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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나의 스펙은 '엄마'… "워킹맘 '자녀 밥 걱정' 덜어드리죠"

[맘 with 베이비] 유병화 '마을도시락' 대표

입력 2022-12-13 07:05
신문게재 2022-12-13 13면

‘마을도시락’은 아이들의 건강한 식사권 보장을 위해 생겨난 기업이다. 경기도 안성을 기반으로 하는 이 사회적 기업은 단 한 명이라도 도시락이 필요한 아이가 있다면 기꺼이 배달한다. 마을도시락은 이끄는 유병화 대표는 2018년에 경기도 주민제안 사업의 일환으로 마을 맞벌이가정 아동의 점심식사를 해결하면서 이 사업에 발을 들였다. 이후 보다 지속가능한 방법은 없을까 고민을 거듭하다 (주) 마을도시락이 탄생했다. 2022년 10월에는 사회적기업 인증까지 받았다. 지금은 지역 내 여러 단체와 협업해 주변 이웃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병화 대표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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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화 '마을도시락' 대표



-본인 소개부터 간단히 부탁 드립니다.

“현재는 경기도 안성이 기반이지만, 전국에서 아이들의 건강한 식사권을 보장할 수 있는 아동 전문 먹거리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노력 중인 사회적기업 주식회사 마을도시락 대표 이사입니다.”





-마을도시락 사명을 지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어릴 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동네 이모나 언니 오빠들의 챙김을 많이 받으며 자랐습니다. 마을의 소중함을 직접 체험했지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런 마을의 따뜻함을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도시락’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사명을 ‘마을도시락’으로 지었습니다.”



-2018년 경기도 주민 제안 사업인 ‘마을공동체 밥상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이 마을도시락의 시작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는 결혼 뒤 살림과 육아에 전념했습니다. 건강한 밥상을 차려 아이들이 잘 먹으면 정말 뿌듯했습니다. 이웃 엄마가 워킹 맘이었는데 매일 아이들 밥 고민을 하더라고요. 문득 제가 어릴 때처럼 ‘우리 아이들 밥 고민을 마을 사람들이 다 함께 해결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을공동체 밥상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정말 보람이 컸습니다. 아이들이 밥 먹으러 와서 ‘이모 오늘은 뭐 먹어요?’ 하고 묻는 말에 힘을 얻었고, 방학이 끝난 뒤 ‘이모, 요즘은 왜 우리 맛있는 거 안 해 먹어요?’ 하고 물을 때 뭉클했죠. 또 워킹맘들이 ‘정말 돈 내고라도 먹고 싶어요’라고 했던 말에 ‘마을도시락’의 사업화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4년여 동안 이 일을 해 오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제가 일찍 결혼을 했어요. 경력 단절인 상태에서 아이들만 키우다 갑자기 사업을 시작하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쉬운 일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음식 관련 창업 경험도 없었기에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먹이고 싶은데 아이들은 그런 음식은 잘 안 먹지요. 제 욕심과 아이들 기호가 달라 초반에 고민이 무척 많았습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도 아이들이 먹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생각에 속상해 했어요. 이런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메뉴 개발 등에 노력했고 영양사와 조리사를 모셔서 함께 고민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많이 성장한 것 같습니다.”



-힘든 가운데에서 보람도 많이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가장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였나요.


“돌이켜보면 보람 있는 순간이 참 많았습니다. 한번은 반찬 배달을 받는 친구들이 용돈을 모아 저희에게 박카스를 선물한 적 있었어요. 그때 참 뿌듯했습니다. 선물도 고마웠지만 직원들이 그 선물에 기뻐하며 두고두고 이야기를 했거든요. 그런 직원들을 보며 더 감동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 싱싱한 재료로 맛난 음식을 만들어 아이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도록 하고 계십니다. 가장 인기가 많은 반찬이나 도시락은 무엇인가요.


“저희 도시락 중에 ‘소로보 도시락’이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안성의 돈육담짐육과 로컬계란을 공정무역 마스코바도로 저당설계된 맛 간장과 비벼 먹는 도시락인데, 이것이 가장 인기가 많은 시그니처 메뉴입니다. 이 도시락을 전국의 아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 속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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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화 '마을도시락' 대표


- 지난 해 제14회 산내들 푸른안성 환경축제에 참여해 ‘지구를 지키는 공정한 마을학교’ 행사를 운영하셨습니다. 행사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소감, 그리고 혹시 마을도시락이 지구를 지키는 데 동참하고 있는 활동이 있다면 소개해 주십시오.


“아이들의 건강한 식사권을 위해 일하는데 일회용품을 사용한다는 미안함이 있었습니다. 도시락 용기를 다회용기로 바꾸는 것을 고민하던 차에 이웃들과 이 행사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하루라도 즐겁게 지구를 지키는 일을 해 보자는 마음으로 참여했고, 행사 내내 즐거워하고 뿌듯해하는 이웃을 보며 저 역시 뿌듯했습니다. 이후에 제 작은 아이가 ‘엄마, 수업시간에 엄마가 한 그 행사를 선생님이 시민활동에 대한 사례로 소개했어요’ 하면서 기사로 난 걸 보여 주더라고요. 그때 쑥스러우면서도 조금이나마 이런 활동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계속 기획하고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방학 중 돌봄 교실 친구들에게 나가는 도시락을 일회용 대신 식판에 제공하는 활동을 진행했어요. 다시 한번 지구를 지키는 일을 실천하게 되었는데 사실 선생님들 입장에서 힘들 수 있는데 흔쾌히 함께들 해 주셨어요. 감사함을 담아 자체 표창장을 만들어 드리는 이벤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 마을도시락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최근 아동 간편식 도시락인 ‘호미요미’를 런칭했습니다. 전국 아이들이 건강하고 즐거운 한 끼를 먹을 수 있길 바라며 만들었습니다. 로컬 재료와 제철음식을 아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추가로 제품을 개발 중입니다. 함께 할 수 있는 체험을 연계하는 프로젝트도 준비 중입니다. 마을과 사람을 잇는 지속가능한 활동을 통해 아이들에게 건강한 미래를 선물한다는 비전을 갖고 여러 활동을 생각중입니다. 그 첫 프로젝트로, 소녀에서 숙녀로 첫 성장을 맞이한 아이들에게 안성 두레생협과 이너뷰연구소와 함께 초경파티를 열어 주었습니다. 초경기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어디에서 쉽게 꺼낼 수 없는 이야기였다며 함께 고민을 나누며 반겨 주셨습니다. 정기적으로 초경기 아이들을 위해 마을 사람들이 함께 축하해 주고 고민을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려 합니다. 또 몽정기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갱년기 남성을 위한 요리 워크숍 등 세대별로 함께할 수 있는 마을랩프로젝트 역시 내년에 진행하려고 합니다.”



- 엄마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경력단절여성들에게도 큰 힘이 되어 줄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저는 전문성이 부족하고 경력도 없이 사업을 시작했고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엄마’라는 제 이름이 제 경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엄마니까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엄마는 무엇이든 다 잘하는 사람이니까요. 그래서 저희 마을도시락의 강점은 엄마들이 엄마의 마음으로 도시락을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곳에서 무슨 일이든 엄마의 마음으로 생각하고 활동한다면 다 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 다 같이 파이팅합시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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