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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이 시국에 '다크'한 영화가 부담스럽다면… 의외로 '다크 워터스' 볼만하네!

실화에 기초한 거대한 음모에 내가 사는 사회 되돌아보게 만들어
팀 로빈스, 앤 해서웨이,마크 러팔로등 사회적 목소리 내는 할리우드 스타들 총출동

입력 2020-03-12 07:00   수정 2020-03-11 13:46
신문게재 2020-03-12 13면

다크워터스
미국 로펌내의 기싸움을 보는것도 ‘다크 워터스’의 또다른 재미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획실히 미국적이다. 거대 기업의 비리에 맞서는 변호사의 이야기는 새로울 게 없지만 ‘3명 중 1’명이 변호사인 미국에서 ‘다크 워터스’가 주는 교훈은 남다르다. 우연히 환경오염의 주범을 알게 된 싱글맘이 변호사의 조수로 미국 역사상 최대의 전쟁을 시작했던 ‘에린 브로코비치’의 실화는 줄리아 로버츠에게 제73회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마침 환경문제에 대한 이슈가 전세계적으로 시작됐고 개인과 대기업의 싸움이 영화적 소재로 흔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다크 워터스’의 빌럿(마크 러팔로)은 변호사지만 시골 출신에 알아주는 로스쿨도  나오지 않았다. 동료들이 농담으로 “클래식 카를 수집하냐?”고 할 정도로 고물차를 몰고 다닌다. 하지만 환경문제에 있어서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는 변호사로서 착실히 경력을 쌓아나간다. 

 

표면적으로 그는 대중의 적인 셈이다. 법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다는 기업의 입장을 개인에게 전달하는 게 그의 일이다. 고등학교 때까지 10번의 이사를 다녔던 유년 시절을 겪었기에 그는 정식적으로 고용된 로펌에서 가장 오래, 또 성실히 일하는 변호사‘였다’. 극의 시작은 그런 유년 시절에도 매년 잊지않고 찾아갔던 외할머니의 지인의 방문이다.  발을 끊은 지는 오래 됐지만 그 지역의 이웃에게 자신의 손자가 ‘환경 변호사’인 것을 귀띔한 것. 평생 농부이자 목장을 운영한 노년의 남자는 언젠가부터 떼죽음을 당한 190여 마리의 소에 대해 FBI와 경찰, 지역 변호사까지 모두 찾아갔지만 형식적인 말 뿐이었다. 그 초로의 농부에게 빌럿은 유일한 동아줄이었다.

 

빌럿은 냉철하게 그를 돌려보낸다. 하지만 그가 증거품으로 들고 온 비디오 테이프에는 각종 장기가 부어서 죽은 소와 치아가 검게 변색된 동네 아이들 그리고 고환암, 갑상선 장애를 비롯해 각종 질환으로 고통받는 이웃들이 있었다. ‘다크 워터스’의 재미는 철저히 미국식 조롱과 비난, 야유가 교차된다는 데 있다. 처음에는 거창한 싸움이 아니었다. 세계 최대의 화학기업 듀폰은 유일하게 그의 로펌과 계약하지 않았고 농부의 소동을 전달하며 ‘그러게 조심 좀 하지 그랬어’라는 같은 부류의 경고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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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흡입력있게 풀어낸 영화 ‘다크 워터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소속은 달랐지만 서로의 이름을 편히 부를 정도였던 듀폰과 빌럿의 사이는 정식으로 고소장이 오가고 듀폰이 환경보고서를 요청하는 빌럿에게 창고 한 가득 분량의 자료를 보내면서 틀어지기 시작한다. 그 자료는 지난 50년간의 것으로 뒤죽박죽 섞인 채였다. 그야 말로 ‘빅 엿’을 먹은 뒤 마음을 고쳐먹은 빌럿은 모든 서류들을 분류하고 검토한다. 그 사이 세월은 흘러 세 아들은 이미 10대가 됐고 가정사도 평탄하지 않다. ‘다크 워터스’는 제대로 늪에 빠진 한 남자를 통해 정의를 위해 방관되는 가족의 상처도 묵과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독성 폐기물질(PFOA)을 알면서도 묵인해 왔던 듀폰의 비리가 밝혀지면서 끝날 것 같지만 이 영화,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사건을 파헤칠수록 이 물질이 눌러 붙지 않는 프라이팬부터 콘택트렌즈, 아기 매트를 비롯해 각종 세제까지 안 쓰이는 곳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물과 공기 그리고 대기층으로 흡수된 화학성분이 지난 세월 동안 단순히 지역오염을 넘어 인간 99% 이상의 혈액에 섞여 있다는 게 ‘다크 워터스’가 관객에게 던지는 묵직한 주제다.

 

“올릭픽경기가 열리는 크기의 대형 수영장에 독 한 방울이 떨어진 것.” 극 중 대사처럼 듀폰은 각종 암과 기형아 출산을 하는 고용인들을 ‘수용체’로 표현하기도 한다. 영화는 기업이 8000억원의 보상금 배상 편결을 받고 아직도 소송이 현재진형형임을 강조하며 끝을 맺는다. 

 

‘어벤져스’의 헐크 역할로 국내에 인지도가 높은 마크 러팔로가 연기하는 변호사 역할은 꽤 설득력 있다. 자신의 필모그래피에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다룬 ‘스포트라이트’(2016)이 있는만큼 배우의 남다른 애정도 신마다 엿보인다. ‘같은 물’에서 싸워야 하는 와중에 빌럿이 속한 로펌 대표로 짧고 굵게 등장하는 팀 로빈스의 존재감도 남다르다. 그는 미국을 대표하는 회사와 싸워 이긴 전례가 없다며 말리는 이사회와 동료들에게 “미필적 고의와 부패에 관한 증거를 읽고서도 방관하니까 변호사들이 미움을 받는 것”이라면서 “적어도 미국의 기업이라면 이것보다 나아야 한다는 그렇지 않은 기업은 우리가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고 은근히 정의에 맞서면서 동시에 미국의 우월함을 내세운다. 어쨌거나 이들은 금전적인 보상이라도 받았다. 하지만 한국은 어떤가.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라는 이유만으로 혹은 그 뒤에서 여전히 묵과하는 우리의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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