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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맥경화'에 애먼 대기업 사내유보금에 '불똥'튀나

9월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 16.4회..1987년 이후 최저
기업들, 투자 활성화 위한 규제개혁 등 한목소리

입력 2018-11-15 17:24
신문게재 2018-11-1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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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 등이 은행에서 단기 부동자금 성격의 요구불예금을 꺼내 투자 등에 쓰지 않으면서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돈맥경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대내외 경제리스크 고조로 기업들이 좀처럼 투자처를 찾지 못해 지갑을 닫으면서 ‘돈맥경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이에 재계 안팎에서 기업 사내 유보금 등 잉여현금흐름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질 조짐이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예금은행의 요구불예금 회전율이 16.4회에 그치면서 1987년 1월(16.3회)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기업 등이 은행에서 단기 부동자금 성격의 요구불예금을 꺼내 투자 등에 쓰지 않으면서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최근 △미·중 간 통상분쟁 장기화 △미국 금리인상 △최저임금 인상 등 국내외 경제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경기하강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기업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최근 기업들의 실적 흐름이 반도체 등 일부 산업에만 호조세가 집중돼 은행에 돈을 맡길 수 있는 기업들도 한정돼 있는데다 내년에는 최근의 반도체 호황세마저 꺾일 수 있다는 신호가 곳곳서 감지되고 있어 여력이 있는 기업들조차 지갑 열기를 주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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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제조업계 중심으로 설비투자 등을 위한 현금흐름이 정체돼 있는 상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30대 기업 중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빼면 투자 현금흐름이 올해 상반기 21%나 감소했다. 조장옥 서강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기업들이 돈을 풀지 않으면, 곧 투자가 감소하면 자본이 감소하고, 자본이 감소하면 노동생산성이 감소한다. 노동생산성이 감소하면 고용이 감소하고, 고용이 감소하면 자본생산성이 감소하기 때문에 투자가 다시 감소하는 악순환이 나타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이익잉여금과 자본잉여금을 합한 금액인 대기업들의 사내 유보금으로 화살이 옮겨지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일자리 창출과 혁신성장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정부와 여권은 대기업들에 투자를 늘려 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앞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7월 “삼성이 20조원만 풀면 200만 명에게 1000만원씩을 더 줄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주요 271개 기업 사내유보금은 총 837조757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삼성이 228조230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정부는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시행했던 배당과 시설투자 유도 등을 통한 내수활성화를 위해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에 매기는 기업소득환류세제를 존치시킨 상황임에도 대기업들의 사내보유금은 크게 변화가 없는 상태다.

이와는 다소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이 현대차그룹에 사내유보금 영역에 포함되는 자본잉여금 중 초과분(초과자본금)을 주주에게 돌려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되고 있다. 과거 잉여현금흐름의 불투명한 운용으로 초과자본이 비영업용 자산에 묶여 있다는 논리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리스크가 산재해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이 돈을 쓰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하며 “이를 위해선 기업들이 마음놓고 투자할 수 있는 분위기 마련이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업들은 투자 활성화를 위한 규제혁파와 공적 재정 확대 등이 절실하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박종준 기자 jjp@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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