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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치타 혹은 김은영'… 일과 사랑을 그대 품 안에

[人더컬처] 영화 '초미의 관심사' 김은영, 뮤지션 치타의 DNA녹여 배우로서 매력 선보여
문화의 다양성, 표용, 차별 등 경쾌한 연출로 녹여낸 수작

입력 2020-05-25 17:00
신문게재 2020-05-26 11면

초미의 관심사 김은영 치타
래퍼 치타로 활동해 온 김은영이 영화 ‘초미의 관심사’를 통해 배우로 변신했다.(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이태원에서 엄마는 ‘알아주는 딴따라’였다. 중학교 때 나를 낳고 끊임없이 남자를 갈아치웠(?)다. 터울이 많이 나는 여동생이 집에서 배울 거라곤 없어보였다. 일년 전 집을 나와 우리집에 와 있다 고시원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엄마가 찾아왔다. 며칠 전 동생이 가겟세를 들고 튀었고 뒤늦게 자신의 비상금마저 가져갔다는 걸 알았다.



‘최악의 하루’. 오는 27일 개봉하는 영화 ‘초미의 관심사’를 정의하는 문장은 이렇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이태원에서 ‘블루’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순덕(김은영)이 겪는 하룻밤 해프닝이다. 순덕은 스스로도 중학교 시절 가출했고 지금껏 부모 없이 잘 살아왔다고 자부했건만 엄마(조민수)가 동생을 찾으러 다니는 모습이 영 낯설다. 자신이 나갔을 때도 이렇게 애타게 찾았을까.  

 

초미의 관심사
직접 OST를 맡아 노래까지 소화한 김은영은 신인으로서는 남다른 연기력으로 시종일관 스크린을 압도한다.(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정작 모범생인 줄 알았던 여동생은 은밀히 몸에 타투를 새기고 남자와의 문제도 복잡한 것 같다. 가족이라도 꼭 닮으란 법은 없다. 그렇다 해도 이 세 모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저 역시 10년 만에 엄마와 합가(?)를 한 경험이 있어요. 지금도 같이 살고 있지만 처음엔 정말 낯설고 힘들었죠. 지금 생각하면 엄마는 갱년기의 시작이었고 저 역시 데뷔 후 자리를 막 잡기 시작할 때여서 예민했던 것 같아요. 부모님의 반응이요? 이모들과 보고는 ‘한바탕 웃으셨다’고 볼 때 마다 새롭다고 항상 얘기하세요.”

극 중 순덕은 재즈보컬리스트다. 싱어송라이터이자 언더그라운드 밴드에서는 서로 모셔가려고 하는 실력파다.

젠더와 인종의 경계가 모호한 이태원을 배경으로 ‘초미의 관심사’는 그렇게 사회의 언더독(약자)이 가진 연대와 차별 그리고 공존을 이야기한다.

시작은 가수 치타의 음악에서 출발했다. 평소 친분이 있던 영화 관계자가 우연히 치타의 음악을 들었고 거기서 영감을 얻어 시나리오를 썼노라고 근황을 전했다. 처음에는 OST정도로 힘을 보태려고 했으나 내친김에 주연까지 제안받았다.

“배우 출신 감독님에게 연출을 맡겼다고 하더라고요. 미팅장소에 나갔는데 한눈에 반했죠. 주량이 약한 편은 아닌데 한병에 취기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어요. 집에 데려다 준다는 낯선 남자는 별로인데 감독님이 저를 귀가 시켜주면서 ‘내일 영화 보러 갈래요?’하는 거예요. 그렇게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연인으로 발전했죠.” 

 

연출을 맡은 남연우 감독과는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연애의 달달함을 공개과시 중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큼은 배우와 감독의 선을 확실히 긋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았다. 김은영은 “감독님께 ‘이럴 땐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어도 따로 디렉션을 주지 않았다”면서 “지나가는 말이라도 ‘네가 순덕이라면 어떨 것 같아?’ 할 수도 있는데 시나리오만 보고 또 보라시더라”며 수줍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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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통해 만난 남연우 감독과는 현재 목하열애 중인 김은영.(사진제공=㈜트리플픽쳐스)

 

뮤지션으로는 치타라는 강렬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만 배우 김은영은 ‘초미의 관심사’에서 겉만 센 척하는 순덕 역할을 천연덕스럽게 연기한다. 주변을 잘 챙기고 정 많은 ‘츤데레 스타일’로 귀에 감기는 음악까지 찰떡같이 소화한다. 

 

그는 “음악이 혼자서 치열하게 쥐어 짜내는 분위기가 강하다면 영화는 분업화된 팀워크가 남다르더라”면서 “색다른 경험이었고 기회가 되면 또 하고 싶은 분야”라고 속내를 비췄다.

“언제나 아티스트를 꿈꿔 왔어요. 래퍼, 뮤지션으로의 치타도 좋지만 체질적으로 뭔가를 규정짓지 않고 도전하는 걸 즐겨하는 편이예요. ‘초미의 관심사’는 다양성에 대한 표용을 이야기하는 영화라 제 취향에도 맞았고요. 일과 사랑을 다 잡았다고요? 원래 욕심이 많다니까요.하하”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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