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전체보기

닫기
더보기닫기

[조은별 기자의 K엔터+] 올해 대중문화계를 빛낸 ‘브릿지 스타상’

입력 2021-12-14 18:30
신문게재 2021-12-15 11면

KEnterStarUntitled-1

 

시상식의 계절이 돌아왔다. 각 방송사마다 한해를 잘 마무리 했다는 의미로 자사 출연진들에게 상을 주곤 하지만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권이 넓어진 만큼 ‘그들만의 리그’는 의미가 없을 듯하다. 그래서 ‘브릿지경제’가 엄선한 ‘브릿지 대중문화 시상식’을 개최했다.   

 

지극히 주관적인 이 시상식은 예상 가능한 인물에게 예상 밖의 상을 줬다는 데 의의가 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힘겨웠던 2021년, 시청자들에게 힐링을 안긴 대중문화계 빛나는 별들을 위해 이 상을 수여한다.

 

 

◇ ‘국격높임상’ 방탄소년단 

 

2021121301010007181
그룹 방탄소년단 (사진제공=빅히트뮤직)

 

이제 방탄소년단에게 ‘K팝 스타’란 말은 무의미할 듯하다. 하지만 이들을 빼놓고는 2021년의 국내 가요계와 세계 팝시장을 거론하기 힘들다. 2년째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여전히 전 세계가 고통받는 가운데 이들이 발표한 두 번째 영어 싱글 ‘버터’의 흥겨운 리듬은 코로나블루를 이겨내는 치유송으로 세계인을 위로했다. 수화댄스를 차용한 세 번째 영어싱글 ‘퍼미션 투 댄스’는 ‘위드 코로나’를 향한 희망가로 자리잡았다.   

 

북미 시장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곡들만 진입할 수 있는 ‘빌보드 핫100’ 최장기 1위 기록은 아무나 세울 수 있는 게 아니다. 영국의 슈퍼스타 콜드플레이와 에드시런은 방탄소년단과 협업을 위해 국내를 찾거나 협업 뒤 국내 시상식인 ‘2021 엠넷 아시안 뮤직어워드’(MAMA)에 영상 출연했다. 팝가수 메건 디 스탤리언은 방탄소년단과 협업을 위해 소속사와 소송도 불사했다. 이는 오롯이 방탄소년단이란 이름이 가진 힘 덕분이고 그 힘의 원천은 이들을 지지하는 팬덤 아미(ARMY)에게서 비롯됐다.



2021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트윗된 인물 1위기도 한 방탄소년단은 올해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AMA)에서 아시아 가수 최초로 대상인 ‘올해의 가수상’을 수상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 역사상 첫 매진 가수라는 기록을 써내려가며 팝계의 역사를 바꾸고 있다. 그리고 방탄소년단의 나라 한국에 대한 세계인의 호감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윤여정
배우 윤여정 (사진제공=후크엔터테인먼트)

◇ ‘70대 화양연화상’ 윤여정


인생의 화양연화는 언제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반짝반짝 빛나던 10대나 찬란했던 20대, 자신만만했던 30대 시절을 꼽곤 한다. 하지만 100세 시대의 삶은 길다. 

 

영화 ‘미나리’로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은 칠순 여배우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널리 알린 장본인이다. 스마트한 언변과 유머 감각, 빼어난 매너는 윤여정이 평생에 걸쳐 가꿔 온 몸가짐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의 삶에 꽃길만 펼쳐졌던 것도 아니다. 결혼과 이민 그리고 이혼으로 이어진 그의 젊은 날은 가시밭길이라 해도 무방하다. 

 

플로리다 피터즈버그의 슈퍼마켓에서 시급 2.75달러를 받으며 생계를 꾸렸다. 두 아들의 손을 잡고 한국에 돌아와 ‘새끼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MBC ‘베스트셀러극장-고깔’ 편으로 복귀했을 때는 “왜 이혼한 여자를 TV에 출연시키느냐”는 시청자들의 원성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윤여정은 굴하지 않고 꾸준히 작품에 출연했다. 주말극의 자애로운 어머니부터 영화 ‘죽여주는 여자’의 몸 파는 여성이나 ‘바람난 가족’의 개성있는 할머니까지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것은 ‘미나리’의 성과로 이어졌다. 인생의 출발이 늦었다고 생각한다면, 이번 생은 망했다고 생각한다면 윤여정을 보라. 누군가의 화양연화는 70대에 펼쳐질 수도 있다.


◇‘자고 일어나니 월드스타상’ 오징어게임
 

still_04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의 한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됐다. 뻔한 표현이지만 ‘오징어게임’에 이토록 들어맞는 말이 또 있을까. 지난 9월 추석 연휴,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을 때만 해도 국내 여론은 이 난해한 시리즈물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데스게임’ 장르는 국내에서 이질적이라 여겼고 후반부의 한국식 신파는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전세계 시청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핑크 솔저’들은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1위, 나아가 넷플릭스 글로벌 1위라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전 세계 1억1100만 가구가 ‘오징어게임’을 시청하면서 넷플릭스도 약 9억 달러(약 1조원)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2021050301010000760
송중기(사진제공=하이스토리디앤씨)

세계적인 인기에 힘입어 주연배우들의 입지도 높아졌다. 새벽 역으로 출연한 모델 정호연은 첫 연기 도전작인 ‘오징어게임’으로 인스타그램 팔로워 2380만 명을 거느린 파워 인플루언서로 거듭났다.

 

국내 드라마 최초로 미국 ‘고담어워즈’와 ‘피플스 초이스 어워즈’ 등에서 수상했고 미국 방송영화비평가협회(BFCA)가 주관하는 제27회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에도 베스트 드라마 시리즈, 외국어 드라마상, 최우수 남자배우상(이정재) 후보에 올랐다. 그야말로 드라마계의 신데렐라 탄생이다.


◇‘누나들 안구정화상’ 송중기·이준호

 

되도록 공동수상은 지양하려고 했지만 이 부문만큼은 도저히 판가름이 나지 않았다. 상반기 ‘빈센조’의 송중기가 있다면 하반기에는 ‘옷소매 붉은 끝동’의 이준호가 있었다.

‘빈센조’는 이혼으로 얼룩진 배우 송중기의 화려한 복귀선언이었다. 시청자들은 소년같은 해맑은 얼굴로 사적복수를 행하는 이탈리아 마피아 ‘콘실리에리’(마피아 패밀리의 고문)에 열광했다. 인생의 쓴 맛을 본 덕인지 한층 무르익은 연기는 그의 외모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

 

무서울 정도로 냉철하다가도 뜨겁게 분노하는 빈센조의 연기는 오롯이 송중기여서 가능했다. 무엇보다 그의 잘생긴 얼굴이 화면을 가득 메울 때마다 수많은 여성시청자들은 탄성을 내지르곤 했다. 

 

90g70h6V24L6637693049158930304
'옷소매 붉은 끝동'의 이준호(사진제공=MBC)

‘비 닮은 꼴’로 불렸던 2PM 멤버도 일을 냈다. 이준호가 연기하는 ‘옷소매 붉은 끝동’의 정조 이산이 시청자들의 심장을 명중하면서 2PM의 히트곡 ‘우리집’처럼 집나간 시청자들을 TV 앞에 불러들인 것이다.  

 

늘 정적들에 둘러싸여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세손저하가 영리한 궁녀 성덕임 앞에서 까칠함을 내려놓는 모습에 안방 여심이 폭발했다. 연기력과 복근까지 갖춘 세손저하를 보기 위해 본방사수가 늘면서 ‘옷소매 붉은 끝동’은 경쟁작을 가뿐히 따돌리고 금토극 최강자로 자리잡았다. 만약 이준호가 연기대상까지 거머쥘 경우 ‘연기돌’ 최초 수상자가 될 전망이다.


◇ ‘K개저씨상’ 백현진
 

백현진 인터뷰
배우 백현진 (사진제공=웨이브)

 

SBS 드라마 ‘모범택시’, tvN 드라마 ‘해피니스’, 웨이브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의 공통점은? 배우 겸 가수, 화가인 백현진이다. 이 세편의 드라마에서 그는 기득권을 쥔 한국 중년남성의 ‘진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모범택시’에서 실존인물을 연상케 하는 비인도적인 웹하드 회사 회장 박양진 역으로 시청자들의 분노지수를 높였던 그는 ‘해피니스’에서 불륜, 살해, 감염병 전파까지 서슴지 않는 면허 취소 의사 오주형으로 ‘K개저씨’ 연기의 신기원을 열었다. 박양진이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악역이라면 면허가 취소된 의사 오주형은 지능적으로 뒷목을 잡게 하는 진상이다. 

 

그의 ‘K개저씨’ 연기의 정점은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의 장관남편 김성남이다. ‘유시민이 되고픈 잔잔바리’ 진보논객 김성남은 아내가 장관직에 발탁된 뒤 그나마 간간히 들어오던 일자리마저 끊기자 열등감이 폭발해 사고를 치고 만다. 약자 앞에서 끊임없이 지식을 자랑하지만 강자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지질함. 백현진은 미묘하게 다른 각 캐릭터의 결을 세심하게 표현해내며 ‘한 끝차’가 다른 ‘K개저씨’들을 만들어냈다.


◇ ‘짠내 미생상’ 정재영  

 

insanity_photo210624101814imbcdrama10
배우 정재영 (사진제공=MBC)

 

“회사가 전쟁터라면 밖은 지옥이다.”  

 

2014년 방송된 드라마 ‘미생’이 낳은 명대사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회사도 지옥이다. MBC 드라마 ‘미치지 않고서야’는 제목 그대로 정신줄을 놓은 채 ‘미치기 직전까지’ 회사에서 ‘존버’(X나게 버티기란 뜻의 속어)하는 40대 미생들의 사무실 분투기를 그렸다. 

 

극 중 공전을 나와 22년차 엔지니어 최반석을 연기한 정진영의 실감나는 짠내 연기는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한몫했다. 실제 설비 개발에 열중하는 엔지니어 연기를 위해 몸무게를 감량하는 것은 물론 논리에 약하고 무심한 말투, 체크무늬 셔츠에 청바지만 입은 모습으로 현실 속 엔지니어를 고스란히 TV로 옮겨놓았다. 시청률과 화제성이 높지는 않았지만 묵묵히 극의 중심을 지킨 정재영의 연기는 극 중 최반석의 기술력만큼 명품이었다.

조은별 기자 mulgae@viva100.com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이시각 주요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