이 동반되고 기분을 좋게 만드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수 있다. 이처럼 허기져 화가 나는 것을 영어권에서는 ‘헹그리’(hangry)라고도 한다.


젊은 땐 근육량이 충분하고 소화흡수 기능이 유지돼 아침식사를 먹지 않아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오히려 아침식사를 거르면 속이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종종 있다. 하지만 아침식사를 먹지 않는 습관이 장기간 지속되면 혈액이 장기에 잘 공급되지 않고, 혈액순환 속도가 느려지면 마치 오일이 없어 삐거덕거리는 자동차처럼 노화가 앞당겨지게 된다.


체중을 감량하고 만성질환을 예방하려면 굶지 말고 하루 세 끼 식사와 두 번 정도 간식을 조금씩 나눠 먹고 활동량을 늘리는 게 좋다.
아침식사로는 밥, 국, 반찬이 어우러진 한식 식단이 적합하다. 우유와 시리얼은 최소한의 영양 균형을 맞춘 것이어서 아예 거르는 것보다는 낫다. 하지만 일반적인 식사보다 영향이 불균형한 경우가 많아 미리 영양성분표를 확인한 뒤 적합한 제품을 골라야 한다.


평소 아침을 먹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아침식사를 먹으면 초기엔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속이 더부룩하기 쉽다. 처음엔 아침식사를 가볍게 시작해 양을 서서히 늘리고, 대신 야식을 제한하면 더부룩한 증상이 개선된다.
조영민 교수는 “평소 아침을 잘 챙겨먹지 않는 사람은 너무 바쁘거나 전날 과음을 하는 등 평소 생활리듬이 규칙적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런 습관이 장기화되면 체내 생체시계 조절 메커니즘이 망가져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어 아침부터 저녁에 이르기까지 균형잡힌 식습관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정환 기자 superstar1616@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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