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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은퇴를 인생 2막의 전환점으로 만들자

입력 2019-05-16 15:05
신문게재 2019-05-17 19면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살다 보면 지금까지 살아온 것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인생으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통상 우연히 찾아온다. 그런 기회를 인지하고 인생의 전환점으로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다.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이었던 서명숙씨는 이렇게 살다간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사 종합지 최초 여성 편집국장이라는 직책은 근사했지만 엄습해오는 과로와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가 없었다. 주변 반대를 무릅쓰고 20여 년의 기자생활을 벗어던졌다. 무작정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다. 종주 내내 자신을 되돌아보는 자아 성찰의 시간도 가졌다. 마음도 대충 정리했다. 33일째 되는 어느 날 한국에 산 적이 있다는 영국인을 만나 “난 귀국해 걷기 길을 만들 것이다. 너도 귀국하면 걷기 길을 만들어라. 지금 한국 사회에 꼭 필요할 것이다”라는 얘기에 귀가 번쩍 뜨였다. 귀국 후 고향 제주에 올레길을 만들었다.

이젠 ㈔제주 올레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서명숙씨의 사례로 인생 2막을 설계해보자.

먼저 앞길이 꽉 막혀 한 치 앞도 나갈 수가 없을 때는 일상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새로운 환경과 난관에 봉착하면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꿀벌과 파리의 유리병 실험이 있다. 이 실험은 캄캄한 어둠 속에 밑면을 제외하고 빛을 차단한 유리병 속에 꿀벌과 파리를 넣고 병 밑면을 빛이 있는 창문 쪽으로 놓아뒀다. 꿀벌은 ‘빛이 있는 밝은 쪽으로 향한다’는 기존 논리에 사로잡혀 병 밑면만 향해 날아다녔다. 그러나 파리는 몇 번의 시행착오 후에 반대쪽 병 입구로 쉽게 빠져나왔다. 과거를 답습하는 꿀벌보다 파리의 우직함이 필요하다는 교훈이다.

다음은 맘을 정리하고, 내려놓는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과거의 사고방식으론 새로 출발하기가 어렵다. 티베트에서는 ‘바르도(bardo)’란 말이 있다. 둘(do) 사이(bar)의 틈새라는 뜻으로 죽음에서 환생까지 49일간의 중간상태를 의미한다.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환과정을 거친다는 것이다. 인생 2막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서는 먼저 현 상황을 인식해 과거를 정리하고 마음을 새롭게 다지는 ‘바르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제주 올레길이 성공하자 전국 곳곳에 아름다운 둘레길이 만들어졌다. 둘레길 투어로 ‘바르도의 시간’을 가져보자. 자전거로 전국을 일주해도 좋다. 등산을 좋아한다면 한국의 100대 명산에 도전해봄직도 하다. 그냥 하는 것보다 목표를 정하면 도전 의식도 생긴다. 걷기, 등산, 자전거로 심신을 단련하고 건강도 회복하자. 전국 산사의 템플스테이나 사찰 투어도 권장할 만하다. 오랜 직장 생활로 탈진증후군에 시달리는 은퇴자들에겐 자아 성찰과 재충전으로 삶의 활력을 채우는 ‘바르도의 시간’은 필수 과정이다.

서 이사장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통해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위기를 인생 2막의 기회로 전환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몇 번의 기회는 온다고 한다. 은퇴도 바로 그런 기회 중의 하나다.60세 이후의 인생을 여생이라 부르며 자투리로 여겼다. 이젠 그런 시간이 30년 이상으로 늘어나 새로운 인생을 한 번 더 살 기회가 생겼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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