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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서민 금융애로 제대로 해소해야

입력 2020-01-08 13:51
신문게재 2020-01-09 19면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꽤 오래전부터 한계채무자, 다중채무자, 금융소외 같은 용어가 일반명사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동안 신용불량자라는 용어가 회자됐지만 2005년부터는 금융채무불이행자로 대체됐다. 1997년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대란 으로 인한 금융상황의 급변이 불러 온 개념이자 우리 사회의 금융현상을 설명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지금은 이러한 금융현상의 대상 내지는 주체를 ‘서민금융’이라 표현하는데 어색하지 않다. 서민금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전에는 비슷한 용어로 소비자금융(consumer finance)이 있었다. 주로 소액 신용대출을 일컫는다. 금융상품 유형의 하나로 분류하는 개념이었다. 소액의 급전수요는 여전한데 그 공급이 여러 사정으로 제한되면서 서민들의 금융애로가 확대되자 금융상품의 관점이 아닌 금융애로의 해소 측면에서 서민금융이란 개념이 폭넓게 자리 잡게 됐다.

서민금융의 정의는 명확하게 정립돼있지 않지만 저신용·저소득계층의 금융수요를 충족시키는 영역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민금융이 회자되고 관심을 모으는 것은 단순히 금융애로 측면만이 아니라 가정의 해체나 사회 병리에까지 이르게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개인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것인지 독점업종의 시장실패로 인한 것인지를 따지기 이전에 채무불이행에 대해 금융기관의 충분치 못한 심사결과도 한 원인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의 다양한 정책금융상품이 일정부분 서민금융 영역에서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상품 공급자 입장에서 수요자 입장으로 정책의 관점이 전환돼 상담기능을 통한 개별 맞춤해법을 도출하려는 시도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채무감면이나 급전의 공급만으로 재기에 이르는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한 방법이 무소용이라는 것은 아니다. 결국은 과중한 채무상태에서 벗어나 상위 계층으로 도약하게끔 하기 위해서는 개인별 맞춤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예산을 투입해서라도 부채정리, 재무설계 전문 인력의 확충 등을 통한 상담기능 강화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다. 뿌리가 허약한 나무는 바람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또한 서민금융에 특화된 연구기능 강화가 필요하다. 서민금융은 비록 금융의 영역이라 해도 접근방법이나 해법에 있어서 복지의 측면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계량적 금융공학 측면에서 접근해서는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는다. 시장 또는 기존 금융권과는 다른 특성을 가진다. 따라서 시장을 이해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은 서민금융 영역에서 필수적이며 복잡다단(複雜多端)한 공식을 풀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알파고도 풀기가 어려운 영역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은행, 증권, 보험 등 모든 금융의 영역이 값비싼 연구기능을 품고 있지만 서민금융은 가난한 시장이라 그런지 외면하고 있는 듯 해 못내 씁쓸하다. 경제적 문제를 잘 대처해 사회적문제로 비화되지 않도록 막아야만 사회적비용도 절감할 수 있으며 우리 모두 더불어 사는 공존·공영의 아름다운 경자년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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