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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더 비싸게 더 고급지게"… 아낌없이 쓰는 시니어, 럭셔리 시장 주름잡다

[채현주의 닛폰기] 日 고령자 호화 서비스 시장 후끈
도심 한복판서 그들만의 리프레시 공간 인기
“5성급 침대열차가 달린다” 호텔서비스 기본
마음까지 잡는 백화점 “명품만 팔지 않아요”

입력 2019-06-10 07:00
신문게재 2019-06-1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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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더 비싼 가격으로 더 고급스럽고 더 특별하게.”

 

일본에서 부유층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하는 초호화 서비스 시장이 열기를 띄고 있다.  60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가계금융자산의 60%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닛세이기초연구소에 따르면 이들이 쓰는 돈도 연간 100조엔(약 1127조원)을 넘어섰다. 초고령 사회 일본에선 시니어를 잡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 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에 시간과 자금이 풍부한 부유층 시니어들의 소비를 이끌어 내기 위한 그들만을 위한 초호화 여행 상품부터 고급 클럽까지, 상품이 다양해지고 있다.

 

 

◇ 그들만의 ‘도심 속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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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릭의 프리미엄 클럽 니혼바시. 사진=휴릭(Huric)

 

올해 초 도쿄 한복판에 문을 연 ‘휴릭(Huric) 프리미엄 클럽 니혼바시(日本橋)’. 고층 빌딩 속에 자리잡은 이곳은 60세 이상의 부유층 시니어들을 위해 만들어진 회원제 고급 클럽 라운지다. 이곳에 들어서면 도쿄 한복판의 복잡한 이미지와 달리 중후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신문과 서적이 구비된 라이브러리부터 업무를 보면서 주류를 즐길 수 있는 응접실, 쾌적한 공간에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는 마사지와 수면공간, 산소 캡슐 그리고 스포츠나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음악 감상실, 바둑방, 골프, 피트니스 센터까지.

일과 휴식, 리프레시를 한 공간에서 할 수 있도록 갖춰져 있다. 일하는 직원들도 높은 서비스를 지향하기 위한 최상의 서비스 전문가인 항공사 승무원 출신들로 구성됐을 정도다.

개인 회원은 입회비 30만엔(약 300만원)에 매월 5만엔(약 50만원)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800명 회원만 모집하기로 한 가운데 입소문을 타면서 오픈 전부터 400명 이상이 가입신청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회원들은 주로 대기업 임원 출신 또는 현역으로 근무 중인 기업 최고경영자(CEO)나 고문, 임원 그리고 의사나 변호사 등의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부분이다.

일본의 대형 부동산 회사 휴릭이 운영하는 곳으로, 이 회사는 최근 고령자 전용 주택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휴릭은 라운지 사업을 바탕으로 부유층 시니어 시장 수요를 흡수해 부동산 사업에도 효과를 누리겠다는 전략이다.


◇ 여행시장 큰손 “좀더 특별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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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부유층 시니어들이 여가 활동 중 가장 선호하는 것이 바로 여행이다. 최근 이들 부유층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하는 럭셔리 여행상품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 최대 여행사인 JTB는 호화여객선을 이용한 최고급 세계투어 상품을 내놨다. 약 3개월간 20개국을 방문하는 상품으로 1인당 가격은 208만엔(약 2122만원)이다. 부유층 시니어를 타깃으로, 개인에 대한 세심한 니즈를 파악하고 대응해 줄 정도로 높은 퀄리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투어상품의 또 다른 특징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프라이빗 제트기로 이동해 여행 시간을 단축하거나 일반인들이 찾기 힘든 비경, 축제 및 이벤트 특별 좌석 제공 그리고 일등석 항공기 좌석까지 여행 여정을 특별하게 보낼 수 있도록 짜여졌다.

1000만원대 럭셔리 버스 투어 상품도 나왔다. 일본 관광업체 한큐교통이 지난 4월 출시한 상품으로 12일 동안 일본 주요 관광지를 여행하는 상품이다. 한큐교통은 부유층 전용 예약 건수가 증가하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럭셔리 버스투어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45인승 버스를 18인승으로 개조했다. 뒷좌석에 사람이 있어도 140도까지 좌석을 젖힐 수 있도록 만들어 좌석을 줄인 만큼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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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침대열차 ‘트레인 스위트 시키시마’ 라운지 내부 모습. (사진=JR동일본)

 

철도회사들도 부유층 시니어를 잡기 위해 나섰다. 2017년 일본에선 3박4일 요금이 900만원대인 침대열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JR동·서 일본에서 2017년부터 ‘트레인 스위트 시키시마’와 ‘트와일라이트 익스프레스 미즈카제’라는 럭셔리 5성급 관광열차를 각각 배치해 운행하고 있다.

객실은 모두 스위트룸으로 등급에 따라 3가지로 나뉜다. 최상급인 ‘시키시마 스위트’는 복층형이다. 1층은 침실, 2층은 고타쓰(난방장치가 있는 일본식 탁자)가 놓여있는 거실이다.

나가노현산 히노키(편백나무)를 활용한 욕실부터 라운지로 활용하는 전용칸, 고급 소파와 양탄자로 장식돼 호텔 라운지의 느낌을 만끽하면서 창밖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게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승객들은 식당칸에서 지나가는 지역의 계절 특산 식재료를 사용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여행요금이 최저 1인당 ‘50만엔(약 500만원)’이상 고급 상품이지만 예약이 어려울 정도로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럭셔리 크루즈 상품도 시니어들이 선호하는 상품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일본 대형 해운사인 닛폰유센은 기존 운영 중인 호화 여객선 ‘아스카2’에 추가로 2020년 약 6000억원을 들여 신형 초호화 여객선을 건조할 예정이다. ‘아스카2’와 함께 크루즈 2척을 상시 운용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 마음까지 사로 잡는 백화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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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고급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백화점들도 시니어 아지트를 만드는 등 시니어의 지갑을 열기 위한 그들만의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일본 게이오백화점이다. 이 곳은 시니어들 발길을 사로 잡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백화점에선 노인들이 휠체어나 지팡이를 짚고 쇼핑을 하는 풍경이 낯설지 않을 정도다. 1개 층 전체를 시니어 전용매장으로 꾸며져 있고, 매장의 계단 손잡이와 의자들도 고령자에 맞춰 낮은 높이로 맞추고 상품명 등도 큰 글씨로 표시했다.

뿐만 아니다. 이 곳은 물건을 팦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해서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 주는데도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에 점원들도 50대 이상 중년 여성으로 배치돼 있다. 이 때문인지 50대 이상 고객 매출이 전체의 86%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이중 65세 이상 고령 고객이 60%나 된다.

게이오백화점 뿐 아니라 최근엔 시니어 맞춤형 백화점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미쓰코시 이세탄 백화점은 여성 시니어들을 대상으로 한 자체 브랜드를 선보였고, 다이마루 마츠자카야 백화점은 시니어 전용층을 설치하는 등 부유층 시니어들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에서 순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을 보유한 세대가 최근 4년간 26%나 늘어났다. 전체 가계금융자산의 절반 이상을 시니어들이 차지하는 일본에선 이들이 소비를 이끌어 가고 있는 주역이 되고 있는 셈이다.

최근엔 시니어 부유층이 두터워지면서 높은 가격으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가격을 올리는 해외 명품 브랜드까지도 생겨날 정도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는 지난 4월부터 일본에서 판매하는 170종의 와인 판매가격을 2~10% 인상했고, 패션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는 지난 2월 ‘버킨백’ 등 주요 제품을 평균 4%씩 인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명이 늘면서 고수입을 유지하는 시니어층이 늘고 있어 이들의 존재감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며 “부(富)가 상당부분 노년층에 편중된 것이 일본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부유한 노년층의 소비를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 현재 일본의 모습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채현주 기자 183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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