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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똑똑한 육아대디라면… 아내와는 분담, 아이에겐 공감

[맘 with 베이비] K클래스 '슬기로운 아빠 육아'

입력 2022-12-06 07:00
신문게재 2022-12-06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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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피격 사건의 생존자이자 세 아이 아빠인 전준영 씨(사진 왼쪽부터)와 김혜준 (사)함께하는 아버지들 대표,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인 이정수 K클래스 대표 MC가 이빠 육아에 관해 속 깊고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프리미엄 임신·육아교실 ‘K클래스’가 지난 달 29일 광명시 청소년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됐다. ‘슬기로운 아빠 육아’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K클래스에서는 아빠 육아가 궁금한 부모들을 위해 30대와 40대, 50대 아빠가 자신의 육아담을 들려주며 소통하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두 아이를 키운 김혜준 (사)함께하는 아버지들 대표와 천안함 피격 사건 생존 장병이자 세 아이 아빠인 전준영 씨가 패널로 나와 역시 두 아이의 아빠인 이정수 K클래스 대표 MC와 깊고 유익한 대화를 나누었다. 

 

자신을 ‘주양육자’라고 밝힌 이정수 MC는 “우리는 자꾸 아이들에게 무얼 해 주려고 한다. 키즈 카페에서 아이가 잘 놀고 있는데 ‘이제 다른 데 가서 놀자’고 권한다. 내가 만족을 느끼는 육아 방식은 금새 지치게 된다”며 “육아는 마라톤”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혜준 대표는 “아빠의 역할과 가치는 엄마의 그것과 다르다”며 이른바 ‘아버지 효과’를 설명했다. 아빠가 자녀를 대할 때 모습이 자신의 가치관과 다르다고 해서 엄마가 아빠의 행동을 제약하거나 아빠 기를 죽인다면 결코 아이에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전준영 씨는 “우리 부부 역시 내가 아이와 노는 방식을 아내가 좋아하지 않아 다툼이 생겼었는데, 아예 역할을 분리해 육아했더니 부부 사이가 좋아졌다”고 전했다. 서로 육아 방식을 존중해 주자는 것이다.

세 사람은 이날 즉석 질문을 받고 조언을 전하는 시간도 가졌다. ‘육아에 참여하지 못해 아내에게 혼난다’는 한 아빠의 고민에 이정수 MC는 “가족은 상하 관계가 아니다. 부부가 의견이 다르면 대화하면 되는데 혼난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혜준 대표는 “아내와 대화하는 것을 겁내지 말라”고 조언했다. “‘아내에게 혼난다’라고 표현하지 말고 ‘욕 먹는다’라고 바꿔 보라”며 “그걸 두려워하지 말고 서로 조율하고 대화로 풀어 보라”라고 말했다.

전준영 씨는 “서로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내가 정리를 싫어해 내가 하고 대신 밥은 아내가 해 준다”며 “육아 역시 서로 잘할 수 있는 일을 분담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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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빠는 “엄마밖에 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다. 모유 수유하는 아내를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라고 물었다. 이에 이정수 MC는 “우선 아이가 모유수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며 자신은 수유패드 같은 것을 늘 가방에 챙겨 다녔다고 조언했다. 그러면 아내는 자신이 생각도 못한 것을 챙겨 줬다며 고마워하더란다. 그는 “아내를 신경 쓰고 돕고 있다는 걸 아내가 느낄 수 있도록 해 주면 좋다”며 “아내가 기뻐하면 그 모습을 보는 남편 역시 행복해질 것”이라고 웃었다.

‘주양육자의 양육법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질문도 있었다. 김혜준 대표는 “절대 현장에서 지적하면 안된다”고 조언했다. 부부가 술을 함께 할 기회가 생기면 허심탄회하게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이렇게 했는데 그걸 바라보는 내 마음이 조금 편치 않더라. 혹시 이렇게 고쳐 줄 수 있겠느냐”하고 제안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미도, 친구도 많은 남편을 육아에 참여하게 하고 싶다’는 육아맘의 고민 섞인 질문도 있었다. 전준영 씨는 자신의 아내가 그랬던 것처럼, 모임에 아이를 데리고 가게 해 보라고 권했다. 아이들은 평소 먹지 못하던 음식을 먹으니 즐거워하고 모두가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있으니 2차는 자연스럽게 불참하고 9시 이전에 집에 올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혜준 대표는 남편이 외출했던 날짜와 횟수, 그때 느낀 감정 등을 기록해 보라고 권했다. ‘당신이 언제 무슨 모임에 나간 뒤 나 혼자 남겨졌다. 무척 우울했다. 나도 내 시간을 갖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당신과 육아하며 보람을 느끼고 싶었다’는 식으로 자기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 이것이 공감적 대화의 프로세스라고 말했다.

이정수 MC는 아이를 아빠에게 무작정 맡기고 엄마도 외출해 볼 것을 권했다. 아이를 잘못 볼까 노심초사하겠지만, 아무리 서툰 아빠라도 아이를 잘못되게 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아빠도 ‘독박육아’를 한번 경험하고 나면 육아 실력도 늘고 이해심과 공감능력까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산후우울증으로 힘들어 하는 아내를 어떻게 달래줘야 하는 지를 묻는 질문도 이어졌다.

김혜준 대표는 “아내의 우울감을 줄여 주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 주라”고 강조했다. 아내에게 ‘나는 혼자가 아니구나. 남편이 나를 도와주려고 노력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주라는 것이다. 쉬는 날 아내와의 외출 등 방법을 생각해 실행에 옮겨 보면 큰 위로가 뒬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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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보다 아빠를 더 좋아하게 만들 비법’을 알려 달라는 질문도 나왔다. 전준영 씨는 “아이에게 용돈을 주는 대신 종종 온라인 게임 아이템을 ‘현질’ 해 준다”는 팁을 주었다. 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소소한 것인데도 아이가 크게 기뻐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작게나마 엄마는 모르는 아이와의 추억을 하나둘 쌓아 가라”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세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훈육’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이 들어왔다. 김혜준 대표는 “부모도 여전히 인격적 도덕적으로 미완성”이라며 “부모라는 이유로 훈육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부모라고 다 맞는 것도 아니니 굳이 뭔가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면서 “특정한 가치관이나 방향성을 제시하기 보다 대화와 공감이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부모의 특정한 가치관을 주입시키려 하지 말고, 아이가 바라는 게 무엇인지 대화하고 공감해 주라는 것이다.

이정수 MC 역시 훈육보다는 자녀가 따르고 싶은 부모부터 될 것을 권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새벽에 일어나 책도 읽고 글도 쓰는데, 아이들이 일어나자마자 보는 그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함께 책을 보게 되었다는 경험담을 전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은 기질대로 큰다. 여러분의 위치도 부모님이 만든 것이 아닌 것처럼.”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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