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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문재인, 한국에 재앙> 무토 마사토시

입력 2020-04-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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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여름에 일본에서 출간되었다가 최근에 국내에 소개된 책이다. 저자는 일본 외무성 출신으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주한 일본대사관 특명대사로 한국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다. 이제까지 한국에 관해 두 권의 책을 썼는데, 그 첫 편이 ‘한국인으로 태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일국의 대통령인 문재인 대통령을 아예 ‘재앙’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곳곳에 심한 표현들이 많아 ‘혐한(嫌韓) 서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만 하다. 저자는 문 대통령이 ‘우방’이던 일본을 ‘적국’으로 찢어놓았으며, 자유와 민주주의라는 소중한 가치를 중대한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을 잘 안다는 일본인이 보는 대한민국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시각이 거북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이런 수위의 책이 국내에서 출간되어 교보문고 정치 서적 부문 베스트셀러 10위에 이름을 올리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 일까 생각하게 만든다.





* 문재인 정부의 다섯 가지 특징? - 저자는 첫째, 현실 무시를 든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무시해 버린다는 것이다. 둘째, 한 입으로 두 말하기다. 같은 행위나 실패에 대해 대통령이나 정권측이 하는 것에는 관대하고, 전 정권이나 야당이 잘못하면 비판한다며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한다. 셋째, 무오류와 변명이다. 잘못이나 책임을 인정하려는 마음이 없고 오히려 고집을 부린다고 말한다. 넷째, 국익 무시다. 국익을 위한 정책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진보 정권의 지속성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한다. 다섯째, 무위무책(無爲無策)이다. 한국 외교의 무위무책으로 인해 이미 남북문제와 한미문제, 한일관계, 그리고 경제 등 모든 면에서 사방팔방으로 막힌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자는 문 정부가 행정 경험도 없고 식견도 없는 정치운동권 출신들이 논공행상처럼 국가기관이나 외곽단체의 장을 맡아 행정을 지배하고 있다며 ‘아마추어 정권’이라고 비판한다.

* ‘비판 세력=친일’? - 현 정부나 그 지지자를 공산주의자, 빨갱이로 비판하는 세력은 예전에 독립운동을 탄압한 일본과 같으며 빨리 청산해야 하는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비판한다. 대통령의 역할은 국민의 화합이라고 강조하고 자신에게 투표한 사람도, 하지 않은 사람도 통합하겠다고 선언했음에도 취임하자마자 적폐청산을 내정의 가장 중요사항으로 삼아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고 따진다.

* 한미 중재가 아니라 김정은 빵셔틀? -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스스로를 중개자라며 사실은 김정은의 빵 셔틀 역할을 했다”고 거친 표현도 서슴치 않는다. 미국을 속였을 뿐만아니라 북한의 의도를 잘못 전달함으로써 하노이까지 불러들인 김정은도 속인 셈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한반도 운전자라고 했지만 유갑스럽게도 그들이 준비한 차량은 고물이었고 외장만 고급차로 보였을 뿐”이라며 “운전석에서 핸들을 잡고 있는 사람도 말하자면 무면허”라고 혹평한다.

* 마카롱 대통령 공동성명서 나타난 외교부문 총체적 난국 - 문 대통령은 2018년 10월 프랑스 마카롱 대통령을 만나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 완화를 호소하려 했다. 하지만 회담 후 공동성명은 우리 외교에 치욕을 안겨주었다고 저자는 혹평한다. 마크롱은 미국이 제시하는 것 이상으로 강경한 CVID이어야 한다며, 이 용어 자체를 공동선언에 넣었다. 기자회견에서도 이 용어를 사용해 우리 측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입장이 달랐다면 좀 더 원만하게 끝내는 것이 외교의 기본인데, 또다시 아마추어 외교가 스스로의 무능함을 노출시킨 셈이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상대국이 유엔 안보리 이사국이었는데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다고 말한다.

* 북한 인권문제에 침묵 일관하는 인권변호사 출신 대통령 - 본래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 대통령이 왜 북한의 인권 침해에 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문 대통령에게 인권은 결국 자신에게 유리할 때에만 꺼내드는 카워드라고 비판한다.

* 미국은 우리가 북한에 정보 줄까 의심할 정도 - 저자는 한국 외교안보팀이 전문성이 부족해 미국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미국은 문 정권과 북한과의 유착을 보고, 한국과 허심탄회하게 의사소통을 하면 북측에 정보가 새어버릴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듯 하다고 전한다.

* 군은 청산할 적폐 대상? - 군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태도는 ‘적대시’라고 할만큼 엄중하다고 저자는 평가한다. 국군기무사가 박근혜정권 말기에 촛불집회에 대해 계엄령을 검토한 것, 사령부가 세월호 희생자 및 행불자 가족의 동향 등을 조사한 것 등을 이유로 군을 청산해야만 하는 적폐 대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를 통해 군의 지배도 노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정경두 국방장관의 경우 천안함 사건을 포함한 일련의 사건을 ‘바람직하지 않은 남북간 충돌’이라고 말해 비판받았던 인물이라며, 나라를 지켜야 할 입장의 국방부 장관에 ‘친북 인사’를 임명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 최악의 경제정책 소득주도성장 -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 저소득층의 소득을 올리면 소비가 늘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이론은 부두 경제학(Voodoo Economics) 그 자체라며 비판한다. 이런 정책을 취하려면 증가하는 임금 지불을 가능하게 하는 생산성 향상이 동반되어야 하며 특히 기업의 투자확대가 필수인데 문재인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오히려 원자력 발전을 중단시켜 전력 코스트를 올리는 등 역행하는 정책을 취했다고 전한다. 저자는 성과가 없자 이 정책을 주도했던 장하성-김수현 정책실장을 경질하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후임으로 내세웠지만, “소득주도성장을 재벌때리기로 바꿔치기할 심산”이라고 비판한다.

* 점점 그리스화 되어가는 한국 경제 - 2019년 5월에 전국의 버스 운전기사들이 주 52시간 노동제에 반대해 총파업을 계획하자 정부와 지자체는 보조금 확대와 운임 인상으로 대처했다. 결국 파업은 피했으나 해결 수단은 공적자금 투입이며, 결국 부담은 국민들의 몫이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문재인 정권 2년으로 이미 일자리 예산 등으로 52조원을 퍼부었지만, 결국 이듬해 총선 표를 돈으로 사는 셈이라고 일갈한다. 2018년 전 세계가 호황일 때 유독 한국만 미신 같은 경제정책으로 동력을 잃었다며, 이는 경제를 이해하지 못하고 정치운동가만을 요직에 앉힌 문재인 정권의 분배 편중, 포퓰리즘 정책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 일본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의 노조문제 - 일본사람들은 합리성을 감안않고 오로지 권리 확장을 요구하는 한국의 노동조합이 왜 존재하는 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미 1인당 GDP가 3만 달러가 넘어 선진국이 된 한국에서 왜 이토록 노조가 힘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저자는 그 최대 이유를 보슈와 진보의 교체가 계속되어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로를 공격하며 전근대적인 대립이 꼬리에 고리를 물고 있다고 지적.

* 문 대통령에게 골칫거리가 된 민주노총 - 민주노총은 촛불시위를 달군 공로자 의식으로 청구서를 내밀며 지불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그러면서 한국이 가까운 장래에 노조 문제를 정리할 시기가 오지 않을 까 생각한다고 말한다.

* 전근대적 임금-가신 구조의 한국 재벌들 - 한국에서는 전문경영인 체제가 정착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마치 신분제처럼 넘을 수 없는 선이 있어 임금님과 가신의 관계 그 자체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오너가 경영에 능숙하지 않거나 혹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전문경영인들에게 경영을 맡겨야 하며, 또 무슨 일이 있어도 재능 없는 친족들을 요직에 앉혀선 안된다고 충고한다. 그러면서 재벌개혁은 문재인 정부가 밀어붙이고 있는 ‘경영에 노조를 참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경영을 근대화시켜 전문경영자가 경영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재벌들도 현재 받고 있는 비판의 일부는 재벌 자신이 자성해 완화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한다.

* 보수가 해야 할 일 - 저자는 가장 중요한 것이 보수 내부에서의 자잘한 다툼을 일단 보류하고 ‘자유와 번영’을 지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음으로, 보수 진영의 반성과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보통 국민 혹은 무당파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한다. 현 정권에서 제외된 유능한 관료들을 간접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고 조언한다.

* 문재인 대통령에게 비라는 것 - 저자는 “비판하기만 하고 원한을 증폭시키는 것은 삼류 정치의 전형”이라며 문 대통령이 선거 당시 약속했던 통합과 포용의 정치를 보여달라고 주문한다. 아울러 과거의 선입견으로만 일본을 대하지 말고, 사실과 가치를 제대로 간파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유연함을 가져달라고 당부한다. 한국인들이 흔히 일본인들에게 역사를 공부하라고 하는데, 한국도 포스코 건설에 신일본제철이 아낌없이 자금과 기술을 제공했던 것처럼 일본이 전후 한국 경제발전에 이바지한 역사를 제대로 평가해 달라고 말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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