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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살길 막막한 미혼모 도와 아이 살리죠"

[맘 with 베이비] 양차민 마리에뜨 대표

입력 2022-12-20 07:00
신문게재 2022-12-2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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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마리에뜨’를 이끄는 양차민 대표는 미혼모의 자립을 돕는 것이 결국 아이를 살리고 가정을 지키는 길이라 믿는다.

 

‘마리에뜨’는 천연 디퓨저와 향기필터 샤워기, 생활용품을 제조·판매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자연에서 얻은 천연성분으로 만든 제품이라 품질이 좋고 특히 아토피 있는 아이의 엄마들에게 입소문이 나 있다. 제품 판매 수익금으로 미혼모 자립을 돕는데, 사실은 아기를 살리려는 목적이 더 크다. 버려지는 아기들이 없게, 엄마가 살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은 게 양 대표의 마음이다. 최근에는 ‘임팩트 인소셜 창업센터’를 세워 창업 멘토 역할도 자처하고 나섰다. 양차민 대표를 만나 창업 계기와 사업 철학 등을 들어보았다.

 

 

- 마리에뜨는 미혼모의 자립을 돕는 사회적 기업입니다. 마리에뜨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인지요.



“‘엄마의 마음’에서 ‘마’, ‘아기의 리듬’에서 ‘리’, ‘우리 에너지’에서 ‘에’, 그리고 ‘사랑의 뜨락’에서 ‘뜨’를 따 만든 조합어입니다. 생명을 지켜낸 그들의 선택을 존중하며 ‘우리 모두 사랑의 가정을 지키자’라는 의미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마리에뜨 생명 캠페인’도 만들고 싶습니다.”


- 미혼모들에게 물품을 줄 때, 홈페이지에서 직접 선택해 받을 수 있도록 한다고 들었습니다.

“기부는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으로 나뉘지요. 기부하는 사람은 줄 수 있는 걸 제공하는 권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받을 수 있는 걸 선택할 권리는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기부받는 사람 역시 선택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리에뜨 후원물품몰 홈페이지에 보면 다양한 물품들이 올려져 있습니다. 까페에서 인증코드를 받은 다음, 후원물품몰에서 원하는 물품을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하면 됩니다. 택배비용만 별도이고, 물품은 모두 무료입니다. 디자인이나 색깔, 품목이 다양해 원하는 것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 2016년부터 마리에뜨를 운영하며 크고 작은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언제 가장 힘들었고, 어떻게 극복하셨습니까.

“설립 2년 정도 됐을 때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나, 이 방향이 제대로 된 것인가’ 하는 고민이 들어 혼란스러웠는데, 그때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무렵 진흥원에서 해외 연수 기회를 주었습니다. 스웨덴과 핀란드에 가서 많은 사회적기업을 방문했는데, 특히 알코올중독자를 돕는 사회적기업을 만나 많은 노하우를 배웠습니다. 제가 하고 있거나 하려고 한 것, 실패할까 주저하는 것들을 이미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들도 설립한 지 25년이 되어서야 사업 기틀이 잡혔다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제가 2017년에 미혼모들에게 살 곳을 마련해 주는 임대사업을 계획했는데, 소액이라도 월세를 받아야 하겠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은 당시 사회 통념상 제 생각이 옳지 않다며 설득하고, 어떤 사람은 저를 돈 욕심 부리는 사람으로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업은 이미 그런 사업을 순조롭게 해내고 있더라구요. 또 당시 제가 미혼모 쉼터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곳을 졸업한 사람들이 독립해 나가 살 수 있는 공간이나 쉼터에서 왔다 갔다 하며 지낼 곳 등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이것 역시 그 기업은 실행하고 있었어요. 그 기업을 보면서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이 잘못되지 않았음을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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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에뜨를 운영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셨을 때가 언제였는지 궁금합니다.

“보람을 느끼기보다는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럼에도 종종 미혼모들이 후원물품몰에 남겨 준 메시지에 기쁨을 느낀 적이 있습니다. 제 방식을 좋아하며 지지해 줄 때 ‘나 혼자만이 아니라, 같이 가고 있는 게 맞구나’ 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 미혼모에게 혹은 마리에뜨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요?

“기부에도 여러 방식이 있습니다. 금전을 기부하거나 재능기부를 할 수도 있겠지요. 마리에뜨에서는 ‘조향학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함께할 수 있는 공방이나 조향사 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후원하고 싶은 기업이 있다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저희가 ‘향기 공모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공모전에 참여하는 분들에게 향기 샘플을 드린 다음에 그걸 가지고 이름을 지어 보거나 조향을 해 보는 것입니다. 청년부, 한부모가족부, 일반부 등으로 부분을 나누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겁니다. 이런 조향학교나 공모전을 통해 미혼모나 형편이 어려운 청년 등 사회 취약계층이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래서 기업 스폰을 받는 것이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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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에 ‘임팩트 인소셜 창업센터’를 열었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으셨는지요.

“미혼모나 한부모 가정 등에게 단순한 지원을 넘어 교육을 통해 그들이 하고자 하는 것을 찾고, 그것을 창업으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려고 만들었습니다. 마리에뜨도 창업팀으로 시작했기에 창업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잘 알고 있거든요. 함께 고민을 해결해 보고 또 지원할 수 있으면 해서 임팩트 인소셜 창업센터를 열었습니다.”


- 임팩트 인소셜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창업과 관련해 공간, 교육, 멘토링, 공공사업 등의 활동을 합니다. 특히 사회적경제 및 소셜 벤처 등 사회문제 해결에 비즈니스모델을 접목시킨 창업팀 지원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저도 창업할 때 정말 힘들었기 때문에 누군가 도와준다면 훨씬 잘할 수 있다는 걸 알거든요. 다양한 부서가 있어, 자신이 할 수 있거나 해 보고 싶은 일을 하면 됩니다. 홈페이지를 만들 수 있으면 디자인부서에서, 촬영이 가능하면 홍보팀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하고, 창업을 원하면 상품 제조를 도와줄 사람도 있습니다. 센터를 통해 창업한 사람이 많아지면 고용도 이루어질 수 있겠지요. 그래서 네트워킹 할 수 있도록 자주 자리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 지금 어려움을 겪는 미혼모가 있다면 어떻게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요?

“회사로 연락 주시거나 카페에 가입하시면 됩니다. 전화가 어려우면 네이버 카페에 ‘마리에뜨 숲’을 검색해 보세요. 아주 크게 무언가 해 드리지는 못하지만, 서울 성모병원과 연계되어 있어 의료 관련 도움을 드리거나 후원물품몰을 통해 물품을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인증번호를 받아야 후원물품몰에서 물품을 받을 수 있으니 까페에 먼저 가입하시기 바랍니다. 까페에서는 소소한 이벤트도 있습니다. 매년 새해에는 제주 농가와 함께 ‘오천 원의 행복’이라는 귤 이벤트를 벌입니다. 5000에 귤 한 박스를 집으로 배달해 드립니다. 농가도 돕고 귤도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 반응이 좋습니다. 분기별로 이런저런 이벤트가 많습니다. 글을 남겨주시면 필요한 부분을 지원해 드립니다.”


- 자녀를 키우는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격려의 말씀 부탁 드립니다.

“마리에뜨는 ‘모든 생명을 지킨 엄마들을 존중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자녀를 소중하게 키우고 있는 모든 가정에 축복을 빕니다. 저는 결혼도 못 했고 자녀도 없어 그런지, 아이 낳아 키우는 부모님이 정말 대단해 보입니다. 저희 부모님을 포함해서요. 같은 엄마로서, 혼자 아이 낳아 키우는 엄마를 볼 때 선입견 없이 바라봐 주면 좋겠습니다. 함께할 수 있는 세상을 엄마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세상 모든 엄마를 응원하고 또 존경합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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