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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시진핑의 절대권력을 부러워한다

‘흑인시위 군투입’ 대응과 ‘절대권력’ 동경의 상관관계

입력 2020-06-04 13:00
신문게재 2020-06-04 11면

APTOPIX Trump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연합)

 

최근 ‘중국 때리기’에 몰두하고 있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그는 중국의 ‘기술굴기’ 대표주자인 화웨이를 고사시키는 반도체 제재를 비롯해 G7에는 한국 등 4개국을 추가로 초청하며 반(反)중국 연대를 추진하고 있다.



트럼프발(發) 대중국 공세는 오는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점점 거칠어지는 추세다. “중국, 마음에 안 든다”며 연일 강공을 펼치는 트럼프이지만 실은 그도 중국에 부러움을 느끼는 것이 있다. 바로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習近平)의 ‘절대권력’이다.

백인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일부 폭력사태로 번지자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트위터에서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 시작”이라고 말해 거센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이 발언은 지난 1967년 흑인시위에 대해 폭력성 보복을 선언한 당시 마이애미 경찰서장이 만든 문구로, 흑인 시위사태를 더 부채질한다는 비난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트럼프는 시위현장의 총격 사건을 두고 한 말이었다며 해명했지만, 무력진압을 지지하는 그의 태도는 바뀌지 않았다.

 

'흑인 사망' 시위 진압 준비하는 미국 경찰ㆍ주방위군
2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 주 애틀랜타에서 통행금지령이 내려진 이후에도 ‘흑인 사망’ 시위가 이어지자 경찰과 주방위군이 진압 준비를 하고 있다. (EPA=연합)

 

시위가 계속 이어지고 주말인 지난 29일엔 시위대가 백악관 앞으로 모여들자 안전한 지하 벙커로 잠시 피신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그 후 월요일인 1일 주지사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시위를) 제압하지 못하면 얼간이”라며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당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는 폭력시위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군부대를 투입할 수 있다며 무력진압 가능성마저 시사했다.

이를 놓고 미국의 일부 역사학자와 정치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점점 독재국가 지도자의 것을 닮아가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항의하는 시민의 목소리에 재갈을 물리려고 군대를 내보내는 것은 독재자들이 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사실 돌이켜보면 트럼프는 이전부터 ‘힘’(power)과 ‘절대권력’에 대한 일종의 ‘동경심’ 같은 게 있었다.

 

CHINA GOVERNMENT CONGRESS NPC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EPA=연합)

 

CNN에 따르면 지난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은 기금마련을 위한 비공개 오찬행사에서 시진핑 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케 하는 헌법 개정 추진을 놓고 “시 주석은 이제 ‘종신 대통령’이다”라며 “훌륭하다. 그가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언젠가 (연임 제한 철폐를) 시도해봐야 할지 모른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과 지지율 하락 등 안팎으로 시달리고 있었다. 세계 최강 미국에서 최고 권력의 자리에 올랐어도 언론과 야당의 비판 공세와 스캔들을 향한 수사의 칼날에 바람 잘날 없이 부대끼면서 절대권력에 대한 갈증을 더욱 느끼게 되지 않았을까.

그런 그는 지난 2019년 6월 ‘말 안 듣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하를 노골적으로 압박하면서, 본인 트위터 계정에서 “시진핑 주석은 ‘중국 연준’(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수장이라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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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9년 6월 9일 중국 인민해방군 탱크들이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 배치돼 있는 모습. 그해 6월 4일 민주화를 요구하며 천안문 광장에서 연좌시위를 벌이던 학생과 시민들을 탱크와 장갑차로 해산시키면서 발포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AFP)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보다 분명하게 권력에 대한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사례가 있다. 1989년 6월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비무장의 민주화 시위대를 군대가 무력으로 진압해 많은 희생자가 나왔을 때, 당시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던 트럼프는 “중국의 힘”이라고 칭찬했다.

그는 “중국 학생들이 천안문 광장에 쏟아져 나왔을 때 중국 정부는 이들을 거의 날려버렸다. 그들은 잔인했고 끔찍했지만 힘으로 진압했다”며 “그것은 ‘중국의 힘’을 보여준다. 현재 우리나라(미국)는 전 세계가 침을 뱉을 정도로 나약하다(weak)”고 1990년 3월 플레이보이지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그가 과거 천안문 사태 때 미국을 비판하며 썼던 ‘나약하다’라는 표현은 30년 후 미국에서 일어난 흑인사망 항의시위 사태에서 주지사들에게도 그대로 쓰였다. “여러분 대부분은 나약하다(weak)!”

‘부동산재벌 트럼프’가 과거 중국 천안문 사태를 보며 ‘중국의 힘’이라고 칭찬했던 것은 ‘대통령 트럼프’의 ‘미국식 독재’를 알리는 한편의 예고편과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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